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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응급실

오늘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119 구급대원이 전화를 했다.

”***씨 보호자신가요? 환자가 연세가 높으셔서 심장마사지나 기관절제같은 시술을 할 수도 있는데 연명치료 결정하셨나요?“

”아뇨 우리는 본인의 뜻에 따라 연명치료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챙기며 대답을 했다. 작업실이 있던 안동에서 서울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전화를 끊고 서울로 출발했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왜 죽음학을 공부했던 걸까. 죽음학을 하지 않았으면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가슴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리는 와중에도 너무 또렷하게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고 말하는 내가 싫다. 그냥 남들처럼 ’우리 엄마 꼭 살려주세요‘하고 말하는 편이 쉽지 않았을까.      

  누군가 나에게 말한다. 강해서 다행이라고.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강하지 않다. 가족의 죽음을 앞에 두고 강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남에게 징징거리지 않는다고 강한 사람은 아니다. 남들과 똑같이 가슴 아프고 슬프고 잘 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아서 심장이 떨리고 정신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가 따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 면에서는 정신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강한 지도 모르겠다.   

    

 병원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에 가족들이 다 들어 갈 수도 없다. 링거를 꽂고 피 검사를 하느라 팔에도 손등에도 발 등까지 주사 바늘 자국과 멍투성이다. 몇 시간 만에 들은 결론은 당수치가 높아져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내려간 거라고 했다. 며칠 있다가 인슐린 처방을 다시 받기로 하고 밤 12시에 퇴원을 했다. 응급실 복도에서 밤을 새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집으로 모시고 엄마 침대에 편히 눕혀 드리니 일단 마음이 조금 놓인다.       


 앞으로도 몇 번에나 집과 응급실을 오갈지 알 수 없다. 다만 마지막에 응급실 복도에서 임종을 보게 되지는 않았으면 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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