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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어도 괜찮을까

오늘 저녁메뉴는 죽음입니다

 가장 좋은 죽음을 무엇일까. 죽음학에서 말하는 좋은 죽음은 익숙한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데서 죽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요즘 많은 싱글족들은 누가 임종을 지켜주어야 하나. 평소에 혼자 살다가 죽을 때 친척들에게 둘러 쌓이는 것도 이상하다. 죽을 때 옆에 누가 있는가 보다는 살아 있을 때 고립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본 한 기관 조사를 보면 일인 가구가 가장 생활의 만족도가 높다. 2인가구가 가장 낮다. 3인, 4인이 되면 만족도가 조금 올라 간다. 이런 결과를 보면 알수 있듯이 혼자 사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다. 특히 할머니들의 경우는 나이가 들어도 남자들보다 사회적 관계를 잘 유지한다. 평생 케어를 해줘야 하는 남편과 사는 것보다, 혹은 자식들의 눈치를 보는 것 보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죽음학 수업시간에도 고독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독신으로 살던 사람들이지만 가족이 있다고 해서 24시간 서로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누구나 집에 있다보면 혼자 죽을 확률이 많다. 요즘은 집보다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처럼 집에서 죽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식이 있어도 함께 살지 않거나 매일 볼 수는 없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죽고 나서 오래 방치되어 너무 늦게 발견되는 것이다. 


  혼자 살더라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서로 매일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다. 하루 이틀 연락이 안 되면 찾아 가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혼자 활동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요양 보험이 필요하다. 24시간 함께 있지는 않더라도 하루에 몇 시간씩 집에 찾아오는 돌봄서비스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나이 들어서 혼자 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나이 들어서 혼자 산다는 것은 젊었을 때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젊을 때는 직장도 다니고 친구들과 취미생활이나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나이 들수록 활동 범위가 줄어들고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도 많아 진다. 혼자 무얼하며 잘 지낼 수 있는지 미리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번 책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운동범위를 줄이고 집안에서 행복하게 지내려면 지적인 활동이 더 많이 필요하다.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일은 참 쉬워보여서 사람들은 그냥 하면 되지 라고 말한다. 그 쉬운 독서와 음악감상도 그냥 되지는 않는다. 미리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책을 읽는게 좋은지 내 취향과 맞는지 일찍부터 찾아보고 읽어보아야 알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같이 살더라도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가족들에게 할애하는 시간도 있어 혼자 사는 사람보다는 덜 하겠지만 말이다. 함께 살아도 서로 너무 의지하고 갈등이 생기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기술이 점점 더 필요해진다.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씨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책을 썼다. 책 안의 통계나 사례들은 일본의 경우라서 우리 나라와는 다른 점이 많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취지는 같을 것이다. 자기 집에서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것이 가장 잘 살다가 잘 죽는 방법이라도 말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혼자 사는 것도 괜찮고, 집에서 죽는 것이 좋다는 것에도 백프로 공감한다. 그런데 혼자 죽는 것도 괜찮을지 잘 모르겠다. 물론 임종을 앞두고 갑자기 친척들에게 둘러 쌓여서 마지막을 불편하게 있고 싶지는 않지만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것도 욕심일게다. 좀더 지나면 그 욕심도 내려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집에서 혼자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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