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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Dec 20. 2016

역사추적! 도깨비의 정체는?

도깨비는 외국인이었다?!

드라마 '도깨비'의 인기가 한창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자.. 오늘은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목의 사진은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씨입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도깨비하고는 많이 다르게 생겼죠. 우리가 아는 도깨비는 보통 뿔이 나 있고 호피무늬 옷을 입었으며 가시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인데요.

반도의 흔한 도깨비.jpg (출처: 문화포털 공식블로그)

이런 이미지는 사실 일본의 '오니(鬼)' 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전통적 도깨비 이야기의 삽화에 오니가 그려지면서 이러한 모습이 정착된 것이라는데요.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없고 덩치가 큰데다가 털이 많으며.. 전체적으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도깨비가 일본의 오니와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는 사람을 좋아해 사람과 어울려 살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민담과 전설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사람에게 장난을 치거나 씨름을 하자고 하고, 밤새 술마시며 노래 부르고 놀기 좋아합니다.


어리숙하여 사람에게도 곧잘 속아넘어가지만 사람과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신의도 보여주지요. 한 마디로 도깨비와 한국사람들은 '공존'해 왔습니다. 일본의 오니가 강도, 살인, 납치, 강간 등 중범죄들과 연결된 이미지인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죠.


도깨비, 구미호, 귀신, 저승사자.. 등등 이계의 존재들이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원한다는 것은 한국문화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제 다른 글(한국귀신과 일본귀신의 차이https://brunch.co.kr/@onestepculture/40)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 도깨비가 도대체 누구냐..는 것입니다. 물론 도깨비는 상상의 존재입니다. 한국인들의 어떤 문화적 전통과 심성이 도깨비라는 존재를 만들어 냈겠지요. 그러나 도깨비에 대한 과거의 기록들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도깨비의 외양에 대한 묘사입니다. '덩치가 크고, 털이 많다. 누렁이 냄새가 난다...'

옛날 사람들이 보기에 자신들보다 덩치가 크고 털이 많고 독특한 체취가 나는 존재란 누구였을까요?

아마 '외국인'들이 아니었을까요?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왕래하기 시작한 구한말의 기록들을 보면, 당시 조선인들이 서양인들을 양귀(洋鬼)라 부르며 무서워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키가 장승만하고 눈이 시퍼렇고 털이 북슬북슬한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또 하나, 체취는 외국인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일단은 먹어 온 음식이 다르기 때문이겠고요. 둘째는 '아포크린 땀샘' 때문입니다. 이 아포크린 땀샘은 우리가 보통 '암내'라고 하는 액취증의 원인이 되는데, 동양인,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없는 종류의 땀샘입니다.

따라서 체취가 거의 없는 한국인들이 아포크린 땀내를 폴폴 풍기는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지독한 누렁이 냄새(개 냄새)가 인상에 강하게 남지 않았을까요? 강한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로 형상화됩니다.


도깨비가 외국인이었다는 증거는

그들의 어눌한 말투와 어리숙함에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말이 짧고 문화가 다르니 우리 땅의 물정을 잘 몰라 어리숙한 행동을 했겠지요. 우리 설화에는 도깨비들의 어리숙함을 이용해서 부자가 되거나 도움을 받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연결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바로 '온달(溫達)'이야기 입니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온달 말이죠. 온달은 진짜 바보였을까요? 바보가 일국의 대장군이 되어 그토록 많은 전공을 세울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보겠죠.


온달이 사마르칸트의 왕족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학설이 최근 제기되었습니다. 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 자리잡고 있었던 나라였는데요. 고구려와 교류가 빈번하던 나라였습니다. 중국의 역사서 구당서(舊唐書)에는 사마르칸트(康國)의 왕족의 성씨가 온(溫)씨라고 나와있는데요.

사마르칸트 궁전 벽화에 그려진 고구려 사신(오른쪽 2명), 7세기 작

이 학설을 제기한 연세대학교 지배선 교수는 온달이 살았던 당시(6세기)의 고구려과 사마르칸트의 교류를 근거로 온달이 사마르칸트 왕족인 아버지와 고구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자녀'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중앙아시아계 혼혈이었기 때문에 '얼굴이 멍청하게(고구려인들과 다르게)' 생기고 말이 어눌하여 바보라고 불렸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와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왕족의 아들로 추정될 만큼 능력있는 핏줄을 물려받았을 온달은 평강공주로부터 정규교육을 받고 고구려의 대장군이 됩니다.



이처럼, 외국인들을 보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그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신(神)'이나 '괴물(혹은 바보)' 등의 이질적인 존재로 인식했었는데요. 이를 타문화에 대한 '신화적(神話的) 이해'라고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났던 일이죠.


한선생의 로고(?), 처용 또한 9세기 이슬람 상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었지요. 처용은 '동해 용왕의 아들'로 묘사되는데, 바다 건너 수만 리 저쪽에서 온 피부색도 옷도 냄새도 이상한 사람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을 터입니다.

처용 탈
도깨비=외국인 설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증거는 삼국유사의 '비형랑 설화'입니다.


비형은 진평왕(6세기 경)때의 인물로 죽은 진지왕이 도화녀라는 여인과 동침하여 낳은 반인반신인데요. 진평왕이 삼촌(진지왕)의 아들인 비형을 거두어 길렀는데 비형은 밤이면 월성을 넘어 날아가 황천(경주 탑정동 일대)에 가서 귀신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진평왕이 '귀신들을 시켜 신원사 북쪽 개천에 다리를 놓으라'고 명하자 비형은 귀신들을 데리고 하룻밤 사이에 뚝딱 다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왕이 귀신들 중 쓸만한 이를 추천하라고 하자 길달이라는 인물, 아니 귀신을 추천하기도 하는데요.

비형과 귀신들

이 귀신들은 경주 인근에 정착해 살던 외국인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외국에서 신라까지 와서 정착할 정도면 뛰어난 기술과 문물을 지니고 있었을 터이고 독특한 외모와 더불어 그들을 귀신으로 보이게 했겠지요. 하룻밤에 다리를 만든 것은 조금 과장된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비형부터가 다문화 자녀였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죽은 진지왕이 3년만에 나타나 도화녀에게서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혼인관계에서 낳은 자식이 아닌 경우에 임신의 원인을 신적인 존재로 설명하는.. 고대설화에서 많이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진지왕이 생전에 취하려고 했으나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이유로 거절했던 도화녀(桃花女). 복숭아꽃처럼 예쁘기로 유명했던 도화녀가 남편이 죽은 후에 외국인과 관계해서 아기를 낳고, 그 이유를 생전이었지만 스캔들이 있었던 진지왕으로 설명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동국여지승람에는 경주 인근에는 나무로 만든 도깨비 인형을 '두두리'라고 부르며 섬기는 풍습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 동네가 탑정동 일대인데요. 오릉과 포석정이 있는 근처랍니다.


두두리는 도깨비를 뜻하는 우리말로 '두드리다'와 관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두리들은 계속 뭔가를 두드리지 않았나 싶은데요.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 방망이도 뭔가를 두드리는 것이죠. 이점에서 두두리들을 제련기술을 가진 외국인 집단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뚝딱뚝딱 뭔가를 계속 두드리는데 그러고나면 금붙이도 나오고 은붙이도 나오고.. 말이죠.

스키타이의 금 제련품

신라 왕족(김씨)은 한반도로 이동한 흉노족 계열이라는 학설이 있습니다. 흉노는 스키타이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 스키타이족은 뛰어난 금 제련술로 유명하죠. 머리를 납작하게 만드는 편두, 고분양식(적석목곽분)이나 화려한 황금문화 등 신라와 스키타이의 관계에 대한 증거는 충분히 많습니다.


스키타이족은 페르시아-유럽계 인종으로 추정되는데, 한반도 원주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귀신, 도깨비라고 부를 만 합니다. 그렇다면 비형랑과 귀신이야기는 스키타이 계열의 뛰어난 제련술을 가진 이주민 집단이 형상화된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은, 한국 문화에서 나타나는 도깨비가 외국인, 이주민, 다문화인들이었을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와 다른 모습을 가졌지만 우리와 함께 살았던 그들. 우리는 도깨비, 귀신이라 부르며 그들을 두려워했지만 그들은 우리와 어울리고 싶어했고 또 어울리며 오랜 시간을 지내왔습니다.


옛날의 한국사람들이 도깨비와 어울리며 함께 살아왔듯이 오늘날, 우리는 우리 안의 낯선 이들과 함께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들이 가진 새로운 생각과 가능성들이 옛 것들과 어울려 우리의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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