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 여러 권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마이클 A. 싱어의 될 일은 된다라는 책이 있다. 언젠가 이 책에 대해 J와 얘기를 했던 일화를 이야기할까 한다. J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 J와 같은 사람이 꽤 많지만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 그 책에 이런 부분이 나와. 우리 머릿속에는 예를 들어, '이렇게 할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할까?', '내일은 뭐 먹을까?' 등등처럼 수많은 목소리가 있잖아? 그런데 싱어는 그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대체 누구의 목소리냐는 물음이 생겼다는 거야. 내 머릿속의 생각은 나의 일부인데 그 생각들은 왜 질문을 던지는 것이며, 그것은 도대체 누구에게 던지는 것이냐는 거지.. 시작은 그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는데..."
J: "잠깐만... 목소리라니, 무슨 목소리가 있다는 거야?"
나: "왜, 항상 머릿속에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오늘은 며칠이지, 저거 달라고 할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의 목소리가 있잖아."
J: "무슨 목소리를 말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어. 머릿속에 무슨, 누구의 목소리가 있다는 거야?"
나: "아, 진짜 답답하네.. 왜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 조용히 혼잣말처럼 생각하잖아?!"
J: "아니, 난 말로 생각 안 하는데?"
나: "??? 그럼 생각을 어떻게 하는데??"
J: "내 머릿속은 아주 조용해. 아무 소리도 없어."
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럼 뭔가 생각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하는데? 예를 들어서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무슨 무슨 옷을 입고 몇 시까지 어떠어떠하게 직장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안 한단 말이야? 그런 건 어떻게 해??"
J: "그런 경우에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그냥 이미지가 떠올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말이야. 내가 일어나는 이미지가 떠오르고, 어떤 옷을 입을 건지 그 옷이 떠오르고, 차로 운전하는 게 떠오르고 등등 말이야. 마치 무성 영화의 장면들이 지나가는 것처럼.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도 다 그런 거 아니야?"
나: "아~~~~ 니! 나는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나처럼 머릿속에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했지.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꿈에서도 상상해 본 적도 없어. 와!! 완전 대박이다!! 그럼 너와 내가 보는 이 세상은 정말로!! 완전 다른 세상일 수 있겠다. 네가 엄청 감동하면서 보라고 하는 것이 내게는 감동이 전혀 없고, 내가 엄청 대박이라고 하는 글이 너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 와, 이거 정말 신기하다."
J는 굉장히 시각적인 사람이고, 글을 아주 빨리 읽지만 마치 사진을 찍듯이 이해하고, 중간중간에 빼먹는 경우나 단어를 잘못 읽기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단어를 쓸 때도 스펠링을 가끔 헷갈려하며 (물론, 요즘은 스펠링을 자동으로 고쳐주는 기능이 너무 잘 발달해서 거의 어려움이 없는 것 같지만), 문법 법칙도 어려워하고, 영단어 인출을 할 때 비슷한 알파벳과 비슷한 길이의 단어는 특히 헷갈려한다. 이런 J에게는 아스퍼거도 있다(고기능 경도의 자폐증상). 아스퍼거, 난독증, ADHD들의 많은 사람들이 종종 시각적인 사고를 한다. 이런 시각적 사고가 발달한 사람들은 종종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도 생생한 이미지로 저장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J는 영재교육을 받은 영재 중에서도 영재다.
난독증의 두뇌는 문자에 익숙한 두뇌보다 훨씬 더 창의적, 입체적, 시각적, 패턴적인 경향이 있다. 반드시 그 점을 기억해서 아이들의 교육이나 성인 자신의 강점을 약점으로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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