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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Feb 26. 2024

*b,d,p,q, 오른쪽, 왼쪽이
헷갈리는 당연한 이유

난독증

어떤 사람이 앞 뒤가 똑같이 생긴 옆(혹은 핸펀에선 위)에 있는 노란색 알파벳을 어딘가에 놓으려고 한다. 


이 사람은 이게 어떤 글자라고 생각할까? 

p? q? b? d? 


이게 어떤 알파벳 글자여야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앞 뒤가 똑같이 생겼다면 내가 어느 쪽을 향하게 놓느냐에 따라 실은 b, d, p, q가 모두 가능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주사위의 글자는 P 인가? 


정말 P가 확실한가?


그렇다면 이걸 위아래로 뒤집어도 같은 글자








아니면 d인가? 











내가 고무찰흙으로 알파벳 b를 만들었다. 



그리곤 앞 뒤를 뒤집어서 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모양이 되었다. 

(내가 대충 만들었으니 자세한 모양으로 구별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길 바란다.ㅎㅎ) 


그리곤 다시 이걸 위아래로 뒤집었다. 











그랬더니 이런 모양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큐'라고 부르는 글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걸 다시 오른쪽으로 뒤집었다. 










그랬더니 이런 모양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걸 '피이'라고 부르는 글자가 되었다. 

어떤 이는 지금 내가 말장난 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는 어쩌면 이미 내 말의 의도를 파악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문자를 인식할 때는 종이에 임의적인 선과 모양을 만들어 연결시켜 놓고서는 이건 p, 이건 q, 이건 b, 이건 d라고 한다. 


대부분은 이런 2차원적인 사고에 익숙하니까 이 모양들이 다 다르게 인식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모양들은 각각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2차원적인 사고보다는 3차원적인 사고가 더 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2차원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3차원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즉 'p'라는 하나의 글자가 3차원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에게는 b, d, p, q들이 동시에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난독증이 있다고 부르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정말 많은 수가 이미지적 혹은 패턴적 사고를 하는데 이는 3차원적인 사고와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다. 피카소의 작품들을 보면 3차원 혹은 4차원적인 시각으로 본 것을 2차원의 종이에 옮기려고 한 듯한 인상을 받는다. 


3차원 혹은 4차원으로 자연스레 사고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2차원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면 아마도 자연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굉장히 많은 노력과 훈련을 하면 2차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 과연 그런 것인가? (더 낮은 차원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만이 당연하다고 하면서 "가르쳐 주는 것") 아니면 그(녀)의 더 높은 차원을 인정하거나 알아봐 주고, 필요에 따라 2차원적으로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2차원적인 것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인가? 


나는 꽤 많은 사람들이 왼쪽과 오른쪽을 헷갈려한다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종이에 화살표를 오른쪽으로 그려놓고 "오른쪽", 왼쪽을 향하게 그리곤 "왼쪽"이라고 말하는, 항상 어딘가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는 2차원적인 "약속"과 별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중심이 없는 4차원의 세계에서 어디가 오른쪽이고 어디가 왼쪽인지 알 수 있을까? 


고백하건대 이전에 나는 이런 것이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는 왜 '그렇게 간단한 것'을 '다 큰 성인'이 아직도 헷갈릴 수 있는지 몰랐다. 

내가 보는 세상을 어떤 이들은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나는 "정상"과 "비정상"이란 말은 지양하면서도 "어떻게 사람이 그걸 모를 수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같은 류의 말을 자주 썼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왜 그(녀)가 세상을 그렇게 나와 다르게 이해하고 인지하는지, 내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궁금하기만 할 따름이다. 


문자로 이해하는 사람과 이미지나 패턴으로 생각하는 것이 쉬운 사람들 중 누가 더 우월한 것인가?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어떤 능력이 더욱 필요한지에 따라, 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마음대로 편견을 만들어 오명을 씌우고 그들을 괴롭혀왔을 뿐인지 않을까..


문자 이전 사회에서는 이미지나 패턴의 3차원적 사고가, 

문자시대에서는 2차원적인 문자로, 1차원적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선형적 사고로, 

하지만 문자의 시대가 지나고 있는 현대에서는 다시 이미지와 패턴적 사고의 3차원 혹은 4차원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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