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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Feb 12. 2024

괴물, 더리더, 그린마더스 클럽-
같은 증상 다른 이름

같은 증상 다른 이름  클럽 동석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봤다. 영화에서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왔던 것은 '돼지의 뇌'를 가진 것으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요리'였다. '요리'는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 그리고 학교 과제로 제출한 글에 모두 글을 거울에 비친 상으로 썼다. 글을 아주 잘 썼지만 거울에 비추어 거꾸로 보이는 것처럼 글을 썼던 것이다. 이 '거울상 글씨체'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인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해 볼까 한다. 


'요리'는 수업 시간에 일어나 글을 읽기도 하는데 그때도 떠듬떠듬 잘 읽지 못한다. 난독증이 있으면 글을 잘 못 읽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난독증이 있는 '요리'는 계속해서 '돼지의 뇌'를 가진 것으로 언급되고, 나중에 3부에서는 성정체성에 대한 문제까지 연관된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것이 각인되고 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난독증+게이+돼지의 뇌=요리=내가 (잠재적으로) 아는 누구? 물론, 감독은 이러한 사회를 비판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감독은 한국의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흔히 '남자답게', '평범한 가족' 등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지만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언어가 가지는 동조 압력(어느 특정의 또래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암묵 중에 다수 의견에 맞추는 것을 강제하는 것), 즉 남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금의 사회를 상징하는데, 아이들의 사고에는 어른들의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으며 아이들은 원래부터 나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 사회에 정상, 비정상이란 것은 없다. 자꾸 어른들이, 사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잣대를 대어 비정상을 만들어낸다. '난독증'은 소수이지만, 당연히 비정상은 아니다. 다수와 그냥 다른 것이다. 


또 다른 영화, '더 리더(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를 언젠가 잠시 본 적이 있다. 브런치에서 이 영화에 대한 어떤 평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가 사랑에 관한 것인지 정치에 관한 건지 딱 뭐에 관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한 줄로 '난독증에 관한 것이다'라고 하고 싶다. 


15살의 마이클이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애나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서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애나는 항상 마이클이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무슨 일을 할 때도 어떤 책을 먼저 읽어주면 그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도 하고. 


나중에 법조인이 된 마이클이 참석한 법정에서 애나를 지켜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애나가 글을 읽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애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지만 그걸 반박하려면 자신이 평생 글을 읽지 못했음을 모든 사람 앞에서 밝혀야 했는데, 그녀는 차라리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는 편을 택한다. 대부분의 리뷰에서는 애나가 '문맹'이었다고 하지만, 나는 애나는 '난독증'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녀의 행동에서도 약간의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음을 영화 보는 내내 느꼈고,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글을 읽을 수 없음을 절대로!!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애쓰는 모습 하며, 그녀가 옥중에 있을 때 마이클이 육성으로 녹음해서 보내 준 수많은 책들을 들으며 글과 대조하며 가까스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는데, 그 노력이 일반적인 수준으로 보이지 않았다. 


난독증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렸을 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약점'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정말 목숨 걸 정도로 힘들게 숨겼다는 고백을 한다. 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난독증'이란 '바보', '멍청이'와 같은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은 지금도 40~50년 전과 바뀐 게 거의 없지 않은가?! 


'그린마더스 클럽'이라는 마치 미드 제목 같은 한국드라마의 일부를 며칠 전에 보았다. 스카이캐슬의 초등판이라고들 하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거기에 나오는 동석이라는 주된 인물이 나의 관심을 뺏었다. 동석이는 학교에서 시험도 다 틀리고, 태도도 별로 좋지 못하지만 어떤 한 시험 결과에서 0.01프로에 드는 영재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학교 시험문제는 너무 따분해서 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그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의 엄마는 그와 같은 영재들은 종종 그런 사회적 의사소통을 어려워한다는 말을 듣는다. 바로 고기능 아스퍼거의 특성이다. 


그리고 동석이의 같은 학원 친구인 한 여자아이는 자신이 이전에 거짓말을 했던 것을 나중에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는데, 자신이 거짓말을 실토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됐다고 한다.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게 아스퍼거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아마 영재반에서 함께 공부를 잘했던 그 여자아이도 동석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내가 전체 드라마를 본 것이 아니니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동석이와 그 여자아이의 아스퍼거적 증상이나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난독증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영재'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영재, 아스퍼거, 난독증의 특징들은 어느 정도 겹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겹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약간씩은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다. 0.01프로의 영재가 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이고, 그 경우 그의 뇌는 일반적인 뇌와 생각하는 게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종종 이들은 이미지적, 패턴적, 공간적 사고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따라서 전통적인 선형적 학습법과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아닌가? 재능이 한쪽으로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건 다른 부분은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어른들이 아이들의 다른 두뇌적 특성에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그(녀)는 범죄자가 되거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기도 하고, 영재나 성공한 사업가나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나는 0.01~15프로에 속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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