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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Dec 12. 2023

채용공고에도 다크 패턴이 있다?

제2의 채용전환형 인턴?

이제는 어느정도 취업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같았던 찰나에 모 카톡방에 올라온 공지 하나가 있었다. 업계에선 나름 인지도가 있던 스타트업의 인턴 프로그램이었다.


PO와 사업개발, 영업, 마케팅 역할을 순환하면서 경험한다는 내용이었다. 기간은 6개월.

그리고 근무 후 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라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내 과거 경력을 쓸수 있는 스타트업이었고, IT 산업에 미련이 많이 던 것 같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텐데 나도 모르게 '진짜 마지막이다... 찐막이다..' 라고 되뇌이며 지원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꼼꼼히 살펴보던 중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내용이 있었다.




채용공고 중 일부. 아래 내용과는 큰 의미가 없음.


'고객이 어떤 사람이고, 고객이 진정한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고객을 만나지 않으면 모릅니다. 따라서 초반 3개월은 아래와 같은 업무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중략) 고객에게 자사 솔루션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지 설명하며 구매의사를 높이고 구매를 제안하는 역할이에요. (중략) 초반 3개월 근무 후 퍼포먼스에 따라 적합한 포지션을 파악하고 역할이 정해집니다. 포지션은 상호 논의를 통해 결정되며 포지션 변경의 기회는 장기적으로 또 주어질 수 있습니다.'


6개월 간의 인턴 기간 중 직무 4가지(PO, BD, Sales, Marketing)를 순환하며 경험할 수 있는 인턴인데, 그 중 3개월은 영업을 하면 다른 직무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고객을 만나야 그들의 진정한 니즈를 알 수 있다는 것도 맞고, 특히 인턴 기간 중 체험하는 직무들이 현장을 알면 더 잘할 수 있는 직무인 것은 맞지만, 3개월 간 세일즈를 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퍼포먼스를 측정할 것이며, 예상되는 그 퍼포먼스가 자사 솔루션에 대한 구매 전환율이 그 기준이라면 이 기준으로 사업 개발과 마케팅, PO 역량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인턴들을 사실상 CS와 세일즈를 시킨다는건데 비개발 직군이라지만 안그래도 요즘 문과 출신 취업이 어렵다고 난리인데 이게 직무를 순환하면서 경험하는 인턴이 맞는건가 싶다. 그리고 결국 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 조건이 걸려있기에 세일즈를 잘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용공고 중 일부


그리고 처우를 살펴보니 연봉 2,500만원 + 인센티브라고 적혀있었다. 월별 실적에 책정되어 매달 지급되고, 월 평균 3~400만원, 최대 600만원 대의 인센을 수령한다고 적혀있었다.


이 말대로라면 인턴 기간 동안 세후 월 190만원의 월급에 평균 인센티브 금액의 명시된 최소값인 360만원을 잡더라도 세후 평균 약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거였다. 주 5일 8시간 근무에 6개월짜리 인턴인데? 정규직은 얼마나 번다는 건가. 아니 이정도면 어지간한 사람들 전부 하던 일 떄려치고 이거 하는게 더 이익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든 나는 구글링을 통해 이 기업 정보를 좀 찾아보았다. 직원 약 100명에 평균 연봉은 약 4,000만원 대였다. 그리고 작년 기준 영업적자가 124억.. 음.. 아마 저렇게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이유는 해당 서비스의 객단가가 월 평균 약 3~40만원으로 설정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적자를 내면서도 인센티브를 저렇게 인턴에게 준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해당 기업의 뉴스들을 살펴보면서 현재 고객 유치와 신사업을 통한 매출 다변화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많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외에도 얼핏 보면 채용 공고에 솔루션을 고도화하거나 애자일 등 개발이나 PM 직군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어, 자칫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존의 채용 전환형 인턴이 여전히 채용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채용 전환형 인턴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다.


채용 전환형 인턴에 대한 풍자?


평가 후 정규직 채용 전환을 전제로 온갖 업무들을 시키고 계속 채용이 될 것 처럼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 결국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이야기를 우리는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휴먼강록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은 채용 전환형 인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영업을 곁들인...'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불쾌했던 건 얼핏 보면 채용공고 전체 맥락을 보면 영업이나 Sales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구매 의사를 높이고 구매를 제안하는 역할이에요. 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글쟁이로서, 그리고 잠시 PM을 꿈꿨던 사람이기에 이런 경우는 상당히 곤란하다. 그냥 영업이랑 Sales 단어를 사용하여 조금 더 직관적으로 표현해줄 수는 없었을까.


출처 : 린치핀기획 네이버 블로그


취준생들이 영업이나 Sales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경우가 있어 에둘러서 표현했을 뿐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변명을 생각해보아도, 이게 다크 패턴이 아니면 무엇인가. 앱이나 웹에서만 다크 패턴이 있는게 아니다. 채용공고에도 다크패턴이 존재한다. 특히 요즘처럼 문해력이 떨어지는 취준생들에겐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채용공고 속 다크 패턴에 속임을 당한 취준생들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질 뿐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적힌 채용공고가 더 좋다. 왜냐면 장점도 단점도 알고 가는 것이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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