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본인이 쓰고자 하는 글이 정확히 어떤 글인지 다시 한번 적어본다.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의 영역에서 발주하는 정책연구 또는 컨설팅 용역사업의 제안요청서(과업지시서)에 대한 검토, 분석을 통해 실제 사업의 이행을 위한 추진절차 프레임워크를 도출(구조화를 통한 논리적 절차의 구성), 각각의 과업단계별 세부 추진방안(추진방안, 적용 방법론 등)을 설계한다”
쉽게 생각하면 입찰에 참여하는 제안사업자가 제안서(제안발표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접근방식(분석방식)에 당연히 정답은 없을뿐더러, 수많은 컨설턴트는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석에 임하고 있을 것이다.
사업자로 선정되어 사업을 이행해야 하는 컨설턴트로서, 공공의 용역사업을 기획해 발주, 관리하는 사업담당자로서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인은 다음과 같은 접근단계를 정의한다.
첫 번째. 핵심요구사항(Key Sentence) 도출
두 번째. 구조화(Categorization) 및 논리적 절차 구성
세 번째. 절차별 추진방안 사전 기획
먼저 첫 번째인 「핵심요구사항(Key Sentence) 도출」 단계는 해당 용역의 제안요청서에 담긴 요구사항들을 검토, 집중해야 하는 핵심요구사항과 키워드 등을 발굴하는 단계이다. 컨설턴트(사업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공공사업의 제안요청서를 살펴보게 되면, 논리정연한 글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 문서들을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여러 개의 「○ 수준」에서 요구하는 과업(문장) 간의 수준(Leveling)이 현저히 다르다거나(동일 수준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과업의 규모, 범위 등이 크게 다른 경우), 두 개 이상의 요구사항 간 중복되는 내용이 있는 경우(문장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내용인 경우), 요구과업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미미한 요구사항이 「□, ○」 등의 상위수준에 적혀 있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참고로 적는다면, 보통 공공의 문서는 개조식으로 쓰이며 「□, ○, ―」 등의 순서에 따라 계층적(Hierarchy)으로 구분해 문장을 작성하는데, 이는 공공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본적인 원칙으로, 「― 수준」에 작성된 문장들이 모여 「○ 수준」의 문장을 구성하고 「○ 수준」에 작성된 문장들이 모여 「□ 수준」의 문장을 구성하는 개념이다)
합리적인 사업 추진절차를 구성, 제안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가 필수이며, 필요한 경우 재조정을 통해 올바른 출발 기준(추진절차 구성을 위한)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핵심요구사항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추가로, 제안요청서의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사업의 배경과 목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 사업을 왜 추진하는지”, “특히 어떠한 산출물(과업)에 집중해야 하는지”, “사업의 결과가 어디에 연계, 활용되는지” 등을 파악함으로써 사업의 본질(Core)을 알아내는 것 또한 본 단계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구조화(Categorization) 및 논리적 절차 구성」 단계이다. 본 단계에서는 앞서 정립한 핵심요구사항들을 중심으로 개별 과업을 설계하고, 과업 간 인과관계를 고려하여 사업 이행을 위한 논리적 절차를 구성한다.
발주담당자가 사업의 주요 과업 내용과 과업 간의 관계, 이행 순서 등을 제안요청서의 요구사항에 아무리 잘 담는다고 할지라도 글로써는(제안요청서) 이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울뿐더러, 전달이 잘 되었더라도 제안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이를 완전하게 이해하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특히, 대략 1억 규모 이상의 정책연구 또는 컨설팅 용역사업을 가정할 때 요구하는 과업 범위가 상당하고, 과업 간 관계성도 매우 복잡하므로 제안요청서에 작성된 문장 간의 구조, 순서만으로는 발주담당자와 사업자가 서로의 합의점(Consensus)을 이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사업자는 앞서 재구성한 핵심요구사항을 대상으로 구조화(유사 요구사항의 묶음, 동일 과업의 삭제·통합 등)를 통해 개별 과업(Task)들을 설계하고, 사업 추진 전반의 과업 간 논리적 수행절차를 마련, 도식화하여 제안 단계(제안발표)를 통해 어필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절차별 추진방안 사전 기획」 단계로, 두 번째 단계에서 설계한 핵심요구사항 중심의 논리적 추진절차 각각의 과업(Task)에 대한 상세 추진방안을 기획하는 과정이다. 앞서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뼈대를 구성했다면, 이제는 살을 붙이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과업단계별 최적의 추진절차와 방안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방법론을 제안할 생각인데, 특히 과업들의 목적과 상황을 고려해 주로 활용되는 컨설팅 기법, 방법론 등을 함께 살펴보고, 적용 기법에 대한 소개, 요령 등을 경험에 빗대어 설명할 예정이다.
이전까지의 과정이 글(요구사항)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고, 구조화를 바탕으로 논리적 연결성을 갖춘 절차를 구성하는 “글쓰기적 사고”에 관한 훈련이었다면, 본 단계는 조금은 더 “컨설팅”의 영역에 집중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컨설팅에서 활용되는 전통적인 기법이나 방법론 등을 다루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독자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과업 내에서의 추진방안(계획수립, 절차구성, 절차 간 논리성 등), 과업 간의 관계성(각 Task의 산출물들이 어떻게 다음의 Task로 연결되고, 활용되는지 등) 등을 충분히 강조할 생각이다.
물론 실제 제안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3단계의 절차를 고민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보통 컨설팅 업계의 여건상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이주일 내 해당 용역의 모든 제안자료(입찰서류, 제안서, 제안발표자료 등)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용역 또는 제안 PM(Project Manager)이나 사업을 담당하는 팀장 이상의 컨설턴트라면 앞의 세 단계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반복된 실무경험과 충분한 트레이닝이 뒷받침된다면 사고력의 확장을 통해 단기간 내에도 완성도를 갖춘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3. what ?
"분석을 위한 대상 사업은 무엇인가?" "어떠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가?"
공공용역사업 제안요청서의 요구사항을 분석하여 사업 수행을 위한 추진절차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는 훈련(Training)이 주요 목적이니만큼, 단순 조사용역(특정 주제의 트렌드 조사, 실태조사, 통계조사 등)이나 구축·개발사업, R&D 지원사업 등은 대상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구축·개발사업’의 경우, 기술, IT 등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함에 따라 제외하기로 하며, ‘R&D 지원사업’은 정해진 틀(기술개발 필요성, 기술내용, 경쟁사 현황, 성과지표 등)에 따라 기업이 사업계획서를 작성, 제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논리적 절차구성이 요구되지 않아 제외한다)
방법론의 기획과 적용, 논리적 절차의 구성 등이 중요한 정책연구, 컨설팅 연구 성격의 용역사업들을 주 대상 사업으로 선정한다. 예로, 특정 기술이나 산업, 생태계 차원의 활성화 전략 마련, 법·제도 및 규제 개선 방안 도출, 국가나 지자체 등의 주요 전략·계획수립, 기업지원, 성과분석 등이 있다.
본인이 기획해 본 대상 사업들의 구성(안)은 아래와 같다.
(물론 구성은 변경될 수 있다)
1. 산업 및 생태계 활성화 정책연구
2. 국가 정책과제 발굴 및 전략 수립 연구
3. 비즈니스모델 설계 등 기업지원방안 연구
4. 기타 등등
각각의 주제에 따라 2~3개의 용역사업을 선정하여 제안요청서를 분석할 예정이며, 이때 발생 가능한 이슈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미 종료된 사업만을 분석 대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분석을 위한 개별 용역사업의 선정은 특별한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사업 간 분석의 내용이 크게 중복되지는 않을지”, “다양한 Case의 방향성과 분석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기로 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본인의 전문연구 분야 또는 키워드에 부합하거나, 본인이 실제 기획 및 도입, 분석해본 경험이 있는 프로세스와 방법론의 적용이 필요한 용역사업 등을 중심으로 분석 대상을 선정함으로써 내용의 전문성이나 타당성을 확보할 생각이다.
참고로 why, how, what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단계는 TED를 통해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이 언급한 골든 서클 이론(Golden Circle Model)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렇게 보면 훌륭한 이론임에 틀림이 없지만, 사실 대부분 기획자나 컨설턴트는 기본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이와 같은 사고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다만 이 중에서도 숙련된 컨설턴트, 기획자는 인과관계에 근거한 논리적 사고력이 우수하고, 내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의심해보는 비판적 사고가 가능하며 문제를 쪼개어 접근하는 구조적 사고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의 글이 이러한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