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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의 죽음을 엉망진창으로 꺼내놨을 때

나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자 세상이 알아봐준, 지난 시작에 대해

by 수이
당신이 아주 자유롭게, 비전통적이고 엉망진창인 (모든 의미에서)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됐을 경우에만 서사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라.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아포피스는 모든 의미에서 엉망진창인 나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개방하겠다는 일종의 선언문이었다.

세상에 대고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아포피스는 내가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만든 앱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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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피스에는 지구가 일주일 후에 멸망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나온다. 그는 누구 한 명이라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길 기다리면서 아주 외로이, 하지만 끊임없이 세상 밖에 연락을 보낸다. 사용자는 그 연락을 받고 호기심에 그 천문학자와 연락을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둘은 세상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일주일 간의 대화를 나눈다.


사실 이 아마추어 천문학자는 언젠가의 나였다.


과거 죽어가는 듯한 상황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나. 하지만 게임 <아포피스>에서는 누군가 알아봐 주는 이야기로 교묘히 바꿨다. 나의 과거를 바꾼 것이다. 이렇듯 26살의 내가 세상에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매일 빛을 찾아 헤매던 나 그 자체였다. 빛의 가장 반대편에서 나에게 드리웠던 큰 어둠을 자유롭고도 엉망진창으로 전시하고 싶었다. 사실 억울함에 대한 보상심리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위로를 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마주했던 숱한 두려움에 대해 기억한다. 모든 것은 메타포로 휩싸여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언젠가의 내가 오롯이 느꼈던 생생한 날 것 그대로였다. 이렇게까지 내 속을 까뒤집어서 내 감정을 담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죽음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감, 홀로 죽음을 향해 가는 외로움, 연결을 갈구하는 절실함.


하지만 걱정과는 반대로 나는 아포피스를 만들면서 계속해서 자유로워졌다. 내가 깊은 절망에 빠져있었던 것도, 지구멸망을 믿었던 것도, 그래서 그동안의 삶과 완전히 다르게 6개월을 살아본 것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이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모두 아포피스를 만들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 것들이었다.


나는 이 이상한 앱게임으로 5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투자를 받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언제나 생각해도 참 웃긴 일이다.


엉망진창으로 던졌더니 날 정말 받아주다니


ChatGPT Image 2025년 8월 3일 오후 11_55_57.png 왜 내 지난 시작은 죽음이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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