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매즈 미켈슨의 한니발.
gourmet과 epicurean은 둘 다 미식가로 번역된다. 둘의 뉘앙스nuance의 차이는 gpt가 잘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는 gpt 유료 사용자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세계 2위이라고 한다. 대.다.나.다.)
나는 어느 쪽일까. 지금의 나는, 그저 맛있는 것을 맛있어하는 편이니, gourmet에 가까운 쪽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의 나는 반드시 epicurean이 되고 말 것이다.
epicurean이 되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구체적이고 강하게 자극한 드라마가 있었는데,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이 연기한 한니발hannibal이란 드라마이다. 양들의 침묵, 그 한니발이 맞으나, 완전히 새롭다.
한니발의 재료는 귀하고 신선하다.
조리방법은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
와인은 언제나 조화롭게 훌륭하다.
음악은 빠짐없이 분위기를 채운다.
공들여 연출된 작품처럼 완벽하다.
저작은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선다.
가장 근본적인 쾌락이며 감각이다.
40여 개의 에피소드에는 음식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와인이 등장한다. 와인은 음식에 곁들이는 반주 정도가 아니라, 식탁을 완성하는 요소이다.
나는 와인을 즐긴다. 물론 늘 그렇듯, 좋아하는 것을 잘 알거나, 잘할 필요는 없다. 때문에 와인을 주제 삼아 가볍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취향과 지식을 가진 수준이다. 테루아terroir, 빈티지vintage, 품종variety, 와이너리winery 등등등... 와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나오는 용어들이고, 와인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요소들이다. 한두 종류만 알아둬도 아는 체하기 좋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피노 누아를 좋아하게 되었다. 분명히 그 시점이 처음 피노 누아를 접했던 때는 아니다. 왜냐하면 처음 내 취향은 입안을 강하게 때리는 떫떠름함과 묵직함을 가진 와인이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와인을 잘 모르는 입맛이라 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만 한 해에 수 만 가지의 레이블label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하니, 다 모르긴 너도 마찬가지...)
그러다 언젠가부터, 껍질이 얇은 포도의 옅은 색과 입안을 휘감는 휘발성 강한, 비단 같은 부드러움에 더 끌리게 되었다. 살짝 풍기는 흙냄새 비슷한 것도 좋다.(와인 마시고 포도맛 난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드라마 한니발의 오프닝에는 한니발을 상징하는, 와인도 피도 아닌 액체가 등장하는데, 그 색이 마치 피노 누아 같았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피노 누아의 특징 또한 한니발의 캐릭터와 매우 잘 맞는다 생각했다.
한니발은 선명한 에피큐리언이다. 그리고 쾌락의 순간을 위해 엄청난 절제를 보여준다. 한니발을 보면, 에피큐리언의 쾌락이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절제와 쾌락, 서로 맞닿지 않는 단어 같지만, 굉장히 상호 의존적이다.
조금 가학적이지만, 음식과 와인이 연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볼만한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