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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Aug 29. 2024

Pentywyn-'모래언덕의 끝'에서...

자동차, 모터바이크 스피드광들의 성지

펜다인 지도 속 빨간 지점

Pendine(웨일스어 : Pentywyn)은 '웨일스어로 모래 언덕 끝'이란 뜻을 가진 웨일스 남서부 카마던셔주에 속한 아주 작은 마을이다. 사진 속 서쪽 끝에서 시작한 모래사장이 동쪽 끝으로 길게 이어진 펜다인 해변은 웨일스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12.8km)으로 유명하다.

웨일스 시골 구석진 이 작은 마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20년대 자동차 육상 속도 기록 경쟁 트랙으로 이곳 모래해변을 사용하고서부터였다. 경쟁자들이 짧은 기간(1924년에서 1927년 사이) 동안 기록을 세우고, 깨뜨리기고, 다시 기록 세우기를 반복했던 이곳 모래사장은 대형 차량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평평해 자동차 경주 트랙으로 사용하기에 완벽했었다. 기록 세우기보다 그저 스릴을 만끽하고 싶어 하는 일반 스피드광들도 이곳 해변으로 모여들어 모래사장에서 자동차나  모토바이크로 광란의 질주를 하며 아드레날린 분출시킨다.


⇲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날, 그날은 겨울바다에 겨울비가 참 많이도 내리고 있었다.

이곳 해안길(Walws Coast Path) 절벽 경관이 아름답다는 소문울 접하고, 벼르고 벼르던 날이 장대비 쏟아지는 날이라니, 어차피 출발했으니 드라이브라 생각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펜다인에 도착해 주차장을 거쳐 마을 앞 캐러번 공원을 지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해변길에 다다랐을 때쯤, 우린 비 내리는 모래사장을 달리거나 걷고 있는 긴 승마 행렬과 마주했다. 그 짧은 순간, 참 미묘한 감정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휘몰아쳐 올라왔다. 물이 빠져나간 끝없는 모래사장에 말과 사람, 자연이 낮은 농도의 수채화가 되어 내 마음속 헛헛했던 공간으로,  뭔가 소중한 것을 채워주려 여태 비워둔  그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어느 한순간 헛헛했던 마음과 정신이 충만하게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기묘한 경험이었다.

다른 한쪽에서 질주하는 말을 탄 기수가 보인다. 그 순간 나는 또 그들에  섞여 함께 달리는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그날의 그 강렬함에 매료되어 이곳 또한 자주 찾아오지만, 그날처럼 그런 긴 승마행렬은 여태 보이지 않는다.


마을 앞 해변 산책로

마을 앞으로 난 긴 해안산책로는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견고하고 거대한 방파제가 팬다인 스피드 박물관까지 이어진다. 방파제 중간중간에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작은 계단이 이곳저곳 숨어있다. 방파제 위, 해변길엔 웨일스의  다른 해안가와 다르게  카페나 레스토랑, 기념품점, 아이스크림가게, 호텔 등 많은 건축물과 상점들이 해안로를 따라 길게 들어서 있다.


⇲ 해변길에서 만난 1944년 D-Day '노르망디 상륙작전" 참전용사를 잊지 않겠다는 문구와 조형물

이곳 해변은 한때 노르망디 상륙작전 훈련장으로 사용했었다. 해변 서쪽 절벽지역에 당시 노르망디 해안절벽파괴 연습을 위해 실제처럼 만들었다는 암벽 훈련장이 있다.


↓Caban호텔이 있는  Parry Thomas Center

웨일스출신 자동차 속도광이었던 비운의 사나이 Parry Thomas의 이름을 딴 빌딩

 ㅊ


⇲펜다인 스피드 박물관

2000년 5월 새로 단장해 개관한 스피드 박물관은  다양한 체험형 전시를 통해 100년 넘는 레이싱, 육상 속도시험 및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 초입 언급했듯 펜다인 모래해변이 속도 경쟁 트랙으로 사용된 기간은 짧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기록이 세워지고 뒤집히기를 반복하다 이곳 해안 모래사장에서 전설처럼 사라져 간  웨일스 출신 한 사나이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의 일생과 그들이 경쟁했던 모든 기록들을 박물관에 생생히 전시해두고 있다.

⇲ 해변에서의 자동차 속도 경쟁

1920년대 운전자들이 시속 150(240km) 마일에 도달하면서 도로와 경주 트랙보다 더 짜릿한 곳을 찾던 경쟁자들에게 Pendine Sands가 완벽한 솔류션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기록은 1924년 Malcolm Campbell(맬컴 캠벌)이 자신의 차 Blue Bird를 타고 기록한 것이다. 그 후 웨일스인 JB Parrt Thomas는 그의 차 Bobs를 타고 Campbell의 기록 깨기에 도전했지만, 그날 그는 전복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 Blue Bird

Blue Bird(선빔 350hp)는 1920년 선빔 회사가 제작한 항공기 엔진 자동차로, 항공기 엔진을 장착한 여러 대의 지상 속도 기록을 경신한 자동차 중 첫 번째 자동차다.

맬컴 캠벨은 차주를 설득해 차를 매입해 파란색으로 칠한 뒤 이름을 블루버드로 바꿨다 그 후 여러 지상 속도 기록을 경신하다 1924년 9월 24일 146.16 mph(235.23km)의 속도의 기록을 냈고, 그 후 자동차를 매물로 내놨지만, 패리 토마스가 Bobs와 함께 기록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추가 시도를 위해 차를 보관하다 1925년 7월 21일에 팬다인으로 돌아와 150.766 mph(242.52km)로 기록을 올렸다.  

자동차가 150 mph(240km)를 넘어 선 첫 사례다. 현재 Blue Bird는 영국 국립 자동차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 Bobs

Bobs는 원래 Chitty4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항공기 엔진 자동차 시리즈 중 하나인 Chitty Bang Bang에서 붙여졌는데, Parry Thomas는 이 자동차를  Bobs로 이름을 바꿔 사용했다. 엔지니어이자 자동차 경주자였던 토마스는 Bobs를 다시 디자인해  이용하다 시속 171.02마일(273.6km)의 지상 속도 기록을 경신했다.

1927년 3월 3일 웨일스 펜다인 샌즈에서 기록 경신을 시도하던 중 차량은 시속 100마일을 넘어가는 속도에서 제어 불능이 되어 차량이 뒤집어지고 토마스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차량은 펜다인 모래 언덕에 묻혔다. 비극적인 사건을  끝으로 펜다인 모래사장에서는 더 이상 자동차 속도 기록 경쟁은 하지 않고 있다.


↓ 포르셰 911fh

 2019년 5월 제프 아이젠버그가 포르셰 911fh 210 mph의 새로운 코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는 운전할 수 있는 지역이 많이 제한되어 있지만, 펜다인 센즈는 여전히 많은 자동차와 모토바이크 마니아들의 성지이자 광란의 질주를 꿈꾸며 찾는 해변이다.


⇲ Wales Coast Path를  따라가다.

첫째 사진은, 영국 웨일스 해안 어딜 가나 나오는 해안길 시작 안내표시다.

웨일스 해안 경로는 세계 최초로 한 나라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길로, 570마일(1,392km)의 경이로운 전망이 곳곳에 숨어있고, 지역마다 특별한 문화적, 역사적 명소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 채, 여전히 도도하고 고혹적인 모습으로 영국 웨일스 서・남쪽 해안을 지키고 있다. 그중 카마던 셔(펜다인마을이 속한 ) 구간은 총길이 67마일(107.2km)다. 이 경로 구간은 대부분 펜다인에서 4마일가량 절벽을 따라가며 동쪽으로는 가워반도, 서쪽으로는 텐비와 칼디섬을 바라보이는 멋진 전망을 제공하고, 펨브룩셔(곧 소개예정)와의 경계에 있다.

펜다인 마을 서쪽으로 나가면 해안 절벽으로 오르는 좁은 숲길이 펼쳐지면서 갑자기 가파른 언덕길로 이어진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까마득한 수직 계단 지옥이 나타난다. 오르는 길은 견딜만한데, 내려가는 길이 무척 힘들다.  

다리에 힘 풀어지면 지천에 널린  블랙베리 한 줌 따 입에 넣고 오물 거리며 해안을 내려다본다. 아름다운 절벽과 해안 풍경 하나하나 가슴속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 내려오는 길이 험해 두 번 다시 못 올 것 같다.


↓ Wales Coast Path 오르다 내려다본 펜다인 해변 모습

↓ 해안 산책 중 팬다인 해안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서보았다(개미가 먹이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한 작은 인간이 보인다.) 걷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모모가  해안가 아이스크림가게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이다.

↓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해안 풍경, 물 빠진 해안에 아이들과 보호자 무리가  열심히 바위웅덩이를 탐색 중이다.


⇲ 말(馬)을 타고 모래 위를 달려보거나, 숲 속을 거닐어 보자.

자동차의 짜릿함보다는 나는 말이 더 끌린다. 쭉뻗은 늘씬한 다리로 비록 모래사장이라 편자 소리의 경쾌함을 느낄 수 없지만,  말과 하나되어 모래사장을 유유히 또는 쏜살같이 달려보고 싶어 진다. 이곳에 승마체험과 말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 초보자를 배려해 숙련된 직원이 승마 기술을 가르치고, 그래도 도움이 필요할 경우 도보로 말을 인도해 준다.

⇲ 지역 산적들의 밀수품 보관 동굴

지역 밀수꾼들의 밀수품을 숨기는 데 사용했다는 Green Bridge 동굴


⇲ 영국 국방부 방위산업 기술회사(MOD)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펜다인 샌드를 인수하여 사격 연습장으로 사용했다. 해변의 일부는 여전히 국방부 소유이며, 눈에 띄는 표지에 폭발하지 않은 탄약의 위험을 경고하고  대중의 접근이  제한된 구역이 있다. 해안 일부는 사격 연습중일 때는 폐쇄된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도 해변 한쪽에서 사격소리가 요란했지만, 누구도 동요하지 않고, 어떤 이들은 아이들과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휴식을 즐기고, 어떤 이는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변에서는 총소리가 파도소리에 묻혀 크진 않았다. 해변 산책을 마치고  놀이터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제법 소리가  크게 들렸고, 유쾌하지 않은 소리였지만 그곳에  있는  아이와 부모들도 여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그들의 행동에서 보이지만, 그래도 좀 그렇다. 사격장 바로 곁에 어린이 놀이터를 두다니......,


↓ 어린이 놀이터 바로뒤 철책선이 MOD, 각종 무기 시험, 평가 및 훈련장이다.

↓ 놀이터 옆, Parry Tomas Center에 있는 카페에 앉아 따뜻한 블랙티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여독을 다. 창밖은 잠시 화창했다 다시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 영국의 변화무쌍하고 지랄 맞은 날씨 탓인지 이번 여행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체험을 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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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까?

벌써 우린 다음 여행지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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