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카손(Carcassonne)은 인근도시 Albi(6화에 소개)와 함께 프랑스 역사의 한 중심에서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곳으로, 도시 전체가 1100년대에 지어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세 성채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프랑스 남부 옥시타나 지역(프랑스 18개의 행정구역 중 한 곳)의 오드주(오드강 이름을 딴 주)의 요새 도시로 아름다운 오드강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도시, 오드강 북쪽에 있는 원래 언덕 위의 카르카손 시테와 오드 강 남쪽에 있는 13세기 카르카손 바스티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프랑스 인들이 '까까송'이라 부르는 이곳은 한국에서는 보드게임 이름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하 '까까송'으로 표기)
* 프랑스어 시테(Cité)는 도시로 번역된다.
➢ 남프랑스 여행동안 툴루즈를 거점 삼아 다니다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툴루즈에 잠깐 머물렀던 딸아이 집에 짐을 풀어놓고 우리는 거의 매일 툴루즈와 인근 소도시를 여행했었다.
5월 어느 새벽, 딸 집을 빠져나와 구글님의 도움으로 툴루즈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서 이동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자칭 철저하다는 모모는 전날 툴루즈 시내 관광 중 부러 딸내미 집에서부터 터미널까지 걸어보는 시뮬레이션을 펼쳤지만, 동트기 전 낯선 새벽길이라 골목길을 잘못 들어 진땀을 빼기도 했었다. 그럴걸 감안해 여유롭게 집을 나서서 걸어 30분 거리를 1시간에 걸쳐 툴루즈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까까송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나오느라 선잠을 잤던 우리는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긴 단잠에 빠져들었다. 주변이 부산해 일어나 보니 까까송 센트럴 버스 터미널이다.
터미널에서 나온 우리는 도심을 지나 까까송 중세도시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가는 중간 낯선 골목에 한눈팔다 잠깐 길을 잃기도 했지만, 아침 운동 중인 멋진 노신사의 도움으로 도시 구경은 물론 이른 아침 마을 광장에 펼쳐진 장터 구경 중따끈한 바게트를 하나 사들고 행복하게 까까송으로 이동했다.
➢ 유럽 여행 중 나라 간,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은 대부분 '플랙스버스 & 블라블라버스'를 이용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노선의 정거장 위치만 잘 찾는 다면(앱으로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게 잘 나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승차권도 앱으로 예매가능 하기에 우리는 대부분 블라블라 버스를 타고 남프랑스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 낯선 곳에 주는 생경함과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렘이 뒤섞여 까까송 입성 전부터 성밖 세상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빌 바스 지역과 시테지역(중세도시)을 이어주는 옛 다리(Pont-Vieux) 옆, 다리와 연결된 작은 교회를 발견하고 또 발걸음을 멈춘다. 교회는 가장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특별할 거 없지만, 보랏빛 스테인드글라스가 회색빛 교회에 포인트를 준다.
↓ 잿빛 오드강, 잿빛이지만 그림같이 아름답다.
⇲ 5월의 오드(Aude) 강 주변은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있었다. 성채로 들어가는 입구가 온통 꽃내음으로 가득했다. 저만치 까까송 성채가 보이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한참을 다리 난간에 앉아 있었다. 순간은 영원하니, 그 영원함 속에 향기를 각인시켜 두고,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맡으려는 마음이었다.
⇲ 중세도시로 들어가는 관문, Pont Vieux(옛다리)
14세기에 지어진 옛다리, 다리 아래 강둑은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준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면 긴 강둑을 아름답게도 조성해 놨다. 특히 아카시아 나무 행렬이 길게 펼쳐진 그 산책길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곳으로 남아있다.
⇲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아카시아 군락지를 빠져나와 걷다 보니 어느새 성채 앞이다.
1849년 프랑스 정부는 이 아름 다운 성채를 철거하기로 결정했었지만, 지역주민과 고고학자, 문학가, 건축가 등 많은 이들이 하나 되어 요새 살리기 캠페인을 이끌어 결국 정부의 철거 결정을 뒤집었고, 1853년 요새의 복원작업에 돌입한다. 덕분에 중세 성채와 성벽으로 완벽하게 복원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났고, 우리는 아름다운 성벽 위를 걸으며 성과 성안팍의 아름다운 풍경을 꿈꾸듯 감상할 수 있었다.
한때 철거될 위기에 처했던 성채가 현재는 프랑스에서 다섯 번째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옛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지켜낸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감사하고 경의를 표한다.
↓ 오드강의 오른쪽 강둑에 위치한 이 중세 요새 도시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까까송은 도시나 성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이전의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최초의 마을 오피둠(철기시대 유럽의 요새화된 정착지)이 발견되기도 했고, 기원전 122년에 로마제국에 정복당한 이곳은 와인 무역 덕분에 번창한 곳이기도 하다. 로마 인뿐이겠는가? 서고트족, 사라센족, 프랑크족 등, 뺏기고 뺏았았던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는 흐르고 흘러 지금은 이 아름다운 자연과 성채를 여행객들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다.
↓까까송 성채에 들어가기 전, 이국적인 여인의 흉상과 그 아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판이 보인다. 이 여인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올릴 예정이다.
↓ 중세성문을 통과해 중세 도시로 들어가 보자.
↓ 성문을 통과해 성채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골목길과 작은 중세 집들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름다운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으로 변모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 유난히 예뻤던 골목길 끝에서 만난 광장 레스토랑, 사진보다 훨씬 예뻤고, 그림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을 다 담아낼 수 없는 실력이 아쉬울 뿐이다.
레스토랑앞면과 한쪽 담벼락을 휘감고 있는 연초록 잎사귀는 포도덩굴이다. 콩알 같은 포도송이가 조랑조랑 열려있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봤고..., 포도송이 그늘에 앉아 멋진 점심을 원했지만..., 낭만에 콩 볶는 소리 그만!!! 하고 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