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함 vs 신중함
https://brunch.co.kr/@stillalive31/73
우연히 브런치를 둘러보다 마치 나에게 하는 듯한 이야기가 있어 공유를 한다.
브런치 내에서 가장 공유가 많이 될 게시글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아마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상황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밀접하게 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에게 가장 크게 와서 꽂힌 단락은 "우유부단함과 신중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가득한 요즘, 작가의 글은 나를 꾸짖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태는 우유부단함인 것인가 신중한 것인가. 사실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면 신중함보다는 우유부단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다는 자아탐색의 욕구가 강했다. 퇴사를 한 1년여 동안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들 속에서 나의 욕구를 쉽게 발견해 내지는 못했다. 얼마 전에 아는 형을 만나 이런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형은 내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는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결국 네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이 계속 겉에서 맴도는 듯한 느낌이 들어.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너는 자신의 욕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한 것 같아. 1년 동안 나름의 경험을 했지만 그 리소스들을 가지고 네가 어떤 것을 할 때 좋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탐색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여행을 다녀오고, 출간을 준비하고, 장사도 하며, 분명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경험들을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숱하게 고민했던 "왜?"라는 고민을 또다시 놓치고 있었다. 물론 "왜?"라는 고민을 당시에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깊이가 얕았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마도 위의 글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우유부단함의 2번째 이유에 속할 것이다.
"지식의 부족"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장점과 단점, 이익과 비용을 냉정하게 분석해서 결정하는 과정은 신중함이라고 했다.(본문중) 다시말해 많이 알지 못한다면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결국은 신중한 것이 아니라 판단을 내릴 리소스가 없는 것뿐이며 그렇기에 판단은 신중함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지부진하게 유보되는 것일 뿐이다. 이는 인정하긴 싫지만 어리석고 우유부단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며 그래서 결국은 '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몰랐던 시기와는 대조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겪는 이유는 결국은 정보도 없고 명확한 욕구도 없으니 이것저것 겉으로 좋아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고 있는 것과 같다. 여행을 통해 무엇이 즐거웠는지,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뭐가 재밌는지, 장사는 뭐가 어렵고 어떤 점이 나에게 맞는지와 같이 스스로를 분석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과정이 나의 욕구를 파헤치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파헤쳐진 욕구를 종합하여 그를 바탕으로 한 커리어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넘쳐나는 수많은 갈림길 중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