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Dec 25. 2021

OKR에 대한 생각 마무리

제도는 단순하게, 형식은 도구일 뿐

기업에 입사하면 일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겠지요. 이를 간단히 그려보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혼자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일들을 수행하고 그렇게 각자의 일들이 서로 연결되어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을 여러 사람들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보면 다음과 같이 만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우리는 그 제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렇게 일을 해왔습니다. MBO이든 BSC든 혹은 OKR이든에 상관없이 일이 있고 그것을 수행하고 결과를 만드는 방식은 언제나 동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OKR로 일을 하라고 말을 합니다. OKR을 활용해 일을 하는 건 어떤 걸까요? 위의 일 - 수행 - 결과의 패턴과 다른 방식일까요? 아마도 다르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OKR로 일을 하라는데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현장에서 OKR을 도입해보고자 했던 분들이라면 이와 비슷한 질문들을 많이 받아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이구요. 만일 이 질문에 대해 OKR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답을 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OKR이 구성원 분들에게 잘 전달될까요? OKR을 주장하는 이가 경영자 혹은 HR 부서라는 이유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요?


OKR에 대한 생각 by opellie

OKR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긍정적이라 말을 해왔습니다. 그 이유도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Simple! 단순하다 라는 말로 말이죠. 단순하니까 직관적이니까 제도를 설계하는 이들은 복잡한 설계를 해야 하지만 제도를 이용하고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것.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새로운 도구임에도 우리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그리고 빠르게 익숙해져 갔던 것처럼 말이죠. 

직관적이라는 것. 단순하다는 것을 HR제도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를 개인적으로는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이라 말을 합니다. 일에 집중하고 일 이외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라 할까요. 일-수행-결과라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에 가장 가까운 상태로서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OKR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서 단순함을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럼 MBO와 무슨 차이냐?라는 의문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MBO도 PDS라는 기본 구조를 가지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MBO와 OKR이 서로 완전히 다른 별개의 것이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기본 성격은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잠시 앤드루 그로브의 책 hihg output management의 문구를 인용합니다. 


MBO의 기본 원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면 그곳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성공적인 MBO 시스템은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충족시키면 된다. 
1. 어디로 가길 원하는가? [이 질문이 답이 목표 objectives다]
2. 그곳에 도착했는지는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이 이정표 혹은 핵심 결과 key result이다.
출처: high output management, 앤드루 S. 그로브, 청림출판, p161


그럼에도 MBO보다 OKR이 더 긍정적이라 말하는 이유는 우선 MBO가 제도 본래의 성격에서 벗어나 실무적으로 운영되어 오면서 MBO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게 더 낫다는 점, 그리고 실무적으로 운영되어 온 MBO가 관리와 감독, 통제와 판단을 주목적으로 활용되어 왔다면 OKR은 이렇게 활용될 가능성을 조금 더 줄이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자율성'입니다. 어디로 가길 원하는지가 정해지고, 그곳에 도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무엇'을 정했다면 그 방향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실무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그 다양성이 다시 KR로 수렴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 KR은 일종의 징검다리로 그 KR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우상향의 방향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될 겁니다. 


일-수행-결과의 프로세스와 성장

주니어 시절 우리는 일을 하다 막히거나 도움이 필요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상급자에게 물어보는 게 무서워하지 못하거나 물어보았다가 핀잔을 들었던 경험들도 있습니다. 그때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주거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시행착오보다는 보다 성공적인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 거고 좀 더 나은 경험들을 만들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기계는 아닙니다. 일을 통해 우리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들의 성장에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 제도, 장치들이 아닐까요. OKR은 단순히 우리가 일-수행-결과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피드백과 지원을 받고 동시에 우리도 다른 누군가에게 피드백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OKR에서 피드백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피드백이라는 단어 역시 앞서 MBO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미 그 단어의 개념을 '인식'하고 있을 수 있기에 본 글에서는 코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OKR에서 코칭은 상급자로서 코치와 하급자로서 코치이가 아니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코치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코치이로서의 대등한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직위에 의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경험과 생각, 관점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코칭은 이러한 관계를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이에 위의 그림에 코칭의 개념을 더해 그려보면 아래와 같이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림이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말 그대로 가능한 많은 코칭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노란색 화살표는 이러한 코칭 관계들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가치를 중심으로 각 기능별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기능 내에서 실무자간 혹은 기능 간에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호 코칭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와 전문성

이러한 코칭 관계의 형성에 있어 정보공유와 전문성은 중요합니다. 정보가 공유되어야 코칭 관계 형성이 가능하며 우리 개개인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코칭의 contents에 있어 상호 존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의 수많은 부품들, 그리고 Simple!

OKR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OKR은 simple! 해야 하고 simple합니다. 위에 인용한 앤드루 그로브의 말만 기억하면 됩니다. 


1. 어디로 가길 원하는가? [이 질문이 답이 목표 objectives다]

2. 그곳에 도착했는지는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이 이정표 혹은 핵심 결과 key result이다.


반면 OKR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 설계자로서 HR 담당자라면 심플한 OKR을 전달하고 완성하기 위해 OKR을 구성하는 부품으로써 요소들과 개념들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OKR이 심플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자율성과 전문성, 코칭 관계의 형성과 이들의 연결 등에 대한 가능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우리 조직은 OKR을 하고 있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조직에 OKR이 일 하는 방식으로서 정착되어 정말 그게 조직과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어를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Objective와 KR

조금 오래전에 국내에서 BSC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개념들이 현장에서 활용되기는 하지만 우리는 BSC를 한다고 말하는 기업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당시 국내 기업 중 나름 BP라 불리는 기업에서 BSC를 도입했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그분의 말은 BSC를 도입하기 위해 정말 많이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확신이 섰고 도입 당시 부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도입한 이후에 긍정적인 입장들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덧붙이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BSC가 다시 실적 쪼기를 위한 제도로 바뀌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왜 하는가?라는 방향성이 상실되었고 KR은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지표가 아니라 잘하고 못했음을 판단하는 지표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향성으로서 objective와 그 방향성을 향해 잘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KR이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도도 방향성을 잃으면 쉽게 망가집니다. 우리가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아무리 담대하고 도전적인 목표라 하더라도 어느 순간 지칠 수 있습니다. 목표도 안보이고 심지어 지금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형식과 OKR

모든 제도에서 형식은 중요합니다. 그 형식은 제도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한다며 형식만을 도입하면 그 제도는 말 그대로 껍데기만 있을 뿐 '제도가 없어도 되는 상태'를 추구하는 제도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게 됩니다. 형식은 있는데 전달하는 메시지가 없거나 그 메시지가 일관성 없이 바뀌거나 혹은 기존의 일 하는 방식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형식과 더불어 그 형식에 담긴 이야기로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스토리의 주인공은 기업의 구성원 분들이지만 간단한 스토리, 일종의 내러티브 같은 개념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합니다.

형식은 제도를 구성원 분들에게 전달하는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HR은 1+1이 2라고 정하고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역할보다는 1+1이 2가 아닐 수 있음에 대한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정답이 없습니다.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이러한 성격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1+1이 2가 아닌 논리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적어도 HR에서 혹은 우리기업에서만큼은 1+1이 2가 아닌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기업에서 일종의 제도 논리가 되면 우리 기업만의 조직문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물론 다른 기업들이 알고도 모방할 수 없는 그런 요소가 될 겁니다. 


OKR에 대한 한 개인의 생각이 HR에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분들께, 그리고 OKR을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생각의 균열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생각의 균열'을 제공함으로써 OKR이 기업과 구성원 개인 모두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계속 진화하길 바랍니다. 앤드루 그로브가, 인텔이, 구글이, 넷플릭스가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그 구체적인 모습을 찾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