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을 알기 위한 세 가지 활동
학창시절의 저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맞추는 사람'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내고 저는 그 문제를 맞추는 방식이었죠. 공부를 잘 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견해들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제 나름대로 그 문제를 맞추기 위해 제법 열심히 했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학생으로서 시간을 보내고 HR이라는 일을 만납니다. 기업 내에서 opellie는 'HR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고 주변 동료들이 HR에 관한 질문들을 해오면 답을 해야 했습니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낸 문제와 HR을 하면서 받은 질문은 제 입장에서 답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같았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달랐죠. 선생님의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었고 설사 제가 틀린 답을 말해도 그것이 틀릴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HR담당자로서 제가 말하는 답은 그 자체가 정답으로 인식되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죠.
Opellie라는 아이를 기준으로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하기까지 대략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듯 합니다. 당시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 프로젝트 이후 비로소 내가 아는 것에 대해 그래도 조금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었거든요. 그때 개인적으로 소장용으로 만들었던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시작하는 문구를 소개합니다.
Opellie, 옹알이를 시작하다
언젠가부터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말이라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고 느끼며 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이 서른이 넘은 후에야 비로소 나 자신에 대한,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옹알이릃 하기 시작한 걸 보면 역시나 난 아직 어리구나, 난 아직 부족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어느 샌가 그 옹알이들을
내가 가지고 다니는 수첩에
내가 만들어가는 블로그에
내 PC의 문서 프로그램에
조금씩 젂어 나가고 있었나 보다
- Opellie, 그가 사는 이야기 중에서
대략 5년이라는 시간, 그러니까 제가 HR담당자로서 옹알이를 시작하기 전까지 제가 주로 했던 행동들은 크게 수집하기 - 연결하기- 증명하기의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수집은 정보의 질적인 수준에 상관없이 가능한 많은 정보, 생각, 산출물, 사람 등을 마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온라인 공간에 공유된 자료들을 만나면 따로 저장해두기도 하고, 참석이 가능한 곳이라면 오프라인 모임, 세미나 등을 찾아다니고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학원을 다니는 등의 활동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수집에서 그 정보의 질적 수준보다는 양적인 측면에 좀더 중점을 두게 됩니다.
연결은 수집한 정보들을 연결지어보는 활동을 말합니다. 연결하기는 다시 생각하기와 기록하기의 두 가지 하위행동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는 우리가 만나고 모아든 정보들 간에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정보들이 사실은 단일의 정보라기 보다는 여러 지식, 사실, 생각 등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단일의 정보만으로 우리는 그 정보를 구성하고 있는 지식, 사실, 생각 등을 구분해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정보들을 연결하다보면 그들이 보여주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그러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연결하기를 구성하는 활동으로 생각하기와 더불어 이야기해야 하는 건 기록하기 입니다. 수많은 자기계발 에 관한 도서, 글에서 강조하는 메모하는 습관 말이죠. 사실 생각하기는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해야겠어"라고 마음먹고 하는 생각하기도 있겠지만 길을 걷는다거나 샤워를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무언가 다른 활동들을 하는 과정에서 불쑥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 경험상 그렇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이 집중해서 하는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았기도 하구요. 이럴 때 우리는 그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엇 무언가 생각을 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연결하기(생각하기+기록하기)에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일을 미루는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미뤄도 되는 기한을 정하는 거죠. 그렇게 일을 미루는 기한이 정해지면 이제 우리는 그 날짜까지 그 일에 대한 직접적인 의무감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킵니다. 그리고는 다른 일들을 하는 거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다른 일들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미루어 두기로 한 일과 연결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땐 얼른 기록을 해야 하죠. 퇴계로 사거리를 가득 메운 출근길의 자동차와 그들을 교통정리하고 있는 경찰관을 보면서 인사평가의 객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던 제 경험처럼 말이죠.
증명하기는 말 그대로 증명해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수집한 정보들을 재료로 그들을 생각과 기록이라는 활동이라는 조리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결과물로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우리는 다른 단어로 '경험'이라 말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이란 경혐을 했다 혹은 해본 적 있다라는 과거형 의미가 아니라 지금 현재 할 수 있다, 즉 증명할 수 있다는 현재형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집하고 연결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우리들의 경험을 하나, 둘 만들어간다면 우리는 그래도 우리가 하고 있는 분야에 있어 제법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우리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행동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다음은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Opellie#자기계발#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