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불완전함에 솔직해진다는 것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은
내가 가진 불완전함에 솔직한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간혹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어도, 지금 우리들 눈으로 책을 보고 있어도 그 내용들이 머릿속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 순간을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들 머릿속이 너무 많은 생각들로 복잡해서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저는 스스로 눈과 귀를 잠시 닫아두는 선택을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임계점이라 부르는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는 순간이 그렇지요.
물컵에 물을 따랐을 때 그 물이 넘치지 않고 우리가 물을 따르는 목적에 부합하게 컵을 채우려면 컵에 물이 추가로 들어갈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이 넘쳐서 컵 이외의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로 물이 흘러가서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부가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날 테니까요.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음을, 달리 말해 아직 완전한 존재가 아님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물을 채우기 위한 공간을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여유를 확보한다고 하면 우리는 '비우기'를 먼저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가득 차 있는 공간을 비운다는 건 그 공간을 채운 내용들 중 일부를 버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자기계발 관점에서 저는 '비우기' 대신 '돌아보기'와 '표현하기'의 두 가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평소 사람의 뇌라는 것이 가진 힘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한 해에 호기심으로 신청한 심리학개론 강의에서 생물학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며 내 길이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던 저이기도 하지만요. 이번 글에서 말하는 돌아보기는 비우기보다는 머릿속에 색인을 만들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일종의 정리를 통해서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죠.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간혹(?) 사용했던 '짱박기'가 아니라 도서관에서 무수히 많은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색인을 정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중요한 영향을 제공하는 요인을 핵심성공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라고 불렀다면 여기에서 색인은 핵심연결요인(CCF, Critical Connect Factor)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연결요인은 우리가 시간이 지나서 어느 순간 필요할 때 생각을 전개할 수 있게 해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CCF를 떠올림으로써 자연스럽게 CCF와 연결된 다른 장면, 말, 상황, 사람, 환경 등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영역으로 나오게 하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기는 말은 쉽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가 조금 애매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듯 구체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돌아보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동으로 '표현하기'를 제안합니다.
표현한다는 건 다양한 모습으로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저처럼 브런치 등의 사이트를 정해놓고 평소의 경험과 생각들을 계속 기록하는 글쓰기도 표현하기의 구체적인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직은 낯설다면 비공개 글로 써볼 수도 있겠죠. 일기를 써보는 것도 표현하기의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단 학창 시절에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했던 일기가 아니라 단어 그대로 오늘 하루를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이죠. 말하기도 표현하기의 좋은 방법이 됩니다. 친한 누군가와 대화를 통해 말로 표현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누군가에게 생각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종의 독백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독백은 대화가 아니라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표현하기를 통해 우리들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니까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때로는 독백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생각의 정리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보다 온전히 우리의 생각과 말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가능한 이러한 표현하기의 시간을 자주 가진다면 보다 도움이 될 겁니다.
우선은 동일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가정할 때 시간이 지난 후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우리들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기한 경험은 우리가 그 상황을 모두 외운 것이 아님에도 핵심연결요인이 일종의 연결고리가 되어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일 겁니다.
다음으로 위와 같은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상황 혹은 대화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다시 말해 상황 혹은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10여 명이 모여서 직장 내 세대갈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고 해볼까요? 10여 명의 말들을 모두 기록하면 매우 많은 양의 문서들이 남을 겁니다. 물론 그들을 모두 정리한다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핵심연결요인들을 중심으로 맥락을 이해하면 토론 내용을 훨씬 더 짧은 시간에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친한 친구들 몇 이외에 다른 분들을 만날 때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극존칭까지는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자 노력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누군가를 만날 때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누구나 배울 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내가 잘하는 것을 상대방이 못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내가 못할 수도 있음'이라 할 수 있죠.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못하고 모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하고 잘 아는 것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를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는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팃포탯(Tit for Tat)의 상호작용원리를 기반으로 하므로 상대방이 그에 대한 우리의 존중을 왜곡하거나 존중으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에 맞게 행동을 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돌아보기> 표현하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한 솔직함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우리는 전문성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전문성이란 나 자신이 나를 향해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성은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들이 인정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 전문성이라는 단어를 강조합니다. 사람마다 전문성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성을 본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려 합니다.
전문성이란,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 경험, 정보 등을 기반으로 자신의 강점과 부족함을 이해하는 것으로서 「자신있는 겸손함」을 통해 다른 분야로 자신의 지식, 경험, 정보를 확장해갈 수 있는 특성이다. - Opellie
위의 전문성에 관한 정의에 기반하여 우리는 우리가 자기계발을 통해 만들어가고자 하는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T자형 인재' 말이죠.
#Opellie#자기계발#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