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자형 인재를 위한 솔루션
T자형 인재는 문자의 모형처럼 세로축과 가로축의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로축은 그림에서 보듯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의 깊이'를 의미합니다. 이는 자신의 부족함에 솔직하게 타인의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는 힘으로서 자신 있는 겸손함(confident humility)의 근원이 됩니다.
반면 가로축은 자신의 그림에서 보듯 자신의 분야를 확장하는 모습을 가집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의 전문성 관점에서 다른 분야를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분야는 새로운 관점을 만날 수 있고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분야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로축으로서 전문성의 깊이를 우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미 정해져 있는 지식, 정보, 경험을 익히는 것은 전문성의 깊이를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한 행동이지만 이들만으로 세로축의 전문성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서 글에서 우리는 아는 것을 알기 위한 행동으로 '수집하고 연결하고 증명하기'라는 세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죠. 이러한 경험은 분명 분야 전문성을 갖추는 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T자형 인재로서 '분야 전문성의 깊이'는 이러한 경험에 하나를 더 이야기합니다. 그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지난 시간의 경험이 주는 익숙함 내지 편안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Chris Agyris는 조직의 학습 방식으로 '단일 순환 학습(Single loop learning)'과 '이중 순환 학습(Doublel loop learning)'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 규범 안에서 오류를 확인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학습활동을 단일 순환 학습이라고 한다면, 이중 순환 학습은 기존 규범과 그 기본 전제와 가정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존 규범'을 '기존 경험'으로 바꿔보면 우리는 경험에 있어 single loop와 double loop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Single loop 경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경험 안에서 문제의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활동
Double loop 경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경험을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인식하고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활동
위에서 설명한 경험에 있어 single loop 경험과 double loop 경험을 개인적으로는 경험을 정답으로 사용하는 것(single loop 경험)와 경험을 재료로 활용하는 것(double loop 경험)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경험을 정답으로 사용하는 경우 우리는 현재의 상황을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 경우 경험은 지금 당장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불안함을 줄여주는 효과를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생각의 수용, 즉 앞서 아는 것을 알기 위한 활동으로서 수집 기능을 제한하게 됩니다. 특히 기존의 경험과 배치되는 의견이 제시되었을 때 그 의견의 합리성 여부와 상관없이 경험과 다름을 이유로 배척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유형을 우리는 간혹 "꼰대"라는 이름으로 규정하기도 할 겁니다
경험을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 우리는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서 경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과거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에 대응하여 해결되었는지를 해당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현재 동일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공유함으로써 기존의 경험이 새로운 관점, 생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이 됩니다. 이로서 경험을 가진 이는 그 경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이들은 간접적으로 그 경험을 공유받을 수 있게 됩니다.
T자형 인재에서 세로축으로서 분야 전문성의 깊이는 우리가 경험을 single loop가 아닌 double loop로, 즉 정답이 아닌 재료로 바라보고 사용할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경험이 주는 익숙함에서 스스로 벗어나 기존의 경험을 확장하는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경험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경험이 완벽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상태는 변화를 할 수 없습니다. 얼음이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물이 되어야 하죠. 경험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새로운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불균형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래서 경험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리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의도적인(on purpose)'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그 의도적인 노력이 한두 번 만이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지면 그다음은 그 '의도적인 노력'이 훨씬 쉬워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보면 「세로축- 분야 전문성의 깊이」를 만드는 것은 '경험의 괸리를 받거나 경험을 관리하거나'로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선택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경험의 관리를 받는 삶도, 경험을 관리하는 삶도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겁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이슈일 뿐입니다. 다만 만일 T자형 인재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시다면, 혹시나 이 글을 보시면서 'T자형 인재로서 나 자신'을 떠올리시는 분이시라면 경험을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해보신다면 제법 좋은 모습으로서 우리들을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Opellie#자기계발#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