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knows what attention is. It is the taking possession by the mind, in clear and vivid form, of one out of what seem several simultaneously possible objects or trains of thought. Focalization, concentration of consciousness are of its essence. It implies withdrawal from some things in order to deal effectively with others... William James (1890), The Principles of Psychology, I: 403–404
Attention이란 동시에 가능한 여러 대상이나 연속된 생각들 중 하나를 명료하고 생생한 형태로 보유하는 것이다. 그 본질은 집중, 의식의 집중이다. 이는 무언가를 보다 효과적으로 마주하기 위해 이외의 다른 요소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A기업은 여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상대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상대평가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우리는 서열화, 등급화를 이야기합니다. 현장에서 우리는 서열화를 '나래비'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어 ならび [並び]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하니, 나래비 보다는 서열화라는 표현을 쓰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서열화는 말 그대로 일정한 기준, 인사평가에서는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순서를 매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서열을 정하고 나면 우리는 사전에 정한 등급별 비율로 각 등급별 인원을 정하죠. 이를 우리는 등급화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대평가제도는 구성원들의 주의(attention)를 평가결과로써 등급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이는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일을 잘하면 좋은 등급을 받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평가제도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말 그대로 상대적입니다. 내가 잘했다고 해도 나보다 더 잘했다고 판단되는 누군가가 있다면 덜 좋은 등급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90점과 89.9점 사이」로 말하기도 합니다. 0.1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제도에만 의존하다 보면 「90점과 89.9점 사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운영'이라는 요소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설계한 대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으로 설계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것이죠.
그럼에도 서열화/등급화로 대변되는 상대평가제도는 구성원의 주의를 등급, 부연하면 보상과 연결된 등급으로 수렴하게 만듭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영업을 담당하는 구성원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올해는 목표가 너무 높아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겠어. 올해 적당히 해서 내년 목표를 조정해서 내년에 잘 받아야 할 거 같아"
A기업은 고민을 합니다. 구성원들이 일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현재 운영 중인 상대평가제도는 구성원들이 일이 아닌 등급과 보상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A기업이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건 제도를 실제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서열화/ 등급제에 기반한 상대평가제도를 실제 운영하면서 상대평가제도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을 인식하였음을 말합니다. 간혹 제도설계와 운영을 구분하여 제도 설계는 멋진 일로 운영은 수동적이고 누구나 쉽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보곤 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이가 제도를 설계하면 그 제도는 궁극적으로 조직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도는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은 운영을 통해 보완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가진 제도 설계자는 자신이 설계한 제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설계한 제도의 완벽함을 주장하기 위해 운영 단계에서 확인된 불완전함을 부정하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제도 운영은 주어진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제도를 주어진 대로 하는 것이 아닌 제도를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제도가 여러 단점이 있다는 이유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들을 해볼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는 상대평가 기준 적용을 완화해서 89.9점을 90점과 동일 등급으로 인정해 주는 시도를 해볼 겁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평가를 버리고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시도를 해볼 겁니다. 그중 또 다른 누군가는 개인평가제도 자체를 없애고 팀 등의 단위조직을 중심으로 하는 성과평가제도를 만들어내기도 할 겁니다. 이러한 개선 과정을 통해 우리는 구성원이 일에 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갈 수 있겠죠.
제가 인사실무자분들이 제도를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이고
지금 제도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건 결국 우리 인사실무자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