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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26. 2024

16. 제도와 조직변화관리

"10년 전 (방식의) 인사를 (하라면) 할  수도 있고 2024년 현재 인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인사를 원하시나요?"


우리는 기업이라는 조직을 「개방체계」로 말합니다. 개방체계로서 기업은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 그리고 기업 내 구성원을 포함하는 내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위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을 유지합니다. 항상성은 '생물이 최적 조건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최소화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고 하죠. 


외부환경으로서 사회가 변하면  그 안에서 존재하는 기업은 변한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킴으로써 일종의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사회의 성원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때로는 과거에는 암묵적으로 인정되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원래부터 그랬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사회의 변화에 맞게 사회의 성원으로서 조직/기업도 변할 필요가 있음을 말합니다. 


확률적 변화(probabilistically converge)

확률이란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 혹은 경우의 수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특정 사건은 발생하길 기대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죠. 이는 인위적인 방향제시  및 조정 등의 개입이 없는 자연발생적 상황을 기본으로 합니다. 일상적 행위들(routine behaviors)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화라 말할 수 있습니다. 

확률적 변화는 나침반도, 키도 없는 배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상태와 같습니다. 조류의 흐름에 배를 맡기는 거죠. 운이 좋다면 우리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왔던 신대륙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와 비슷한 확률 혹은 그보다 높은 확률로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힘에 의한 변화(leverage)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모두가 눈이 보이지 않는 세상은 일종의 확률적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죠. 그런데 어느 날 목소리 큰 사람이 등장합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이끌겠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따르지만 그의 말을 믿어서  혹은 그가 하는 말이 논리적/합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동의해서라기보다는 그가 목소리가 큰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의 말을 따릅니다. 보이지 않고 볼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변화가 가지는 한계는 명확합니다. 리더가 이야기하는 방향이 정말 올바른 방향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리더 역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가진 사람임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죠. 만일 리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해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연결될 겁니다. 이들의 예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돌프 히틀러를 생각해 볼 수 있죠


수렴을 통한 변화(convening)

'수렴한다'는 건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것들이 한 지점으로 모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수렴이라는 단어가 다양성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따라서 수렴을 통한 변화는 먼저 수렴되기 이전 단계로서 다양한 의견들이 펼쳐지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포함합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수 있도록  하고 표출된 의견들이 서로 만나 서로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 조정하는 과정을 수렴을 통한 변화는 이야기합니다. 

수렴을 통한 변화를 만드는 도구로서 인사제도

우리는 인사제도를 통해 우리 기업이 '수렴을 통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조직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사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대화(conversation)를 유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방향성의 의견들이 자연스럽게 제시될 수 있는 제도/장치를 만들고(feedback), 기업 구성원이 잘한 것을 인정(recognition)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제공하는 일련의 제도를 만들고 운영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는 필요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발생한 갈등을 조정하며 필요한 경우 일종의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사는 우리 기업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적, WHY

인사제도가 수렴을 통한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인사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WHY라고 말합니다. WHY는 우리가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게 하는 힘입니다. 그 WHY는 추상적이지만 바람직하고 그래서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어야 합니다. 인사담당자로서 저는 이 WHY를 '성장'이라는 단어로 말합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으로서 인사제도」라는 표현이 있죠. 이 방향성이 정해지면 인사제도에 포함되는 하위의  구체적인 제도들은 그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목적으로 설계되고 구체화됩니다. 


제도운영과 조직변화관리

조직변화관리에 있어 제도설계/도입과 제도운영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말하면 저는 제도운영이라고 말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변화'를 해야 하니까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거나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라고 말하곤 하죠. 

어느 일방이 중요하고 다른 일방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상대적인 차이를 생각한다면 조직변화관리에 있어 중요한 건 제도설계/도입보다는 제도운영이라 말씀드립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인사제도를 통해 '수렴을 통한 변화'를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수렴은 다양성을 필요로 하며 그 다양성은 설계/도입이 아닌 운영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제도설계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제도운영을 강조하는 이유이자 제도를 운영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주어진  제도를 주어진 대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제도 운영과정을 통해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그 다양성을 데이터화하고 이들을 조정하고 한 지점으로 수렴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 달리 말해 기업 내 다양한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조율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제도운영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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