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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02. 2024

17. 제도화가 이루어진 상태란

공동체의 완성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더 이상 제도가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제도는 기본적으로 조직과 사람을 통제합니다. 근태관리제도는 아침 9시까지 사전에 정한 장소에 도착할 것을 요구하고, 연차휴가제도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에게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휴가를 청구할 수 있게 하며 그 청구를 받은 조직이 100% 마음대로 하게 하는 것을 일정한 조건을 걸어 제한을 하고 있죠. 복리후생제도로서 도서구입제도도 무조건 모든 도서 구입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화책이나 잡지, 자녀의 학습지 등의 구입은 제도가 가지고 있는 목적에 따라 제한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제도는 그 자체로서 일종의 ''감시''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조직과 구성원이 제도가 사전에 정한  기준을 넘어서지 않고 그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것이죠. 만일 누군가 제도가 정한 기준/경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경우 인사는 ''여기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역시 제도를 통해 구체화하여 전달합니다. 반대로 누군가 제도를 잘 활용한  사례에 대해서는 ''인정''의 메시지를 제도에 담아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는 ''상벌제도''로 이야기를 하죠. 


물론 제도가  사전에 정한  기준들이 모든 상황에서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건 우리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개인 말이죠. 제도가 사전에 정한 기준으로 설명하거나 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 제도는 일종의 불균형 상태를 만나게 됩니다. 이때 제도는 균형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기 위한 개선과정을 만나게 되고 이를 우리는 제도 변화관리라 말합니다. 


이러한 제도 변화관리는 경영자 혹은 인사팀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실제 그 제도가 현장에서 조직과 구성원의  행동을 통해 구체화되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도서구입비 지원 제도를 시행하였고 만화책이나 잡지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준을 정했는데 실제 제도를 시행하자 구성원들로부터 문의가 들어오는 거죠. 인문학 책은 가능하고 만화책은 안된다는데 ''만화로 보는 고대 그리스 신화'' 는 지원 대상이 되는지, 혹은 HBR, DBR, 리더피아, 직무 관련 학회 발간지 등의 잡지는 가능한지와 같은 문의들이 발생하죠. 제도를 설계/운영하는 인사는 이들 문의를 받고 기준을 개선합니다. 제도를 이용하는 구성원 입장에서 제도에 대한 이해가 명확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인사가 주의해야 하는 건 예외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잡지는 안되지만 HBR은, DBR은, 학회지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기준으로 삼았던 잡지라는 형식을 직무 관련성이라는 다른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사례마다 인사팀이 판단하지 말고 사례들이 이야기하는 공통점을 찾아 이러이러한 특성을 가진 ''그룹''을 만들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들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칫 우리가 놓치기 쉬운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일관성''이라는 단어입니다. 만일 인사제도가 사람에 따라 그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면, 예를 들어 근태관리를 강조하는데 계속 지각하는 특정 리더는 모른 척한다거나 보상을 정할 때 인사평가등급에 따라 인상률이 달라진다고 해놓고 특정 개인에게는 등급과 별도의 인상재원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거나 하는 등의 운영 방식이 반복된다면 그 제도는 구성원들에게 일종의 연중행사 혹은 불만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제도를 이야기할 때 개인적으로 ''왜 하는가''를 강조합니다. 

''왜 하는가''는 최근 자주 하는 표현으로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를 말합니다. 이를 우리는 ''방향성(direction)''이라 말합니다. 도서구입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로서 방향성으로 ''학습에 기반한 성과''를 이야기한다면 일반 패션잡지는 허용될 수 없지만 HBR 등의 직무 관련 잡지는 허용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종종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사례들을 만나고 판단을 해야 하며 ''방향성''은 그 판단의 기준이자 동시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제공합니다. 


더 이상 제도가 필요 없는 상태란 달리 말하면 제도가 구체적인 기준들을 명문화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을 감시하지 않아도 제도의 방향성에 부합하게 조직과 구성원들이 그 제도를 활용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제도는 운영이 필요합니다.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도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조직과 구성원이 제도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인사는 제도 운영을 통해 조직과 구성원이 제도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그 방향성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제도에 있어서  ''소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통에 기반한 제도운영을 통해 우리는 ''공유된 방향성을 추구하는 다양성''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기업이란,
공유된 방향성을 추구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과와 성장을 추구하는 공동체''


기업이라는 존재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제도에 관한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정의이지만요.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조직문화라는 키워드로 연결될 수 있을 겁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생각을 기록하며 그래왔듯 제도에 대해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로 기록을 남겨왔습니다. 저 역시 기존의 제도를 경험했고 기존의 제도를 배워서 운영을 했고 때로는 기존의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나은 결과로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인사라는 분야에서 제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 생각들의 기록이 이 글을 보시는 어느 누군가의 생각으로 연결될  수 있길, 그리하여 내일의 우리가 만드는 제도는 더 멋진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며, 현장에서 인사제도를 고민하시는 수많은 인사담당자님들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북 '제도를 이야기합니다'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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