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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09. 2024

에필로그. 왜 『제도』인가?

"왜 굳이 『제도』인가요?"


인사제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생각 등을 외부 교육과정에서, 브런치 스토리에서, 다른 인사담당자분들과의 대화에서 하나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받은 질문입니다. 채용 전문가, 평가 전문가 등의 표현들을 우리는 상대적으로 많이 만날 수 있었지만 '제도 전문가'라는 표현은 조금은 낯설기도 합니다. 


"인사를 시작할 때부터 계획이었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어"라고 말하면 뭔가 계획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에게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제가 한 거라고는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했고, 가능하면 조금 더 잘해보려 배움의 과정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썼다는 것, 그렇게 만난 정보, 경험 등이 매 순간  저에게 건네는 맥락적인 메시지를 듣고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것이 다입니다. 2006년 1월 인사업무를 시작했으니 18년 8개월째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죠. 그 반복의 과정을 계속하면서 만나게 되는 건 생각의 수렴입니다. 18년 넘는 시간 동안 만난 다양한 정보, 경험들이 수렴되는 지점이라고 할까요. 저에겐 그 수렴되는 지점에 ''제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제도 』라고 말하면 종종 문서 등으로 보이는 절차, 양식 등을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제도에서 이들 절차와 양식 등을 포함하지만 이들만으로  제도를 이야기하는 건  제도의 반쪽만을 이야기합니다. 제도는 소통이라는 목적을 절차와 양식을 활용해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도를 이야기하며 절차와 양식만을 이야기하는 건 왜 하는지, 어디로 갈지 모른 채 무작정 노를 젓는 것과 같습니다. 움직이긴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죠. 이러한 상황을 만나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죠.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

제도는 기업 내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절차, 양식 등을 활용하는 체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소통은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서 하는 이야기들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인사제도가 만들고자 하는 소통은 그 중심에 '일'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여 우리는 '성과'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인사제도는 기업이 성과를 만들어가는 소통을 원활하게, 즉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절차와 양식 등을 활용하여 그 소통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인사는, 회계는, 마케팅은, 영업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팀 리더와 팀원은, 임원은, 선임은, 책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 역할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구조를 우리는 제도가 만들어낸 소통체계라 할 수 있고 이 체계를 만드는 일을 우리는 제도를 설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Ocasio(2023)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죠. 

'제도란, 우리 기업(조직)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역할과 상호작용의 체계이다'
I define an institution as a taken-for-granted,
organized system of roles and interactions
(Ocasio 2023)

 이렇게 보면 인사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인사가 제도를 활용하여 구성원과 대화하는 것, 그리하여 인사가 제도에 담은 취지, 목적, 방향성을 온전히 전달하여 다른 구성원들이 인사와 인사제도의 취지, 목적, 방향성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도 설계를 어려워하는 건 절차와 양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몰라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고, 다른 기업의 절차와 양식을 모방할 수도 있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제도 설계를 어려워했던 가장 큰 원인은  우리들도 그 제도에 절차에 양식에 담긴, 그 절차와 양식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도를 설계하는 우리들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도를 설계하는 우리들도 잘 모르는 메시지를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오히려 오해를 만들어낼 수도 있죠. 


살다 보면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안다고 생각해서' 알아보지 않고 가볍게 지나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는 그 대상의 보이는 면만을 보고 '안다'라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종종 MBO라는 단어를 들어왔기에 스스로 '안다'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 직접 MBO 시트를 작성하는 상황에서,  다른 구성원의 질문을 받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던 경험입니다. MBO, OKR 등의 인사제도들이 만나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소 고리타분한, 재미없는 인사제도를 글로 남기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현장에서 인사제도에 대한 보다 많은 생각, 논의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있습니다. 브런치 연재로, 외부 교육과정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제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연재글은 마무리하지만 인사제도에 대해 의견 등이 있으시면 덧글 등을 통해 말씀부탁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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