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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04. 2024

6. 남들이 말했다.  인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Opellie, 인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냐"


저녁 회식이 있었다. 1차, 2차를 거쳐 3차까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었고,  술을 잘 못먹는  나는 몇잔 마시지도 않은 술기운을 깨려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는 담배를 피러 나온 듯 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온 그는 담배를 피우려다 밖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나에게 다가와 말을 했다.


"Opellie, 인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술에 취한 그에게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멋쩍은 웃음과 함께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생각해보면 비슷한 맥락의 상황들이 계속 있어 왔다. 내 팀장이었던 그분은 나를 처음  본 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라는 묘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경력으로 입사한 나와 달리 그들은 흔히 말하는  공채출신이였다.  사회생활의 시작부터 이곳에 있어왔던, 어쩌면 이곳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할지도 모르는.

이후 어느 과장님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름  인사평가파트의 장을 맡고 있던 그는 나에게 나름의 조언을 건넸다.


"Opellie도 이제 대리 달 때가 되었으니까 올라가려면 정치를 할 줄 알아야 해"


"정치요?"


내  머리 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 이거 였구나!"였을까?" 그보다는 "아 이거 였구나 " 라는 맥락의  문장이 머리 속에 남았다. 그건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뭔가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아닌  일종의 절망감 과 같은 부류의 감정이었다. 좀더  고민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내린 결론은 '내 방식대로 간다' 였다. 인사담당자로서 나에게 사내정치란 옳은 길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 난 그때의  생각과 판단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 인사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에게 '인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냐'라고 말한  분들은 모두 그 프로젝트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일종의 폭탄 돌리기처럼 그 프로젝트는 나에게 왔고, 나는 외부 컨설팅업체가 제시한 비용의 절반도 안되는 비용과 기간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프로젝트 완료 후 상무님이 주최한 회식자리에서 상무님은 나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던 팀장님에게 이렇게 말을 하셨다.


"Opellie가 여기 팀장들보다 아는 게 더 많아. 잘 활용하라고"


인사팀장으로 이직을 했다. 시니어 회계 담당자분과 티타임을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Opellie는 시대를 잘 만난 거  같아요"


그는 그의 경험에 비추어 opellie라는 인사팀장은 낯설다는 말이었고, 그 낯설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시대를 잘 만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대화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다. 그 맥락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가진다. 긍정적인  방향과 부정적인  방향. 시대를 말하는 그의  말은 나에게 부정적인 방향보다는 좋은 의미의 방향을 담고 있었다. 묘한 표현이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Opellie라는 나는 시대를 잘 만난 걸지도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시대'에도 나름의 어려움과 유혹들이 있었고 내가 나름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켜왔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옳음을 지켜가고 있는 수많은 인사담당자분들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옳음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인사담당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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