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사무실이 속한 건물 1층, 로비 커피숍 한 구석에 자리잡고 구성원 A와 마주 앉아 있다. 커피를 마시며 구성원A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이라 다른 구성원들도 종종 들르는 공간이었고 마침 다른 팀 구성원 몇분이 커피를 사러 왔다가 구성원 A와 내가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어 건네고는 커피를 받아 나갔다. 인사담당자로서 경험상 그 표정에는 충분한 오해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인사팀과 구성원간의 대화가 아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의 대화로 바라보고 있었다.
"B팀 분들이네요"
"그렇네요"
구성원A와 가볍게 그들을 언급하고는 다시 우리들 이야기로 돌아간다. 사실 우리가 나누고 있던 이야기는 그리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구성원A는 나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A의 감정의 온도를 낮추고 이후 진행할 절차 등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A와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본부장님께 면담 내용을 공유했다. 그리곤 이야기 하나를 덧붙인다
"A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B팀분들을 만났습니다. 혹시나 오해가 말로 전달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같이 말씀드립니다"
인사팀장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사팀장 Opellie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사를 하고 어떻게 일을 풀어가는지 모르는 시기였다. 상급자 보고 후 나는 절차대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등을 진행했다. 사실관계 파악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괴롭힘이 있었음'으로 결론이 났다. 가해자는 퇴사를 했다.
"Opellie팀장, B팀장이 그 이야기 하더라"
"네?"
"그거 말야. Opellie팀장이 A랑 커피를 마시더라는"
"아...네..."
"이번 일이 끝나서 이젠 말할 수 있네. 오해였노라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ㅎㅎ"
인사업무를 하다보면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오해는 맥락이 끊긴 단편에서 종종 발생한다. 맥락을 설명하면 오해를 없앨 수 있을까? 때로는 맥락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오해를 굳히기도 한다. 내 자신이 걸리는 것이 없다면 잠시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잠시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그 오해가 풀릴 수 있는 장치를 같이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내가 직상급자인 본부장님에게 그에게 오해가 전달되기 전에 먼저 말을 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오해를 대응할 때 나는 억지로 만들려 하기 보다는 순리대로 풀어내려 노력한다. 인사담당자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사실과 논리에 기반해 수행하고 그 과정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오해는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