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5월 셋째 주

음료 개발 중

by Baker Lee

5월 17일 월요일


주말에 비가 엄청 쏟아졌다. 여름을 향해 가던 날씨가 다시 초봄으로 돌아섰다. 1년 내내 골칫거리였던 남자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찌든 하수구 냄새는 하수구 트랩을 장착하여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이제 카페 출입 유리문 틈새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중이다.


작년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사실 멋진 출입문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결국 기존에 있던 유리를 깨끗이 닦아 쓰는 거로 결정했고, 그래서 그 묵은 때를 청소하느라 엄청 힘이 들었다. 그런대로 쓸만했고 잘 지냈는데, 여름을 지나면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문 틈으로 온갖 벌레가 들어왔던 것이다. 매일 아침 출입구에 가득 쌓인 죽어나간 하루살이를 치워야 했고, 여름 한 철에는 귀뚜라미가 자꾸 카페에 들어와서 진을 치는 바람에 그것을 잡는다고 에프킬러를 엄청 뿌려댔다. 벌레 잡는 형광등도 사다가 달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문제가 있지만 해결을 못한 채로 그렇게 1년이 지나갔고 다시 여름이 돌아오고 있다. 문틈 막는 방법을 이곳저곳 뒤져봐야겠다.


5월 18일 화요일


어제오늘 수박을 이용한 새 메뉴 개발을 위해 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수박 한 통 중 반은 깍둑썰기를 하고 씨를 빼고 갈아서 얼음을 담은 유리에 넣고, 깍두기 모양 수박을 위에 올려 데코를 해주었다. 시럽을 넣지 않은 수박과 시럽을 넣은 수박을 실험해보았는데, 얼음이 녹으면서 주스 자체가 밍밍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종업원이 예전에 얼려서 했다고 하여 어제 남은 반통을 얼려두었고 오늘 얼린 수박으로 다시 만들어보았다. 얼음처럼 얼어버려서 물이 없으면 제대로 갈리지 않아 물을 첨가하고 시럽도 조금 넣어서 갈았더니 수박 스무디가 되었다. 한번 먹고는 머리가 지끈 해지는 스무디가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 이번 수박주스는 ‘생과일 수박 스무디’가 될 것이다.


5월 19일 수요일


석가탄신일이다. 공휴일이므로 직원들은 쉬고 나는 출근했다. 일찍 문을 열어놨더니 9시 조금 지난 시간에 절에 가던 정이 들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 갔다. 휴일인데도 근무하러 출근한 단골 장이 와서 휴일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이야기하였다. 관련 업체들이 쉬지 않고 있으니 장의 부품회사도 쉴 수가 없다는 것. 우리 카페의 ‘연중무휴’가 가장 싫다는 그는 직원들에게 한 달짜리 휴가를 줄 수 있는 회사가 앞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또 한 번 했다. 누군가 하기 전에 장의 회사에서 제발 한 번만 해보고, 해본 사람 입장에서 그것이 정말 좋은 제도임을 설파했으면 좋겠다고 부추겨주었다.


12시 조금 넘어서 단골회원 애가 어제 진열해두었던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한 판 가져갔다. 그것이 좋은 징조였던가. 1시부터 종업원이 출근한 3시 30분까지 10팀의 손님이 왔다. 이렇게 혼자 엄청나게 바빠 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도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한 팀 주문 준비가 거의 끝나갈 때쯤 다음 팀이 등장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번 주문한 음료를 까먹은 거 외에는 실수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치고 나면 주방은 어디 컵 하나 놓을 공간도 없이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내가 왜 손님들에게 음료를 갖다주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또 들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늘 그 생각이면서도 몸은 다시 음료 쟁반을 들고 테이블로 가고 있다.


5월 20일 목요일


어제의 바쁨은 오늘의 한가함으로 이어졌다. 재봉틀을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설의 지인인 송이 우리의 모임에 함께 해도 되는지를 물어보았다. 같은 학교의 학부모 모임이긴 하지만 다른 학교 학부모가 와도 뭐가 문제겠는가. 모임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 간의 만남이, 일종의 수다가 우리에게는 중요한 것이니, 멤버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겠다.


비가 와서 날이 쌀쌀해져서 그런지 점심으로 선택한 샤부샤부 집이 아주 북적였다.


5월 21일 금요일


요즈음 내가 아인슈페너 만들기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것과 같이, 설은 밀크티 만드는 동영상을 주시하고 있다. 손수 몇 가지 차 재료를 구입하였고 도착한 재료를 가지고 와서 실험을 했다.


5월 22일 토요일


확진자가 읍내를 여러 군데 돌아다녔다는 재난 문자가 도착했다. 또다시 사람들이 읍내를 덜 움직이게 될 거 같다.


어제 만들어놓은 냉침 밀크티를 점검하기 위해 쉬는 날인데도 설이 왔다. 다양한 방법을 실험 중이지만, 밀크티를 즐겨 먹어보거나 맛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어서 뭐가 더 좋을지, 뭐가 더 대중적 일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내 입맛에는 이것이 낫고 저것은 좀 달고 하는 정도의 코멘트를 붙일 수 있을 뿐이다. 그의 수고로움에 합당한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2화21년 5월 둘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