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음료 개발 중
6월 14일 월요일
직원들 여름휴가에 대해 민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무사 상담에 따르면 4인 미만 사업장은 직원들 월차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월차는 주지 못하지만 여름휴가는 줘야 할 거 같아 이틀 휴가를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사의 주주인 두 사람은 임금과 상여금을 똑같이 받는다. 이익이 있다면 그것 또한 정확하게 반으로 나눠 지급하게 될 것이지만, 이익이 없으므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열심히 일해봤자, 혹은 민감독이 열심히 해봤자 결국 돌아오는 것은 반쪽뿐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을 벌여 수입을 늘리는데 적극적이지 않게 되었다. 하기 싫은 거 제하고 힘든 거 피하는 식이었다. 가장 앞장선 사람은 포토박.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래서일반 회사에서 성과급을 도입하나 보다.) 회사 재정 압박에 따라 각 가정 재정 압박도 도미노처럼 연결되었다. 수익의 반을 가져가듯이 노동력도 나와 종업원이 반반 담당하고 있으니, 민감독은 별도의 수입원을 위해 본인이 알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회사에 힘 쏟아 봤자 돌아오는 것이 없으니 과외 수입을 챙겨야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 각자도생인가.
손님은 역대급으로 없다. 이번 주 내내 그럴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지난주 우유를 10개 시켜놓은 것이 생각난다. 유통기한이 될 때까지 소비를 못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
6월 15일 화요일
케이크 진열해 둔 것이 며칠 동안 그대로 있다. 진열해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당근 케이크는 오늘 안에 먹어버려야겠다.
설이 작업한 A4 사이즈 한 장 짜리 메뉴 사진이 맘에 들지 않은 민감독이 포토샵으로 여러 개의 이미지를 만들어 프린트를 맡겼다고 카톡으로 알려왔다.
6월 16일 수요일
카페에 출근하니 메뉴판 포함 이미지들이 7개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쇼케이스 위까지 점령한 사진 이미지들 때문에 너무나도 정신이 없었다. 음료 재료 회사에서 준 작은 이미지까지 다시 꺼내서 올려놓으니 아주 가관이었다. 통일성 있게 카운터에는 수박 스무디와 홍차 밀크티 2개의 신메뉴 이미지와 메뉴판을 놓았고, 이미 팔고 있는 음료들은 출입부 작성하는 테이블 위에 데코 하였다.
직원들과 월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민감독은 4인 미만 사업장이라 월차를 굳이 안 줘도 되지만, 직원들은 월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우리는 각자 개인의 편의를 얼마든지 봐줄 의향이 있으며,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그렇게 일을 많이 시키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하루 쉬겠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월차가 있으니 당당하게 말하고 쉬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굴욕’적으로 느낀다는 말까지 한 거 보니, 월차 주지 않으면 큰 일 날 거 같다.
황선생을 도와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 포토박이 어제 마셨던 수박 스무디를 가리켜 실패작이라 평했다. 한번 시원하게 쭉 빨아먹고 보니 나머지들은 단물 빠진 얼음덩어리만 남아서 빨대로는 먹기도 힘들어서 스푼이나 줘야 퍼먹을 수 있겠다고. 스무디 같은 걸 먹어본 적 없는 아저씨의 의견이라 귓등으로 흘려듣고 싶었지만, 오늘 스무디를 갈았을 때 잘 안 갈리는 그 느낌이 생각나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수박주스’를 검색하고 ‘수박 스무디’를 알아보다가 자영업자가 모인 한 온라인 동아리 댓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언 수박을 넣고 물을 넣을 때 찬물 대신 따뜻한 물을 넣으면 된다고. 와우, 유레카!!
도서관에서 빌린 <조국의 시간>을 절반 읽었다.
6월 17일 목요일
바느질 모임 회원인 재가 취직을 하는 바람에 오늘부터 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점점 회원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름에 충실하고자 작업을 시작했다. 집에 있는 오븐 진열대를 주방 한쪽 구석에 놓기 위해 뒤판을 가릴 가림막천을 완성했다.
전 바느질 회원인 명이 오랜만에 찾아와서 좀 먼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목적지는 지난봄에 벚꽃길을 지나 도착한 바로 그 레스토랑이었다. 큰 창으로 커다란 숲이 그대로 들어오니 전망은 좋은데, 구닥다리 소파가 너무 푹 꺼져 있어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오래된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지저분한 부분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불편한 곳이 자꾸 신경 쓰인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생긴 직업병 같다. 늘 지저분한데도 청소를 하지 않거나, 낡았는데도 바꾸지 않는 업주들은 너무 게으르거나 구두쇠임에 틀림없다.
6월 18일 금요일
반려견을 키우는 임이 왔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게 생각나 개는 잘 있냐며 이야기를 건넸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훈련하고 있는 중인데 잘하면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단다. 조명이 번쩍 할 때 놀라지 않아야 할 텐데, 그건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어서어서 한번 찍어보라고 부추겨주었다.
빙수 기계를 섭렵한 설이 직접 팥소와 연유를 만들었다. 몇 번 테스트 삼아 먹어보았는데, 오늘 옛날 팥빙수 레시피 마지막 테스트를 하였다. 얼음을 갈고 연유를 넣고 콩가루를 뿌리고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한 덩이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연유가 들어가니 훨씬 맛이 났다. 보관이 힘들 것 같아 떡을 뺐더니 씹는 맛이 좀 부족했다. 대신 코코넛 젤리를 첨가하는 것으로 레시피를 완성했다. 이제 판매를 위해서 팥빙수 담을 그릇을 더 사고 재료를 구비해두어야 한다.
6월 19일 토요일
날 좋은 토요일 오전, 첫 손님은 인근 고등학교 교장 차였다. 7월 초에 학생들 공연이 있는데 그때 사진 촬영을 포토박에게 이미 의뢰한 상태였다. 공연 촬영과 함께 졸업 앨범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까 해서 들렀다고. 출퇴근이 들쑥날쑥이며 요 근래에는 촬영일이 잡혀있지 않으면 거의 오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가족 손님이 들어왔다. 주문한 음료를 자리까지 배달해주니, 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리가 가지러 갈 것인데’ 나이 드신 분도 셀프서비스에 익숙한데 우리는 아직도 가져다주고 있다. 버릇을 못 고친다.
요즘 마카롱이 제 모양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데 재료가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싶어 쿠키 대량 생산 때 모아두었던 계란 흰자를 모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