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집이 신음소리를 낸다
7월 12일 월요일
지난주 서울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오늘부터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에 돌입했다. 인근 읍에서 확진자가 12명이 나왔다는 재난 문자가 왔다. 백신과 함께 줄어들 줄 알았더니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출연하여 코로나 종식은 요원한 일이 되었다. 아무래도 독감처럼 안고 살아가야 할 생활 바이러스가 될 거 같다. 어서 백신을 맞는 수밖에.
2층 문중 어르신들이 쌍화차와 맥주를 마시러 왔다. 유난히 목소리가 큰 사무실 관리요원 B 할아버지가 아침마다 섭렵했을 법한 온갖 뉴스들을 풀어냈다. 목소리로 카페 전체를 장악하는 놀라운 힘.
7월 13일 화요일
큰딸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작은딸 친구 엄마 숙이 와서 고등학교 진학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선생이 세 번째 설계도를 가지고 왔다. 내가 제안한 모양에 맞춰 나름의 디자인을 하였다. 아주 맘에 들었다. 조금 더 수정 보완하여 완성시키기로 했다.
7월 14일 수요일
군에서 계속 안내 편지가 온다. 오늘은 수도권의 강화된 거리두기의 여파로, 이곳도 수시 점검을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반드시 방문 고객 작성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입에 붙질 않아서 간편 전화 체크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점검에 걸릴 때는 벌금도 있고 운영 정지도 당한다고. 이곳저곳에 간편 전화번호를 붙였다. 일하는 사람도 매일 해야 한다니,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옥이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왔다. 월요일에 상담하러 왔을 때 전체적으로 얼굴을 잘 정리(?)하고 오라고 했는데, 뽀얗고 눈썹 진한 신랑 메이크업으로 등장해 포토박이 한숨을 쉬었다. 흰색 배경과 회색 배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었고, 메인 3컷과 다수의 자료들을 주기로 했다. 방역 강화가 시작되면서 방문객이 줄었는데, 오늘 매출은 이걸로 다했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여 집으로 갔다. 몇 년째 미뤄왔던 거사를 치르기로 했다. 바로 방충망 교체! 언제 샀는지도 가물가물한, 방충망 셀프 교체 재료들이 몇 년 동안 골방에 방치되어 있었다.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선뜻 엄두를 못 내고 한해, 두 해가 지나버린 것이다. 낡은 방충망 사이로 날개미들이 침투하고 풍뎅이가 들어오면서, 곧 이 집을 떠나야 할 때까지라도 맘 편히 창문 열어놓고 살고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혹시나 망하면 어쩌나 했는데, 오히려 설치는 정말 간단했다. 그보다 힘들었던 건, 방충망과 창문 틈새를 막는 모헤어를 떼어내고 붙이는 일이었다. 4개의 방충망 교체를 완성하고, 깨끗한 하늘을 마음껏 감상하였다.
7월 15일 목요일
재봉 모임이 방학에 들어간다. 오늘은 특별히 방학식 맞이 토종닭 요리로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다. 나보다 10살 이상 어린 설이 체력 저하로 개인 PT를 끊었으니 나는 또 얼마나 체력이 달릴 것인가. 이제 그걸 몸으로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 초복에도 못 먹은 닭을 먹고 여름을 맞이했다.
점심을 먹은 후 카페로 돌아왔는데, 주변에 차가 너무 많아 댈 곳이 없었다. 카페가 대박이 나고 있는 것인가, 그냥 지나가던 차가 쉬고 있는 것인가. 정말 카페에 사람이 많이 있었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민감독과 범이 촬영을 하고 있었고, 큰 테이블과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었다. 한꺼번에 손님이 몰려서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 민감독도 투입이 되어 셋이 처리를 하는데, 역시나 셋이 움직이기에는 카운터 자리가 너무 좁았다. 동선이 자꾸 걸려서 효율적이지가 않다. 역시 이런 작은 매장 운영은 둘이 합리적이다.
셋째 초등학교 운영위원 회의가 있어 퇴근 후 다시 늦게 카페를 찾았다. 아직 본격적인 판매를 하기 전인 팥빙수 셰이크를 4명이 주문했다. 그중 주의 음로에 짧은 머리카락이 나왔다. 한 모금 먹고 바로 발견하여 빼놓고 다시 마시기는 했지만, 미안하니 담에 오면 서비스로 한 잔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버린 집 보일러가 또 일을 저질렀다. 배관 호스에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어 거기로 물이 뿜어져 나와 보일러 실이 한강이 되었다는 것. 철물점에 가서 새로 호스를 사다 이리저리 끼워놓았다던데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다. 더 이상 이 집에서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없는 살림에 집을 짓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렇게 또 사고가 나면 집에 대한 정이 뚝뚝 떨어지고 힘이 빠진다. 자제 값이 오를 대로 오르고 있지만, 어쨌든 올해 안에 기초공사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오후 내내 부품 사러 왔다 갔다 하면서 호스 수선을 한 포토 박은 짜증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7월 16일 금요일
그새 또 자란 머리카락을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후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은 미용실을 계속 간다.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앉으면 알아서 커팅을 해주는 곳이라서 편하다. 몇 달 전 미용실이 며칠 동안 문을 열지 않아 이제 그만 운영하나보다 하고 내심 걱정했었다. 또 다른 단골집을 찾는 것도 일이니 말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주인이 조금 몸이 아팠던 모양이다. 굉장히 오래된 미용실이고, 남편과 함께 운영을 했었는데, 이제 남편은 거울 앞에 더 이상 서고 싶지 않다고 은퇴하고 아내 혼자 이어가고 있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곳, 카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곳이길.
카운터 앞 메뉴 사진이 또 하나 늘었다. 설이 직접 만든 팥소와 아이스크림을 섞은 ‘팥빙수 셰이크’ 포스터인데, 같이 붙어 있는 두 개의 포스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포스터 안에 ‘신메뉴’라고 써넣었으니 몇 달 지나면 쓰지도 못할 것 같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음료 포스터를 만든 사람과 그걸 보는 사람 관점이 너무 달라서 어떻게 합의를 할 수가 없다. 만든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저 설에게 하소연을 할 밖에. 애꿎은 설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로 시달림을 당하고 있을 테다. 싸운 뒤 서로 말을 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경험을 요 근래 내가 겪은 후, 설의 힘듦을 몸소 깨닫고 있다.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하지 말고 할 말은 직접 해보자!
음료 제조하는 공간이 기본적으로 너무 협소했다. 게다가 커피에 들어가는 이런저런 파우더들이 위쪽 선반에 올려져 있어, 키 작은 사람은 까치발을 해야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커피머신과 정수기를 조금씩 옆으로 옮기고, 주문한 작은 선반을 벽에 붙여 놓은 후, 파우더 병들을 선반 위로 옮겨 정리를 했다. 더 이상 까치발을 들지 않아서 좋다며 설이 기뻐했다.
학생들도 방학을 하고,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금요일,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계곡으로 나들이를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제까지 복작대던 카페가 오전 내내 무척 한가했다. 위층 문중 사무실 어른들 6명이 와서 새로운 메뉴 팥빙수 셰이크를 주문해서 먹었다. 만들어 놓은 팥이 모두 소진되었고 설이 국산 팥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가격이 사뭇 비싼 팥을 구입했다. 연유와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는 이 메뉴는 과연 수지 타산에 맞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가격 책정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촬영 일정이 있던 민감독과 범은 외근을 나갔고, 그들이 그대로 방치하고 간 스튜디오 쪽 에어컨을 껐다.
7월 17일 토요일
어제 만들어 두었던 초콜릿 마카롱 필링이 흐느적거렸다. 실패였다. 사용할 일이 없는 화이트 초콜릿을 조금 섞은 것이 원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보면 여름에 초콜릿 필링이 잘 안 된다. 너무 덥기 때문에 잘 굳지를 않는다. 다시 만들었다. 역시 잘 굳지 않아 아예 냉장고에서 잠시 굳혔다.
단골 장이 와서 군에서 주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저 임금이 1만 원대가 되면 우리 같은 영세한 사업체는 사람 고용하는 게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까지.
이번에 두 번째 방문인 오가 회원가입 신청을 하고 음료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카공족처럼 자리를 잡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책으로 공부를 하던 그는 2시간 후 나가면서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어서 미안하다며 테이크 아웃 음료 하나를 더 주문했다.
읍에서 떨어진 면에서 치킨가게를 하는 라가 막내딸과 함께 와서 신메뉴인 수박 스무디와 팥빙수 셰이크를 먹었다. 1주일 전, 내가 이틀 만에 읽어버린 ‘파친코’ 책을 빌려갔다가 반납하고 다시 2권의 책을 빌려갔다. 음료를 계산한 카드를 놓고 간 걸 발견하고 그에게 전화해서 알려주었다.
걷기의 달인 초등교사 단이 딸 둘과 함께 찾아왔다. 늘 그랬듯이, 아이들 아이스크림에는 토핑 제외, 자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는 빨대를 빼 달라고 하였다.
시니어 보드게임 멤버 4인이 와서 다빈치 코드를 시작했다. 숫자판 섞는 소리가 무척이나 요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