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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퇴근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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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디킴 Jun 12. 2024

퇴근

가야 할 때를 아는 직장인의... 

월요일. 


정우는 이불을 몸에 돌돌 말고 거실에 겨우 발을 내디뎠다.


“월요일은 당신이 아침 담당이라 다행이야.”


모두가 말이 없다. 월요일 아침은 언제나 이렇다. 지혜가 재채기처럼 한마디 던졌다.


“먹어.”


정우는 순순히 식탁에 앉았다.


“날씨 어떠니?” 사춘기 딸은 대답 없이 무표정이다. 아들 민재는 스크린 타임이 풀린 아이폰을 보며 웃다가, 아내의 눈치를 보고는 급히 책을 집어든다. 정우는 그런 민재가 귀엽기만 했다. 


“헤이~ 클로버~ 오늘 브리핑~”


“네, 오늘 날씨는 맑고 따뜻하며 최저 기온은 영상 15도, 최고 기온은 영상 25도입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북한이 연일 대륙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과 동시에 남쪽으로 오물 풍선까지 보내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앞서 개성으로 이동하는 북한 특수부대를 인공위성이 감지한 바 있죠. 국방부에서는 통상적인 훈련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민재가 바르던 잼이 빵에서 뚝뚝 떨어졌다.


“칠칠맞기는.”


“여보, 우리 현역일 때 걔들 개성까지 온 적 있어?”


“그런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있었나? 왔는데 몰랐을 수도 있고.”


“미국애들이 그걸 모를까.”


그때 첫째 우영이가 신발을 구겨 신고 집을 나서며 말했다.


“아빠, 특수부대 구라지?”


“아니야~ 아빠가 어! 707 특임대야!!!”


문이 닫히며 정우의 말문도 닫혔다. 사과를 깎는 지혜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그의 팔뚝에 새겨진 작은 독거미 문신이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다.


이사 오며 리모델링한 주방의 삼중 창으로 수리산의 햇살이 방사형으로 쏟아졌다.


AM 08:00.


과천 터널 앞 정체는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오늘따라 차가 많다. 성남 쪽에서 헬리콥터가 급하게 날아간다.


‘블랙호크? 저게 몇 대야?’

터널 앞에서 사고가 났다. 줄지어 늘어선 군용 트럭 사이에 레인지로버 한 대가 끼어 있었다.


“구형이네, 그래도 명찬데. 아깝다.”


회사 분위기는 다른 날보다 훨씬 무거웠다. 워낙 불경기라 일 자체가 없기도 했지만, 광고주 수주에 연속 실패한 직후라 이런 평화가 정우는 더 불안했다.


“어? 아이디카드를 차에 두고 왔네.”


정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답답함에 비상계단으로 뛰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재난 문자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무시했다. 차 문을 열고, 아이디카드를 손에 쥐자,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지진이야?”


정우는 지진 대처 매뉴얼을 생각해 봤다. 그런 게 떠오를 리 없었다.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주차장 벽에서 지하수가 뿜어져 나왔다. 계단으로 뛰던 정우는 다시 차에 올라 급하게 시동을 걸었다. 멈춰 선 차와 충돌을 가까스로 피하고, 한 층 한 층 지상으로 올라갔다. 지하 3층을 지났을 때 주차장 불이 꺼졌다. 라이트를 켠 채 자욱한 먼지를 뚫고 마침내 지상에 올라왔다.


다른 세상이었다. TV에서 보던 우크라이나의 전쟁터가 눈앞에 펼쳐졌다. 방금 회의했던 테이블이 2층에서 튕겨져 나왔고, 방금 전까지 함께 회의하던 윤 팀장은 그 아래 깔려 있었다. 정우는 방사포임을 직감했다. 그는 전투 경험이 풍부한 707 특임대 소속 교관이었다. 여러 해 동안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며 다양한 전투 상황을 경험했지만, 지금 그의 앞에 펼쳐진 상황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공포였다.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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