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일기(5)- 코로나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할 때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넘겼다. 이제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회사 건물을 통째로 비우거나 집에 가라고 하는 회사도 줄어들었다.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의 위력으로 이제 국민 10명 중 1명은 코로나에 걸린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시험관은 계속된다.
병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막아도, 여전히 밀집도는 높고 사람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가 함께 출입하지 못하는 난임 병원도 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이 그러하다. 시술이나 진료가 있을 때에만 동반 출입이 가능하여서, 남편은 차에서 기다리거나 혼자 택시를 타고 오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기에 부부끼리 싸우는 일의 확률도 현저하게 올라간다.
시댁과 친정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 전파에 감염되고 말았다. 이제는 그 출처가 어디가 되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흔해졌고, QR코드로 동선을 추적하는 일도 없어졌으며, 자가격리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집에서 자가격리로 생활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인데, 아이를 갖는게 맞을까?
이러한 가운데, 시험관을 진행하는 한 부부의 싸움이 있었다.
발단은 남편의 직장동료의 은밀한 고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직장동료는 소위 말하는 '양성'이었다. 자가 키트에 두줄이 떴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숨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이 임신 준비를 한다고 하여 신경이 쓰였던 모양인지 인심을 쓰듯 친했던 직장동료를 따로 불러내어 "양성"임을 알려주며 "너도 검사를 받아봐"라고 귀띔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 양성임을 숨긴 이유는 몇 달을 기다려서 잡은 대학병원의 예약이 잡혀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코로나 자가 키트 양성을 숨기고, 대학병원의 진료를 보기 위해 간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남편은 순진하게도 그대로 부인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시험관을 진행하고 있는 부인은 크게 화를 냈다.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어!!! "
"그래서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준 거야"
"그러다가 시험관 지금 진행하는 것 엎어지면 어떻게 해!!"
부인은 진행 중인 시험관이 엎어질까 두려워했고, 남편은 자신의 건강보다 시험관 진행을 걱정하는 부인에게 도리어 화를 냈다.
"지금, 내가 걸려서 아플까 봐 걱정인 게 아니고, 당신은 시험관이 엎어질까 봐 그게 걱정이야? 내가 무슨 정자은행이야?"
크게 화를 내는 남편의 말을 들은 부인은 더 이상 남편과 말싸움을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달려가 엉엉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매일 주사 맞고, 피 수치 관리하고, 몸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생각도 안 하고, 본인 건강 걱정 안 했다고, 정자은행이라니. 그럼 난 난자은행이냐!!"
친구들은 그녀를 위로하기 바빴다. 하지만, 남편이 서운해하는 일들이 많다면서 잘 이야기해보라고 달래주었다. 친구들은 그 이기적인 직원을 신고할 방법이 없냐고 했다.
어떤 이의 작은 이기심이
다른 이에게는 커다란 절망과 울음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녀는 한껏 감정을 토로한 후, 남편에게 가서 남편의 건강도 걱정이 되고 시험관에 들인 돈도 만만치 않아서 코로나 감염으로 취소되면 너무 아깝지 않겠냐고 잘 이야기했다고 후담을 전해주었다.
나도 남편과 아이 갖는 것에 목표가 꽂히면서 즐거운 부부관계가 아닌 목적성을 띈 숙제가 되어버린 적도 있었다. 무심한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남들은 다 쉽게 되는 '임신'이 나만 되지 않는 것에 분개하고 한탄하였다. 속속들이 속보로 쏟아지는 연예인들의 속도위반 소식마저 부러울 지경이었다.
사실, 코로나에 감염되는 순간 병원의 출입이 차단된다. 숨기고 올만큼의 이기주의자는 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얼마나 간절한 사람들인지. 얼마나 예민한 사람들인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기 때문이다. 혹여나 자신으로 인해서 많은 환자들이 아이를 가질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못할 짓이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많은 부분들을 변화하며 살아간다. 짧게 끝이 날줄 알았던 감염기의 기간은 2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고, 나라의 방역수칙에 따라 회사의 회식의 모습도 변했고, 밥 먹는 것도 외식보다 배달이 더 많아져 배달 라이더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가지는 시험관에 있어서 '코로나'라는 것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기보다 시험관을 진행하는 부부들의 많은 부분들을 야기시켰다.
그들은 부부가 함께 병원에 출입하는 것에 대하여 눈총을 보내기도 하고, (출입이 금지된 병원의 경우) 회식이 없어져 환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출입하는 경우 언제 코로나가 발병할지 모르는 일이라는 불안감은, 매번 어느 때나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내 몸을 억지로 주기를 만드는 진행 동안 그동안 맞아왔던 온갖 호르몬 주사들은 무산이 된다. 이식을 해보기 도전에, 채취를 해보기도 전에 계획이 다 무산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번달 차수를 포기한 시험관 진행자도 있었다.
임신을 한 친구는 약을 막 먹지 못해서 증상이 미미하다는 오미크론에 감염된후 나았는데도, 한달이 지난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이들은 아무리 주변에서 걸려도 안걸리는 면역자도 있다. 물론 이 모든것은 케바케이다.
걱정인형이 코로나19에 시험관을 진행할때
이렇게 질색팔색 예민 보스가 된 이유에는 뇌하수체에 영향을 주는 온갖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서, 약을 먹으면서 면역력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몸으로 코로나 19 시국에 시험관 임신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가지는 위험성 때문이다.
그리고, 임산부의 경우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겪게 되는 제약들이 생각보다 많다.
얼마 전, 코로나에 감염된 임산부가 진통이 시작되었는데 출산할 곳을 찾지 못해 응급차에서 3시간 30분을 달려 300km가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을 겨우 찾아 출산을 진행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나를 봐주던 주치의가 감염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의사가 바뀌는 순간까지 맞이해야 한다.
그야말로, 지금은 시험관을 진행하기에 최악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세상을 덮은 순간에도 나의 난자의 시계는 흘러가고 있다는 게 함정이다. 나의 난소와 난자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더 생산력이 떨어지기 전에 배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때로는 신념이 되어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코로나19를 너무 걱정하는 걱정인형으로 만들기도 한다.
매일같이 확진자 소식이 회사에서도 가까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내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기때문에. 거의 매일같이 자가 키트와 신속항원 검사를 하러 간다. 마스크를 두개씩 끼고, 손소독과 손씻기를 엄청 한다. 밖에서 들어올때는 소독제를 뿌린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불구하고 감염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환기를 주기적으로 하고, 밥도 따로 먹는 나에게 어떤 이는 유난스럽다고도 하고, 무증상이니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혹시나. 만약에에 대비하여 모든것을 조심하고 있는 지금,
조심 또 조심 남편까지 조심해달라고 하면서 마스크를 2개씩 쓰고 외식은 절대 하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시험관을 진행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시험관을 진행하는 부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