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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May 12. 2022

내가 마스크를 2개 쓰는 이유

난임일기(10) - Are you happy?(당신은 행복한가요?)

어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했다. 얼마 전에는 야외에서는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었다. 그런데 집에만 처박혀있던 내가 외부 활동을 시작하면서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친구들이 놀라면서 댓글을 달았다.


"마스크 2개 써?"


그렇다. 나는 KF마스크를 2개 쓰는 극성인 사람이다. 코로나 완화 조치가 있고 나서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명절에도 방문하지 않았던 시댁을 반년만에 방문했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았고 배달도 음식을 꺼내고 나서 손을 한번 꼭 씻었다. 그야말로 극성이었다.


내가 이렇게 극성이고 예민한 이유에는 아마도 '시험관 시술'이 진행 중인 상태가 제일 큰 이유다. 원래도 면역력이 낮기도 했지만, 배아 이식 때는 면연 세포가 배아를 튕겨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면역력 저하' 주사를 맞는다. 코로나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에 가게 되는 나는 특수한 상황이다. 내가 마스크 2개를 쓰는 이유는 물론,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 제일 크다.


한동안 코로나가 극성일 때 회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내가 있는 부실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오는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돌아가면서 확진이 되어서 나 빼고 모든 부서원들이 차례로 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너무도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면역력 억제 주사를 맞은 사람에게 코로나란?



저번 빼고파에 나온 브레이브걸스 유정이 굶는 급박한 다이어트로 면역력이 보통사람의 1/10로 낮아져서 의사가 이상태로는 "감기만 걸려도 죽는다"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면연력저하로 나타난 반응이었다.


나는 이 말이 굉장히 무섭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나는 임신을 위해서 일부러 면역력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나의 시험관 진행을 알고 있는 친구들 조차 내가 마스크를 2개 끼는 것에 놀라 한다.


이처럼 면역력은 사람의 온몸의 시스템 중에서도 중심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위적인 과배란과 면역력을 떨어뜨려서 체외수정 배아를 집어넣는 일을 하는 것은 호르몬을 높였다 줄였다 몸이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야외 마스크가 해제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마스크를 2개 끼고 다닌다. 어디서든, 손소독제와 손 씻기는 하루에 최소 20번 이상은 하는 것 같다.


나도 이렇게 내가 예민하고 과도한 사람이 될 줄 몰랐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삶이자, 생명과 직결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나도 시험관을 진행하기 전에는 몰랐다. 코로나 상황에서 시험관을 한다는게 무슨의미인지.)


때로는, '뭘 그렇게 극성으로까지 할 일이냐.' '남들은 잘만 임신한다던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이렇게 신경 쓰지 않고 임신이 잘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임신이 안되니 '난임'이 되는 것인데.  코로나가 극성일 때 나는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 않는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내가 면연 억제 주사를 맞은 상태에서 '코로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곧 '삶'이나 '생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를 안 다닐 수도, 집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었다.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명절에 시댁을 가지 않았을때도 부모님들이 많이 섭섭해 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이해해주셨다. 하지만 섭섭해 하셨을꺼라 생각되어 마음의 짐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마음의 짐보다 그때의 나는 더 예민하고 무서웠다.

확률 게임의 배팅자로 살아간다는 것


시험관 시술은 원래 한 달에 한번 한쪽에서 한 개 나오던 난자를 인위적으로 약물을 투여해서 양쪽에서 10개씩 자라게 하여 좋은 난자를 뽑아 임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확률을 높이면서 시간을 당겨서 쓰다 보니 난소가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부작용은 항상 따라온다. 흰머리가 많아지거나, 난소암이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하게 올라가는 것.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보면, 내가 미래의 시간을 당겨서 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달에 1개로는 난소와 난자도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어다 쓰는 투자를 하는 셈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발병하면서,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 인다.


실제로 진행 중에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격리에 들어가며 이번 차수를 날리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마스크 2장 쓰면 안 걸린데? 안 불편해?


물론, 마스크 착용이 권고이지만, 마스크를 2장 쓴다고 해서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확실한 것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껴서 편한 점은 있다. 일단 화장은 안 하고 다녔었지만 더 안 하고 다닌다는 점. 그리고 폐활량도 늘었다.


마스크를 처음 2장 끼고 다닐 때는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 장도 답답하다면서 KF94 마스크가 아닌 보건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직장 상사였다)


하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걱정이 되는 사람이 마스크를 껴야 할 상황이 아닌가. 걱정만 하기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차라리 마스크를 2 장끼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것이 점점 적응이 되었다. 마스크 2장을 쓰고 다니면 일단 안 쓴 사람들에게는 '나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요'라고 간접 광고를 하는 셈이 되었다.


물론 자리에 앉아 일을 할때 2장을 끼고 있는것은 이제 적응이 되었다. 그 시간만큼 적응이 된것이다. 하지만 마스크 2장을 끼고 뛰거나 계단을 오르는등 스포츠를 하기에는 폐활량이 아직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마스크끼기 덕분에 전국민이 덕분에 폐활량 늘리기 운동을 한셈이 아닌가.


Are you happy?
마스크 써서 좋은 점


아마도 나는 마스크 해제가 되어도 마스크를 계속 끼고 다닐 예정이다. (당분간은) 마스크를 써서 좋은 점은 화장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과 표정을 감출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내 입냄새를 자가 진단 가능하다는 점이 있을 수 있겠다.


특히 회사에서 썩소를 감출 수 있다는 건 참 큰 장점이었다. 상사의 헛소리와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표정관리를 하지 않아도 혹은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서 좋은 점들도 있었다.


대신에 목소리가 작은데 더 안 들려서 크게 말해야 할 때도 있고, 더 눈을 보고 전달해야 할 때도 있다. 대신에 직접 대면보다는 간접 대면으로 혹은 서면으로 혹은 인터넷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서 더 정확하고 정리된 내용을 전달 가능한 점이 일반화된 것이 참 좋았다.


나는 구두로 말로 전하는 것보다 글로 전하는 것이 정리가 더 잘되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나의 감정이 그대로 다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고 감추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일상으로의 회복,

반가우면서도 걱정되는.

오랜만에 만나 마스크를 벗은 게 어색하게 된 것을 보면 마스크가 이제 정말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나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마스크를 계속 낄 건데요.

너무 유별나다고 벗으라고만 하지 말아 주세요.

불편한 건 그냥 제가 제일 불편한 것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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