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아는 심리상담사가 하나쯤 있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서로의 상담사가되어줘야 해요

by LaLa
어른들은 말한다.
아는 의사 하나쯤은, 아는 변호사 하나쯤은 있어야
살기가 퍽퍽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누구라도 알 것이다.

의사 친구, 변호사 친구가 있으려면 적어도 내가 병원 종사자, 법률계 종사자 이거나 가족중에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런사람들과 결혼을 하여 가족이 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아주 어릴 적 친구가 공부를 잘해서 의사, 변호사가 되고, 싸가지도 있어서 어른이 된 지금도 연락이 끊기지 않고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렸을 땐 별로 느끼지 못했다. 어른들의 그런 말들을.


하지만, 가족 중에 암에 걸린 환자가 갑자기 나오거나, 갑자기 소송을 당한 일이 생기면 정말 아는 사람 중에 누구라도 의사가 아니더라도 병원 종사자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붙잡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리고 인터넷으로 아무리 짧은 상담을 여러 번 해보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이다.



나에게는 지난 1년간 매일같이 주 5일을 지켜서
1시간 이상씩 통화를 하다가
6시면 칼같이 통화를 끊는 사람이 있었다


나에게는 '심리상담사' 일을 하는 친구가 있다.

내가 베프라고 말하는 말하는 사람은 1명이지만, 그녀에게는 여러 명의 나보다 더 친한 베프들이 많았다. 그녀에게 상담을 해오는 친구들은 많았다.


나는 고등학교 때 내 베프가 나에게 건넨 쪽지 (그때는 베프가 되기 전이었지만)를 한동안 지갑에 넣어 다녔다. 그 쪽지에는 내가 베프와 매점을 가기로 해놓고, 중간에 다른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느라 본인을 놓고 갔기 때문에 삐졌다는 내용의 귀여운 만화였다.


그때부터 알았다. 그녀는 내가 곧잘 놓치는 감정들이나 섬세함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동아리였지만, 한번도 같은 반이 된적은 없었다. 고3 때 같이 영어 과외를 하면서 친해졌다. 매주 주말에 서로의 부모님이 번갈아가면서 태워주고 서로의 집을 왕래하면서 많이 친해졌다가 내가 반수를 하면서 멀어졌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 나는 반수의 길을 택해 이상을 쫒았고, 친구는 현실을 택해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적응하기 힘들어 나에게 위로받고 싶어 했지만, 나는 재수학원에서 그녀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 후로 친구는 10년 차 선임연구원 직장인이자 석사이자 심리상담사가 되었고, 나는 여러 번의 이직과 학사학위와 서울 사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우리는 내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다시 통화가 잦아졌다.


내 베프이자 나의 수석 상담사인 그녀는 내가 남편과 결혼할 때 나를 열심히 뜯어말린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했다. 나는 그녀가 결혼을 할 때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말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도 결혼을 했다. 우리는 서로의 연애를 봐왔지만, 지금까지 연애와 정말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각자 결혼했다.


상담사에게도 상담이 필요하다. 나의 무던함과 그녀의 섬세함이 잘 맞아떨어졌던 어린 시절과 달리 나는 잦은 이직과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면서 점점 자라며 불안하고 예민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던 다양한 경험 또한 그녀에게 위로를 줄 때도 있었다. 그녀에게 '수다'를 빌미로 한 긴 시간 동안의 상담을 통해 어깨너머로 배웠던 지식을 사용하게 될 때도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더 공감력이 높고, 더욱 감수성이 깊었다. 그런 공감에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때로는 그냥 지나온 나의 경험이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에게도 견뎌낼 수 있음을 암시하는 용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때때로 우리는 서로를 객관화 했다.
서로가 본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핑퐁이 되었다. 그녀가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거쳐를 옮기고, 그쯤 내가 휴직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매일 통화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에게 암흑기와도 같았던 휴직기간동안 나는 친구가 심리상담사여서, 그리고 친구가 있어서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어두운 방에서 시체처럼 계속 누워만 있었을 것이다) 나를 일어나게 한것은 친구의 전화였다. 그녀와의 대화로 나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었다.


상담사의 일은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깨달아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상담사가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사인 그녀의 상담을 내가 해준다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상담사가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위로를 걷네며 지지하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나도 그녀에게 정식으로 상담을 한 것은 아니다. 그녀의 권유로 개인상담과 부부상담을 다른 센터에 가서 받기도 하였다. 당연히 그녀는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해주는 전문인에게 상담을 받았다. 친구이기 때문에 해줄 수 없는 이야기도 많았다. 우리가 생판 모르는 '남'에게 우리 얘기를 하기 더 쉬워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인의 상담만있었다면?

친구와의 수다같은 상담만 있었다면? 아마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전문의의 도움도 필요한 만큼,
일상에서의 용기와 위로도 꽤나 많이 필요하다



TV에서 아동심리학 박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가 휴게소나 화장실을 가면 사람들이 쫓아와서 상담을 해서 민망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에게 상담사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다.


누군가에게는 의사 친구가.

누군가에게는 변호사 친구가.

누군가에게는 부자 친구가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일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큰 행운이 될지는 생각해봐야겠다.


이전 03화36살, 관상을 보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