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요 Oct 11. 2022

휴식에도 메타인지가 필요해!

<생활력 트래커> 사용법

충분히 잘 쉬셔야 해요.

2주에 한 번, 진료 때 만나는 담당 의사는 잘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만 그런가?  '일하는 것'의 반대말이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일을 하다가 병이 났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다.      


아니었다. 마음이 삐뚤어진 나를 달래고, 일으켜 샤워를 시키고, 5분을 걷더라도 산책을 시키고, 책을 읽히고,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시키고, 하루를 기록하게 하면서 나는, 나아졌다. 차츰차츰 나를 살뜰히 돌보면서.   

   

중요한 건 생활력이었다. 나의 생활을 돌볼 수 있는 에너지 즉, 생활력이 있어야 나로 존재할 수 있었고 또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갈 수 있었다. 하루의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매일이 달라졌다.      


3년 차 요양 생활이 시작될 즈음, <생활력 트래커>를 만들었다. 트래커를 사용하니 노트에 글로 쓸 때보다 좋은 점이 더 많았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꾸준히 기록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 눈에 '나의 에너지 상태'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었다. 


나는 한 달에 15일은 80% 이상의 에너지를 유지하지만, 호르몬 등의 영향을 받는 나머지 15일은 70% 이하의 에너지로 생활한다는 걸 알게 됐다. 때문에 에너지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 기간에는 사람을 만나는 등 체력적으로 무리한 외부 활동을 계획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가 한 번에 소진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생활력 트래커>를 활용한 후, 자연스럽게 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삶의 흐름이 바뀌었다. 일과 쉼을 적절하게 조율할 줄 알게 되면서 삶이 조화로워졌다고 할까. 또 하나, 나 자신과 훨씬 더 친해졌다. 이젠 다정하게 나를 잘 다독이고 보살필 줄 안다.       


해녀는 숨길이와 물질 능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상군 해녀는 1분 이상 숨을 참고, 10~20m의 깊은 바다까지 잠수할 수 있다. 당연히 채취하는 해산물의 양과 질도 다르다. 한데, 노력한다고 모두가 상군 해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타고난 숨길이가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고. 중군 해녀는 상군 해녀가 되기 위해 욕심내지 않는다. 자신의 숨길이만큼만 물질한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평생 바다에서 해녀로 살아갈 수 있기에.


<생활력 트래커>도 마찬가지. <생활력 트래커>는 휴식 메타인지를 발휘하도록 돕는다. 메타인지는 해녀가 자신의 숨길이를 알 듯 나의 깜냥을 헤아리는 일. <생활력 트래커>로 나의 생활력 깜냥을 파악해보자. 이는 나답게 잘 쉬는 법의 첫 시작이기도 하다.     






생활력 휴식법을 완성하는 <생활력 트래커사용법    

1단계

첫 번째로 생활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나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쉽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하는 일을 기록하면 된다. 


1)생활력 트래커의 A칸에 하루 동안 했던 일을 적는다.


2)A칸에 적은 일이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이면 <생활력 트래커>의 B-a칸에 색칠한다. A칸에 적은 일이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일이면 B-b칸에 색칠한다.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하면 에너지의 흐름을 파악하기 편하다. 




2단계

다음으로는 하루 동안 했던 일에 든 시간과 에너지를 기록할 차례다. 나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앱을 활용했다. 실제 사용한 물리적인 시간과 체감시간이 다르기 때문. 처음엔 뽀모도로 앱을 쓰다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건 토글 트랙Toggl Track. 물론 간편하게 휴대폰의 스톱워치 기능을 사용해도 된다.


에너지 레벨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내가 느끼는 체감 수치를 나의 기준에 맞게 파악하면 된다. 생활력 트래커를 반복해서 쓰다보면, 나만의 에너지 레벨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3단계

마지막 단계는 시간과 에너지를 조율해보는 일이다. 변화를 주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생활력 트래커의 C칸에 표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D칸에 글로 써본다. E칸에는 생활력 트래커를 쓰면서 느낀 점을 써본다.


나는 1단계부터 3단계를 한 달 간 반복하며 나의 기본 생활력을 점검했다. 그 다음, 매일 반복해서 하는 일은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루틴으로 만들었다. 이젠 잠들기 전, <생활력 트래커>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의 계획을 세운다. 미리 소진될 에너지의 양과 시간을 가늠해보면서. 


결정 피로에서 벗어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을 당신도 느껴보기를!




*<생활력 트래커> 시트를 공유해드립니다. 나의 생활력을 점검해보세요. 출력해서 직접 사용해보시길 권해드려요. 1주일동안 꾸준히 기록해보면 더 좋답니다. 생활이 훨씬 가뿐해질 거예요. 궁금한 점은 댓글로 문의 주세요. (무단배포 및 수정 금지ㅣ저작권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_^)


휴가를 부추기던 여행작가였다. 번아웃을 방치하다 희귀병 환자가 되었다. 3년 동안 요양하며 깨달았다. 우리 삶엔 가끔의 휴가보다 매일의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잘 쉬고, 나답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화로운삶연구소>의 소장이 되었다. 날마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충전하면서 ‘잘 쉬는 기술’을 궁리하며 지낸다.

이전 03화 K-휴식법, '생활력 휴식법'을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