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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ug 15. 2018

빵은 중국 빵집이 맛있다

한국 빵과 비슷한 맛

“나는 커서 빵집 아들하고 결혼할 거예요. 빵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잖아요.”


어릴 적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천진하게 저렇게 말을 하곤 했다. 물론 부모님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시곤 했다. 이유가 너무 단순했기 때문에. 약간 우스갯소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정말 나는 빵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원 없이 빵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빵에 대한 사랑은 식은 적이 없는데, 늘 퇴근길에 바게트를 살 수 있다는 P사에서 문을 닫기 전 정리 상품으로 할인된 가격을 써둔 여러 개를 묶어 파는 빵을 사 오곤 했다. 물론 불행히도 구매 당일 밤 대부분 혼자 호로록 먹어버리고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아침을 맞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만들어 판매되는 빵에 익숙해있던 나는 한국식 빵이 세상 빵의 기준이었다. 다른 나라 빵을 잘 모르기도 했고.


처음 미국에서 잠시 살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한국식 빵과 북미의 빵이 많이 다르더라. 평을 말하자면 한국 빵을 진정 사랑하는 나에게 북미 빵이 잘 맞지 않았다. 물론 캐나다에서도 같은 생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한국식 보드라운 빵을 많이 먹던 나에겐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거친 느낌을 주더라. 갓 구워서 내놓은 빵을 트레이에 요리조리 담아 먹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다른 방식의, 다른 맛의 빵에 처음은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맛이 없다기보다는 그저 조금 달랐기 때문에, 내가 바라던 그 맛이 아니라서. 그런 이유로 이 나라의 빵을 쉽게 좋아하기 어렵기도 했다.


현지제과점 중 하나인 COBS와 로컬 장터의 빵



초기 정착 시기에, 리치몬드라는 곳이 낯설던 시기에 빵을 딱히 어디서 사서 먹어야 할지 몰라 주로 마트 안에 있는 빵 코너를 활용하곤 했다. 역시나 P사 T사의 빵과는 다른 맛이라 쉽게 적응되지 않긴 했다. 특히 나는 곰보빵(소보로)과 단팥빵 등의 한국식 고전적인 빵맛을 좋아해서 더욱 그러했다. 오죽하면 한동안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서 빵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찹쌀 도넛부터 단팥빵, 곰보빵까지 다 만들었다. 그 와중에 곰보빵의 가장 맛있는 윗부분의 달콤한 껍질(?)이 땅콩가루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말 그 빵 하나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 땅콩 가루를 사 오고, 날것의 팥을 사다가 전기밥솥으로 단팥 소를 만드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했던 것 같다. 노력이 들어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먹을 만 하긴 했다. 예전의 그 맛은 아니었지만 비슷하긴 했으니까.  하지만 어렵사리 구현한 비슷한 맛보다도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까지 고생해서 만들어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여기 빵에 적응하는 편이 낫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엔 한국서 먹던  스타일의 빵집이 있는 줄 모르고 꽤 많이 만들어 먹어봤다.


그런데 점점 리치몬를 알아가면서 이곳에서도 비슷한 빵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한국서 즐기던 빵들과 비슷한 것들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많은 제과점들이 성황리에 운영 중이었다. 일정한 브랜드라기보다는 각 제과점들에서 각기 만든 빵들이라 빵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긴 했다(물론 게 중에는 규모가 큰 업체도 있고, 지점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여러 번 시도 끝에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중국식 빵집이라고 하는데, 꽤 한국서 먹던 것과 느낌이 비슷하다.



대부분의 중국식 빵집들은 대체로 장사가 잘 되던 편이었는데,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거의 현금만 받았다. 그래서 꼭 가기 전에 현금을 적당히 챙겨가야만 한다. 너무 많이 가져가도 기존에 묶음으로 잔뜩 사서 한 번에 먹어 치우던 버릇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꼭 사 먹을 양만큼을 생각해 일정 수준의 현금만 주머니에 넣어가곤 했다. 빵 종류도 무척 익숙한 편이었는데,  단팥빵부터 크림빵, 카스텔라, 소시지 빵은 물론, 일전에 직접 만들어 먹으며 만족해야 했던 곰보빵과 비슷한 빵도 있었다. 곰보빵과 가장 비슷한 빵은 여기서는 파인애플 빵(pineapple bun)이라고 부르곤 하던데, 파인애플 껍질 모양과 비슷하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더라 (물론 맛과 질감은 좀 많이 다르다).


여러 빵집을 돌면서 가장 맛있는 집을 찾아 나서게 되면서 기존에 있던 빵에 대한 불만은 아주 많이 사라졌다. 물론 생각보다 가격이 나가서 몇 개 안 사도 주머니가 꽤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곰보빵은 비슷하게 만드는 곳이 없다는 것 정도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나머지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아이들도 빵을 사 오는 날은 한국서 먹던 그 맛이라고 무척 좋아하더라. 아이들이야 원래도 내가 좋아하는 고전적인 빵을 좋아하지 않던 터라 소시지 빵 하나로 모든 것이 다 무사통과.


어쨌든 덕분에 나는 없던 베이킹 실력도 생기고,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가끔은 일부러 만들어 먹어보려 시도하기도 하는데, 늘 시도를 하고 나서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너무 힘이 들어 후회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곰보빵만큼은 대안이 없다. 생각이 너무 나고 시간 많고 체력이 있다면 해먹을 수밖에.


그나마 다행이다. 곰보빵 하나고, 나머지는 비슷해서. 이럴 땐 미리 와 정착한 중국인들이 꽤 고맙다. 같은 아시아라 입맛도 일정 부분은 비슷한가 보다. 특히 빵에 있어서는 더더욱 더. 캐나다에서 살지만 이젠 빵도 썩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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