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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ug 22. 2018

캐나다의 중국맘들은 한국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로 친구 사귀기

“한국에서 고부간의 갈등이 그렇게 심해? 시댁에서 그렇게 못되게 굴어?”


 학교에서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중에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곤 한다. 한 번은 이런 주제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하호호하다가 주제가 시댁에 관련된 이야기로 흘렀다. 대체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잘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두 어느 드라마에서나 봤을법한 내용이더라. 아무래도 한국 드라마, 그중에서도 우리가 인정하는 뻔한 클리셰의 드라마들에 영향을 받아하는 이야기 같더라. 재벌집 남자와 사랑에 빠진 상대적으로 여유 없는 성실한 여자와, 이를 방해하는 남자네 집안 이야기. 그렇고 그런 드라마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 주제를 꺼낸 친구가 한국 드라마에서 봤다고도 말을 꺼내긴 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 사이트. 이름이 Viki라고 하더라.


우리도 이런 스토리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써먹어서 지겹다고 하면서 가끔 개그 소재로도 사용하는데, 캐나다에서 중국인 친구들과 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몰랐다. 이들도 한국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보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드라마나 한국 연예인 관련 소재들은 친구를 가장 쉽게 사귈 수 있는 요소이기도했다.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만큼 편하고 쉬운 다른 소재가 없을 정도로.  


특히 중화권 친구들에게는 이민호가 인기가 많았는데, 이런 스타일의 외모를 좋아하는 듯했다. 하도 보는 친구들마다 이민호를 물어보길래, 이제는 이민호의 중국어 발음과 광동어 발음을 모두 알 정도다. 또 누군가는 혹시 실물을 본 적이 있냐고 묻곤 했는데, 한국에서 살아서 한국 연예인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좀 보고 싶다’라고 웃으며 답을 하곤 했다. 종종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실은 내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제대로 답을 주기 어려웠다. 덕분에 뒤늦게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드라마 내용 등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떻게든 대화는 해야 하니까. 

이민호. 내가 체감하기로는 한국연예인 중 중화권 최고 인기스타인 것 같다. 

언젠가는 너무 궁금해서 대체 한국 드라마를 어디서 보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일부는 온라인 사이트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DVD 샵을 알려주더라. 중국 혹은 홍콩인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몰이 있는데, 그 몰에 가면 DVD를 구매할 수 있는 샵이 있다고 하더라. 나도 궁금해서 같이 가보자고 했다. 그리고 마침 오랜 시간 팬이었던 ‘영웅본색’의 광둥어판을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따라갔다. 홍콩 영화 황금기의 작품인 영웅본색을 좋아했었는데, 최근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중국 보통어로 더빙이 된 것이라, 어려서 봤던 감흥이 없더라. 그래서 홍콩 친구가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서 영웅본색 원어 DVD를 찾으러 갔다. 


중화권 몰에서 DVD를 구매할 수 있다.


DVD를 다루는 샵이 그 몰에도 두 군데에 있었는데, 한자도 그렇고 대화도 광둥어로 하더라. 운영하는 분들은 홍콩 계통 사람이라 생각이 되더라.  작품은 종류가 많았는데, 예전 작품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들이 없더라. 요새 꽤 한국 드라마를 잘 모르던 내가 가끔 포털 사이트에서 보던 최신작들까지 보이는 것을 보면 발 빠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 나는 보고 싶던 영웅본색 원어판을 하나 샀다. 이걸 사기 위해 홍콩 친구가 도와주었는데, 왜 이렇게 오래된 작품을 보냐고 하는 듯이 묻더라. ‘고전이 좋아서’라고 답을 하긴 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딱 하나 남아 있는 것을 간신히 찾아들고 올 수 있었다. 


 또 취재용으로 한국 드라마를 하나 샀다. 잘은 모르지만 사랑 이야기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닐 것 같아 하나 구매하기로. 금액은 16불이더라. 비교적 최근 작품은 대체로 이 가격인 듯하더라. 오래되면서 점점 금액이 저렴해지더라. 어쨌든 홍콩 친구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살펴보고, 드라마 정보도 공유하고 했다. 


언뜻 보기에도 한국 드라마가 꽤 많이 눈에 띈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친구가 자신은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어떤 드라마를 추천해줄 수 있는가를 물었다. 갑작스레 생각이 잘 나지 않더라. 아니 생각이 안 난다기보다는 아는 것이 없는 편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도깨비’가 생각났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인간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서 도깨비를 권했고, 그 친구도 작품을 사서 돌아왔다. 나중에 듣기로는 꽤 만족스러웠고, 자신은 주인공인 공유의 팬이 되었다더라. 

내가 구매한 라이프 온 마스. 16불에 구매했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자꾸자꾸 좋은 것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여기에서도 드라마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가까워지는 데 큰 도움이 되니 말이다. 물론 캐나다 현지인들은 예외긴 하지만 말이다. 캐나다 현지 친구들은 자국 드라마로도, 미국 드라마로도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Kim’s Convenience라고 자국 콘텐츠 불모지인 캐나다에 단비와도 같은 드라마. 한국계열 캐나다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다는 것이 다행이긴 하다. 어쩌다 아주 어쩌다 이 드라마를 아는 친구들을 만나긴 하니까. 그런데 상까지 받았다는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 더 인구도 많고 더 복잡한 중국 친구들도 한국 드라마로 대화가 되는데, 심지어 자국 드라마로도 대화가 어렵다니, 대체 이곳 친구들은 무슨 콘텐츠로 대화를 해야 한단 말인가? 1번도 2번도 3번도 그냥 하키란 말인가?


캐나다 자국 드라마 중 눈에 띄는 김씨네 편의점.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이야기라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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