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예전 연말행사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직원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 행사를 맡아 준비하는 팀원이 '와인' 선물을 제안하였고 직원들 역시 연말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좋은 피드백들을 주어 예쁜 포장과 함께 와인 선물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느 날 윗분이 팀원에게 직접 연락을 주셨다.
" 직원들에게 술은 좀 그렇지 않나요? 머플러도 있으니까 이것도 한번 검토해 보세요"
팀원은 머플러의 디자인과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고 예산 범위도 벗어나기에 다시 한번 정중히 본인의 의견을 말씀드렸다.
" 가격 차이가 많이 나고, 그리고 와인이 술이라기보다는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혹 무알콜 와인도 있으니 체크해 보겠습니다. 예쁜 포장과 함께 와인을 선물하면 가격적으로나 또 직원들 만족에 있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 피드백은 없었다. 며칠 후 나에게 전화가 왔다.
" 회사 사정상 머플러를 구매할 수밖에 없으니 와인은 취소하시고 머플러로 직원들 선물 준비 부탁드려요"
솔직히 난 조금 당황스러웠다. 머플러를 구매하라고 한 부분에 있어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무엇인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선물종류를 변경하자고만 이야기했더라도 불필요한 감정 소비나 의견교환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정이 있어 머플러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의견을 전달했더라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오묘하게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술은 좀 그렇지 않나요?"처럼 말이다
의도가 숨겨진 대화가 갖고 있는 많은 허점들을 우리는 가볍게 여길 때가 많다. 특히나 아랫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 상하관계라는 구조라는 점을 앞세워 자신이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면 내 의도를 알아주겠지 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리더는 알면서도 숨겨야 한다.
팀원들과 솔직하게 대화하면 안 된다.
리더만이 알고 있어야 하고 짊어지어야 할 무게가 있다.
예전 리더십 교육에 가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실제 조직에서도 리더는 팀원들과 거리감을 두고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강조했었던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발생하고, 불필요한 감정이 소비되기 시작한다. 이는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함께 일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인가를 얻고자 할 때 자신의 의도를 숨기려고 하면
결국 상대방이 취하고 있는 것의 '틈'을 벌리고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솔직하게 자신의 의도를 먼저 보여주면, 상대방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방어적인 태도 보다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에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착각한다. 무엇인가를 얻고자 할 때 상대방의 빈틈을 발견하면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는 감정을 소유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솔직하게 다가오면 진정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는 조직 안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대화들을 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내가 의도하는 대로 상대방이 움직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움직여 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하다.
상대방의 틈을 찾아 당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할 것인지.
반대로 솔직하게 의도를 이야기하고 움직이게 만들 것인지.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조금 더 지혜롭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리더'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