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자식을 낳아버렸다 (1)

'너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란 말이 실현되었다

by 캔디스

둘째 아이를 임신하며 둘째 얼굴만큼 궁금했던 것은 바로 둘째의 성격이었다.

첫째 딸은 전체적으로 나를 닮았지만 눈만큼은 아빠 쪽을 닮아 속눈썹이 길고 속쌍꺼풀이 있는 눈이 초롱초롱했다. 둘째를 임신하고 입체 초음파를 봤는데 사진으로 잘 안 보이는 눈을 제외하고는 첫째와 많이 닮아있었다. 내가 첫째의 눈을 많이 좋아했던 터라, 둘째 아이의 눈도 첫째처럼 크고 예뻤으면 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아,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콤플렉스였던 나의 눈을 빼다 박은 둘째 딸. 짧은 속눈썹에 무쌍 눈이었다. 게다가 눈 사이도 약간 멀어 보이는 밋밋한 얼굴. 누굴 탓할 수도 없이 내 눈이라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외할머니도 엄마 어릴 때 원하면 수술해도 좋다고 했어. 엄만 수술할 생각이 없었지만, 너는 원하면 눈 수술 해줄게.'


코와 입은 언니를 빼닮았는데 눈은 나를 닮아버렸다


눈만 닮은 줄 알았는데 이 녀석, 보면 볼수록 나를 많이 닮았다. 긴 허리와 짧은 다리. 먹으면 다 허벅지로 가는지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지는 다리, 그리고 조용한 성격까지. 둘째와 비교하니 알겠다. 첫째는 정말 아빠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둘째는 순하디 순하다. 사실 첫째가 순한 맛이면 둘째 육아가 매운맛이 될 거라 주의를 주던 주변인들이 있어 미리 긴장했다. 하지만 둘째는 순한 첫째보다 더 순한 아이였다. 물론 생후 50일까지는 자주 게워내는 아이의 밤잠을 재우느라 고생을 하긴 했지만, 수면교육도 수월하게 진행이 되어 4개월부터 낮잠과 밤잠을 거의 울지 않고 잠에 든다. 낮에도 이따금 앉혀달라고 울긴 하지만 손에 빨 수 있는 것만 쥐어주면 부모가 없어도 하릴없이 가만히 누워 쪽쪽 빨며 논다.


하지만 아이가 울지 않아 부모가 편하다면 높은 확률로 그 육아는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기에 부모와 교감하고 세상의 다양한 자극을 수용하며 발달을 해나가야 하는데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교회 언니들로부터 순한 기질의 아이에게 제 때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하여 아이 발달이 늦어져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던 터라 아이가 표현하지 않는다고 가만히 놔두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을 기억하고 되새기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자꾸 아이를 홀로 놔두고 방치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자꾸 하게 되는 게 또 있었다. 바로 첫째와의 비교다. 형제자매와의 비교는 괜한 경쟁심만 부추기고 사이도 나빠질뿐더러 백해무익하다는 걸 몸소 경험해 봐서 알지만서도, 첫째를 낳아 기르며 이미 기준값이 첫째로 맞춰져 있어 첫째의 이맘때와 둘째를 계속 비교하게 되었다.


둘째를 키우고 나서야 깨달았다. 육아책에 나오는 대로 발달 과업을 제 때 하는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느린 기질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가고 조급해지는지.


첫째는 세상에 신기하게 많고 탐구심이 많은 아이였다. 누워서도 천장에 달린 장난감에 손을 뻗고 놀았고 뒤집어서도 여러 장난감에 관심을 보였다. 뒤집기는 4개월이 되자마자, 걸음마는 11개월에 한 평균 또는 평균보다 빠른 아이였다. 부모가 하는 건 곧잘 따라 하며 호불호가 강하고 자기 기준대로 해야 하는 아이다. (식사와 잠은 잘하는 편이지만) 예민한 기질의 아이라고 봐도 되었다.


둘째는 이와 반대다. 장난감을 손에 쥐여줘도 몇 번 빨다가 계속 뱉어내 결국 흥미를 잃어버리고, 뒤집어 노는 걸 싫어하며 가만히 뉘어놔도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과연 이 아이가 언제나 뒤집을까 속이 답답해졌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나는 둘째와 집중적으로 놀아주었다. 계속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고 장난감을 바꿔가며 아이에게 보여주고 만져보게 했다. 아기 체육관에도 넣었다가, 튤립 사운드북을 들려줬다가,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뒤집기 연습과 터미 타임도 틈틈이 시켜주었다. 아이는 가만히 있는데 아이와 놀아주느라 나만 바빴다. 말을 너무 많이 해 진이 빠졌다. 하지만 내가 노력할수록 기대에 비해 반응이 없는 둘째에게 더 실망스러웠다.


아이를 열정적으로 놀아준 데는 나의 걱정과 불안이 작용한 것 같다. 첫째와 둘째를 비교해 보니 직감적으로 둘째는 느린 기질의 아이임을 알았고, 나 또한 느린 기질의 아이였다. 새로운 환경에 부정적이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작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무관심해 보인다. 무언가를 습득하고 일을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탐구심이 적고 자신이 가진 상황에 만족하는 편이다. 열정이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나 스스로가 내 느린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내 모습을 아이에게서 발견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고 뜯어고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아이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며 뇌발달을 시켜주고 싶었다.


남편은 첫째와 비교하지 말고 아이를 기다려주라고 했다. 이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라고. 성인인 나도 느린 기질이라 남들처럼 성취를 하는 데 더디고 ADHD가 있는지 해야 할 일을 제시간에 못하고 자꾸 미룬다. 더 많이 키워보니 알겠다. 시각 추구가 있어 불빛이나 소리 나는 장난감을 좋아하고 하릴없이 계속 버튼을 누른다. 내가 미디어에 빠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험한 세상, 나와 둘째는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그건 아이의 과제이면서 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처음 나온 날부터 사랑스러웠던 첫째. 속눈썹이 왕길다.
첫째와 하관이 많이 닮았지만 눈은 조금 다른 둘째. 일단 이마 잔머리가 많아서 황비홍인 게 나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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