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웅 Jun 27. 2024

매운 홍합탕은 오직 한국사람들을 위한 메뉴였다.

 “여기 아니야, 다음 골목이었어.”

“다음 골목은 정말 아니거든, 그냥 대충 아무 서점이나 들어가면 안 돼?”

“이틀 동안 지나다니며 본 서점인데 막상 가려고 하니까 못 찾는 이유는 뭘까?”

“아무 서점이나 들어가자. 솔직히 찾는 책도 없잖아.”

“지나다니다 본 그 서점이 아기자기해서, 들어가보고 싶었거든.”

“여기도 서점이 있네. 들어가 봐.”

 길에서 봤을 때, 서점처럼 보여 들어가 보니 출판사였다. 1층은 그동안 발행한 책들을 전시 중이었고, 2층은 직원들이 바글바글 모여 글을 쓰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라시아스’를 외치며 황급히 빠져나왔다. 

“서점 아니야, 출판사야. 2층에 직원들이 회의하고 있어. 다들 무슨 일인가? 빤히 나를 쳐다보는데 민망해서 혼났다.”

“여기도 서점이네. 들어가 보자.”


 민망했던 서점을 뒤로하고, 들어간 서점은 시간여행을 온 듯한 서점이었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듯한, 이층으로 올라가는 회전형 계단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책들은 창문이 있는 책장 안에 진열되어 있었다. 감히 창문을 열고, 책을 만질 수 없을 만큼, 책은 위엄이 있었다. 서점은 두꺼운 고서적들이 일 층과 이 층을 꽉 채우고 있었다. 서점을 둘러보다 주인에게 물었다. 

“저는 돈키호테를 한 권 사고 싶습니다.”

“고서적만 취급하는 서점입니다. 손님께서 찾으시는 책은 여기에 없습니다.”

“서점이 너무 멋집니다. 조금만 구경하다 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천천히 구경하세요.”

 서점을 구경하며 주인에게 진열된 책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구글님께서 도와주셨다.

“여기에 있는 책들은 스페인의 문화와 예술에 관한 다양한 책과 카탈로그의 목록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예술 작품, 사진집, 박물관 컬렉션, 그리고 골동품에 대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 책에는 예술가의 친필 사인이나 오리지널 드로잉이 포함된 특별한 사본도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책들은 예술과 문화, 의학적 참고 자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스페인 역사와 예술에 대한 중요한 자료입니다.”

설명을 듣고, 사진도 같이 한 장 찍었다. 그냥 나오기 뭐해서 그곳에서 파는 돈키호테 굿즈를 샀다. 일렬번호까지 매겨진 수공예품이라는 설명서와 인증서까지 챙겨 줬다.

“우연히 들어간 서점이 히트했네.”

“이건 히트가 아니라 홈런이다. 마음에 쏙 들었어.”

“그럼,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아마 그곳은 그냥 홈런이 아닌 9회 말 끝내기 홈런 같은 맛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 (Bar El Rocio) 숙소 옆, 아이스크림가게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골목에 있었다. 바로 옆에 두고, 마지막 날에 왔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매운 홍합탕과 오징어튀김이었다. 홍합탕은 맵기 정도를 요청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매우 맵기와 짜지 않게 부탁했다. 맥주와 함께한 오징어튀김은 부드러웠다. 생물 오징어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드디어 나온 홍합탕의 국물을 맛본 순간 나는 스페인에서 천국의 맛을 봤다. 국물에서 마늘의 맛과 향이 가득했고, 많이 매웠다. 그동안 느끼하고, 답답했던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맛이었다. 

“아빠, 어때?”

“한국 마늘 맛인데, 스페인도 마늘이 유명한 것 같다. 알싸하고, 입 안에서만 매운맛이 좋네. 중국 마늘처럼 속이 쓰리지도 않고, 역시 우리는 단군의 자손, 마늘의 민족이야. 밥에 비벼 먹으면 진짜 9회 말 끝내기 홈런이다.”

나는 주인에게 물었다. 

“스페인 사람들도 매운 음식을 좋아해요?”

“안 좋아해요.”

“그럼, 이 매운 홍합탕은 누가 먹나요?”

“한국 사람들이 먹어요.” 

“혹시 밥이나 파스타 면이 있을까요?”

“없어요.”

“여기에 한국 사람 많이 오죠?”
 “네, 많이 옵니다.”

“그럼, 홍합탕에 빵 대신 밥이나, 파스타 면을 주면, 대박 날 것 같습니다.”
 매운 홍합탕은 오로지 한국 사람들을 위한 메뉴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인은 밝게 웃으며 고맙다며,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앞으로 Bar El Rocio에서 밥이나, 파스타 면을 준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의 오지랖이었음을, 그곳에 온 한국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고야가 기다리고 있는 프라도 미술관으로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하늘을 날듯 사뿐사뿐 걸어갔다.



서점인줄 착각하고 들어간 출판사
miguel miranda bookstore
miguel miranda bookstore
서점에서 구입한 돈키호테 수공예품(일련번호가 있음)
miguel miranda bookstore 의 입구는 작았다.
아이스크림가게 그림
Bar El Rocio가 있는 골목
매운 홍합탕
오징어튀김


이전 10화 세비야의 이발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