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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스페인여행 11일 Day8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MC투어/El Glop가우디점/chao pescao

by 윤희웅

부모님과 함께하는 유럽여행

더 자세히,

아빠와 함께 한 스페인 여행 11일


DAY 8

오늘은 가우디데이

이런 당일 투어는 첫째 날 하는 게 가장 좋다

양질의 정보를 사전에 취득할 수 있으니까~!


가우디 투어 첫 장소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기 위해

오전 7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오전 6시에 기상.. ㅠ

이거 여행 맞아요? 극기훈련 아니에요?


거의 10년 만에 탄 바르셀로나 지하철

아빠 앞장서게 하고

"뭐 타야 할 것 같아? 혼자 왔다 생각하고 먼저 가봐"

�음..... 이쪽!

"아쉽습니다. 당신은 방금 국제 미아가 되었습니다"

장난치며 플랫폼 내려가는데

아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한국인 중년부부가 있었다

'이 시간에 이 방향이면 당연히 가우디 투어인데..

도와드려야 하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도와주면 실례 아닌가..'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 돌리며

힐끗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아빠보다 진짜 열 살은 더 많아 보이는 어머님이

"여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쓰여있네, 여기 맞아"


우리 아빠는 국제 미아 될 뻔했는데...

그 중년 노부부는 우리랑 같은 가우디 MC 투어였고

나중에 바셀공항 갈 때 우연히 또 마주쳤는데

나이 드셨는데도 서로 의지하면서

낯선 언어와 풍경 사이를 여행하시더라

그 나이면 패키지가 자식들도 본인들도 편할 텐데

언어도 안 통하고 손짓 발짓도 한계가 있을 텐데도

자유여행을 도전한다는 자체가 대단해 보였다

아빠한테

"아빠 지금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저분들 참 멋있는 것 같아" 했더니

�"너 없었음 나도 저 정도는 하지"


어휴 뭘 바라... 진짜...

거의 10년 만에 보는 성가족성당 오랜만이다!

일찍 가니까 가이드님이 사진 찍어줬다 인생 샷!

모임 시간 전까지 사진 타임 가지며 둘러보니

부부+모녀+가족 여행이 가장 많고

부녀는 우리가 유일했는데

모자도 있었다?!

어머니가 계속 팔짱 끼면서 걷던데 남아들 제법인걸...

시간 남아서 멍 때리고 있는데

아기 안고 있는 외국 부부가 사진 찍어 달라 해서

원투쓰리 하며 여러 장 찍어주는데

남편이 아내분께 머리 뽀뽀함ㅠ

대박 화보 그 자체 ㅠ

so lovely....

이 부분은 10년 전엔 없었던 것 같은데...

아침일찍이어도 태양은 뜨겁구나

가우디 투어의 특성상 야외에서 수신기 들으면서

MC투어 하민철가이드님이 준비한 자료랑

성당 번갈아 보면서 설명 듣고 있는데

아들 둘과 여행 온 가족 중 어린 아들이

서서 설명 듣다가 갑자기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버림



진짜 내 눈앞에서 멕아리 없이 풀썩...

그 가족, 가이드 포함 같은 투어 인원까지 다 놀랐다

"어떡해! 일어나 봐! 왜 이래! 괜찮아!?" 난리났다

가이드가 그래도 나름 침착하게 보니까

혀가 말려있어서 정신을 잃었나 보다

같은 투어의 정 많은 한국인들은 다들 가방을 뒤져서

조금이라도 도움 될만한걸 다 꺼내서 전달해 줬다

소독 티슈, 진통제, 물티슈 등이 전달됐고

나도 오전에 챙겨간 물을 건네주면서

일말의 도움이 되고 싶었다

가이드가 나름 응급처치해서 그 아이의 정신 돌아왔고

알고 보니 우리가 웅성웅성하니까

성당 앞을 지나가는 신부님이 119에 신고해 주고

인포데스크에 있던 직원분이 도와주려고 오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많았다

다행히 일어날 정도여서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

앰뷸런스 타고 갔는데

나도 너무 놀라서 심장이 떨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가이드는 그래도 제 역할을 해야 하니

설명을 이어갔는데

어느 누가 집중할 수 있겠는가...

다들 이름도 모르는 그 10살 아들을 걱정하며

놀란 가슴을 다독이고 있었는데

아빠가 뒤에서 나한테 슬쩍 얘기하길

�"성당 앞이어서 그 아이 입속으로 신이 들어왔나 봐. 너무 압도돼서 넘어진거지ㅎㅎ"

놀란 나를 달래주러 한 실없는 농담이었겠지만

인성 없는 농담이었다

누가 안 들었길..

2차 설명을 위해 근처 카페로 이동

다들 뜨거운 햇빛을 피하고 편한 의자에 앉아서

어색한 눈인사를 하고 있었다

2층을 전체 대관하는 대신

1인 1음료를 시키는 조건인지

가이드님이 음료 설명을 하면서 바르셀로나에서 아이스커피란 아이스+커피라고 설명해 줬다

아~ 그래서 공항에서 그렇게 줬던 거구나..

�‍�"자 이제 주문하러 다 같이 1층 내려가시죠"

하는 순간 모든 그룹의 자녀들이 우르르 내려감

역시 부모시다바리는 해외가 제맛이지



주문하고 올라오니 아빤 어떤 아주머니랑

테이블을 같이 쓰고 있었는데 따님이랑 같이 왔나 보다

본격적인 설명 듣기 전에 잠시 쉬는 시간

갑자기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하... 엄마 아깐 아이스 아니랬잖아..."

보아하니 딸은 주문 다 하고 올라왔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메뉴를 바꾼 모양이었다

그 한숨소리의 깊이와 톤이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쉰 한숨이 아닐까? 할 정도로

기시감 느껴졌다


어머니-"... 어차피 얼음에다 나오는 거니까 지금 빨리 바꿔도 되지 않아?"

딸-"한 잔씩 나오면 어쩌려고 주문도 가이드님이 해준 거라 못 바꿀 수도 있어. 하.... 알았어 잠깐 기다려봐"

와 마치 예전에 여행 갔던 나와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귀가 잔뜩 커져서 흥미진진했다

결국 착한 딸은 가이드님께 설명하러 갔고

엄마는 자기 취향을 빨리 말 못 한 죄로 눈치를 봤다

와 모녀 여행은 똑같구나...

에어컨 빵빵한 크고 넓은 전용버스

까사바트요

사람이 너무 많아 이런 각도가 최선

까사밀라

까사밀라 보는 아빠


10년전....가우디투어만 해도

대중교통 타고 이동했었는데

최신식 대형버스로 움직이니까 참 편하고 좋았다

버스 안에서도 가이드의 설명은 끊이지 않았다

문화, 지리, 맛집, 날씨 등 많은 정보를 들으면서

구엘공원으로 이동했다

구엘공원 설명 후 랜드마크에서 찰칵

아빠 내가 아빠 찍은 것처럼 찍어줘 뒤에 버섯 같은 소용돌이 나오고

물결치는 난간도 나오게 발끝이랑 사진 끝 맞춰서 찍어줘


.......




구엘공원이 넓어서 가이드랑 설명 들으며 한 바퀴 걷고

자유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건데

혼자 길을 잃어버림;;;

분명히 그 돌 많은 곳으로 가자고 하고 사진 찍느라

아빠를 잠시 놓쳤는데...

그 돌 많은 곳이 어딘지를 모르겠다...

나이 30 먹고 부모님 잃어서 혼자 서있는 기분이란..


사람 많은 곳에서 부모님을 잃었을 때 해야 하는 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어서 먼저 찾아주길 애타게 기다리기.

역시 나의 실종을 깨달은 아빠가 보이스톡으로 전화했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래서 가만히 서있었다

아빠가 데리러 오는데

살짝 머쓱함..;;

거의 일주일 동안 멋진 척 혼자 다 하면서

영어로 주문하고 아빠 가이드하고 이끌었는데

알고 보면 길 잃어버려서 얌전히 아빠 기다리는 꼴이라니;;

암벽 클라이밍

서로 사진 찍어주면서 있는데

또 귀에 꽂히는 한숨소리

"아니 이런 곳은 전체적인 배경이 나오게 찍어야지.."

"나름 그렇게 한 건데.... 이게 아니야...?"


아까 카페에서 만났던 모녀..!

딸은 엄마 인생 샷 찍어줬는데

엄마는 잘못 찍었는지 딸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와... 나랑 엄마만 이러는 게 아니었구나..

그럼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안녕하세요~ 제가 사진 좀 찍어드릴까용~~?

여러 장 찍을 테니 계속 포즈 해주세요~~!



어느 모녀의 칼로 물 베기 싸움을 막고

화기애애하게 마무리함

가이드 추천 포즈

구엘공원 왔으면 도마뱀입에 손 넣어줘야지

나도찍어 빨리찍어 일단찍어

El Glop Gaudí


El Glop Gaudí

C/ de València, 443, L'Eixample, 08013 Barcelona, 스페인


투어 종료를 향해 사그리다 파밀리아로 돌아가던 길

가이드가 추천해 준 맛집 엘그롭

가우디 투어 종료시간은 여느 여행사마다 비슷해서

엘그롭 가우디점에 사람이 항상 많다고 하는데

가이드의 "오늘은 별로 없네요~" 하는 말에

바로 수신기 반납하고 들어갔다

가보니 우리가 거의 마지막 테이블이었다

러키비키자나~!


이베리코 스테이크

먹물 빠에야

윤작가가 스페인 관련 티비를 많이 보면서

이 먹물 빠에야를 먹고 싶었나 보다

그냥 가이드 추천으로 주문한 거긴 한데

'오 드디어 검정 빠에야를 먹어본다'며 좋아했다

그래 이 맛에 효도여행 하는거지...


스테이크는 뻑뻑해 보였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역시 맥주와 같이 먹으니 환상이었다

아무래도 가우디 투어가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고

집중하며 설명 듣느라 정신적 에너지도 많이 써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니까

음..~~~ 캬!


분명 서로 별로 배 안 고프다고 했는데

싹싹 긁어먹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 젤라또


CARAMBOLA - gelat artesà de Barcelona

C/ de Lepant, 269, L'Eixample, 08013 Barcelona, 스페인


�"이제 성당 들어가자"

"안돼 우리 3시 30분 예약이야 아직 한 시간은 남았어"

�"그럼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말만 하면 다 나오는 줄 아나 봐.. 좌회전으로 모십니다"

공원 근처 젤라또 집을 급하게 검색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맛도 다양했다

엄청 달지 않아서 아빠도 만족해하면서

아빠가 거의 다 먹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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