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부. 5G 초기 대중화 물결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마침표를 찍은 정부의 시선은 곧바로 '그다음'으로 향했다. 상용화 닷새 만인 4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코리아 5G 데이'를 개최하고, 5G를 기반으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인 '5G+ 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단순히 통신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5G를 '혁신성장의 핵심 인프라'로 삼아 경제 전체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날 발표된 5G+ 전략의 핵심은 '10대 핵심 산업'과 '5대 핵심 서비스' 육성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5G 망 장비와 차세대 스마트폰, VR·AR 기기, 자율주행 셔틀, 스마트 공장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해 2026년까지 생산액 180조 원, 수출액 730억 달러(약 83조 원)를 달성하고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반환점을 돈 것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5G를 통해 전후방 산업을 얼마나 빨리 선점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30조 원 이상의 민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스마트 공장 3만 개 보급, 5G 기반 자율주행 셔틀 실증, 국가 재난안전망 5G 전환 등 공공 영역에서 선제적인 수요를 창출해 기업들의 투자를 마중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당시 업계와 미디어에서는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5G 단말기의 비싼 가격과 부족한 커버리지 속에서 과연 정부가 공언한 수준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 조기에 열릴 수 있겠느냐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산업 현장의 기술적 한계와 규제 장벽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허물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5G+ 전략은 기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정부의 의지였으나, 동시에 이통 3사와 제조사들에게는 수익성이 불투명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며 명분과 실리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이 저물어갈 무렵, 대한민국의 5G는 안팎으로 묘한 온도 차를 겪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LTE보다 나을 게 없다"는 품질 논란과 28GHz 대역의 불확실성이 거셌지만, 국경 밖에서 바라본 'K-5G'는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상용화를 준비하던 국가들의 통신사 CEO와 기술진은 매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세계 최초로 5G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한국의 '비법(Know-how)'을 배우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실질적인 수출의 물꼬를 튼 것은 LG유플러스였다. 2019년 10월, LG유플러스는 중국의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차이나텔레콤에 5G 콘텐츠와 솔루션을 수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사가 해외 통신사에 5G 콘텐츠를 수출한 최초의 사례로, 단순히 통신 장비나 단말기가 아닌 '한국형 5G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특히 3억 2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텔레콤이 한국의 VR·AR 콘텐츠와 이를 끊김 없이 전송하는 저지연 기술에 매료되었다는 소식은 국내 콘텐츠 강소기업들에게도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표준화와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정호 사장은 GSMA(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 이사회 멤버로서 런던, LA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5G 성공 스토리를 전파했다. 특히 독일의 '5Germany' 컨퍼런스 등에 화상 연설자로 나서 독일 정·재계 인사들에게 5G 혁신 노하우를 전수한 대목은 대한민국의 기술 리더십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SK텔레콤은 단순히 기술을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만모바일 등 해외 이통사에 5G 네트워크 최적화 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 자문'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창출해냈다.
KT 역시 연말 글로벌 시상식을 휩쓸며 한국 5G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런던에서 열린 '월드 커뮤니케이션 어워즈 2019'에서 5G 리더십 상을 포함해 2관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한 해 동안 5G로만 글로벌 시상식에서 9개의 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KT가 평창올림픽부터 다져온 5G SIG 규격과 CUPS 등 에지 통신 기술은 글로벌 표준의 표준이 되었고, 전 세계 통신사들이 5G 인프라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하는 교과서가 되었다.
2019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5G 가입자는 약 500만 명에 육박하며 전 세계 5G 이용자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전문가들과 해외 데이터 기관들은 한국의 성공 요인으로 인구의 대도시 집중도와 탄탄한 하드웨어 생태계,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이 '사고 치듯' 밀어붙인 절박한 추진력을 꼽았다. 비록 품질과 커버리지라는 숙제는 여전했지만, 2019년은 대한민국이 이동통신 역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완벽하게 이동한, 그야말로 'K-ICT'의 정점을 찍은 한 해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2019년 9월: SK텔레콤, 독일 '5Germany' 컨퍼런스에서 5G 혁신 스토리 전수.
2019년 10월 18일: LG유플러스, 중국 차이나텔레콤에 5G 콘텐츠 및 솔루션 수출 계약 체결 (국내 1호 5G 수출).
2019년 10월 30일: KT, '월드 커뮤니케이션 어워즈 2019'에서 '5G 리더십 상' 수상.
2019년 11월: 대만모바일, SK텔레콤과 5G 네트워크 최적화 컨설팅 및 중계기 협력 체결.
2019년 12월: 대한민국 5G 가입자 수 약 460~500만 명 달성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2019년 12월 10일: 국산 VR 콘텐츠(벤타VR 등)의 중국 수출 본격화 및 일자리 창출 효과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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