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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8조원의 혈투,
5G ‘공짜폰’ 대란

58부. 5G 초기 대중화 물결

by 김문기

2019년 대한민국 5G 상용화의 연착륙은 기술적 우위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 한 명을 뺏어오기 위해 수십만 원의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벌인 이른바 '쩐의 전쟁'이 있었다.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이통 3사가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돌파했다. "세상에 없던 속도"라는 화려한 광고 이면에서 벌어진 '0원 폰'과 '마이너스 폰'의 향연은 5G 시장의 기형적인 팽창과 동시에 유통 질서의 붕괴를 가져왔다.


2019년 상반기, 정부와 이통사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상징성을 실질적인 가입자 수로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초기 5G는 비싼 요금제와 단말기 가격, 부족한 커버리지 탓에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당시 갤럭시 S10 5G의 출고가는 130만 원을 훌쩍 넘었고, 5G 요금제는 최저 5만 원대에서 시작해 10만 원을 상회했다.


이 높은 진입 장벽을 깨기 위해 이통사가 선택한 고육지책은 '보조금 투하'였다. 정부가 공포했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5G라는 거대한 국책 사업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시장 선점이 곧 기술 주도권이라는 논리 아래, 이통 3사는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고 마케팅비 쏟아붓기에 나섰다.


전쟁의 신호탄은 LG유플러스가 쏘아 올렸다. 2019년 5월, LG전자의 첫 5G 스마트폰 'V50 씽큐'가 출시되자 이통사들은 공시지원금을 60만 원 이상으로 책정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유통 현장의 불법 리베이트(판매장려금)가 더해지자 실구매가가 0원이 되는 '공짜 5G 폰'이 전국에 등장했다. 일부 집단상가에서는 폰을 사고도 돈을 돌려받는 '차비(페이백)' 현상까지 벌어졌다.


유통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SK텔레콤과 KT는 "시장 과열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서로를 신고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방통위는 수시로 긴급 점검에 나섰지만, "5G 활성화를 막지 말라"는 명분과 "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라"는 원칙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정직하게 정가를 주고 산 소비자들은 '호갱'이 되었고, 정보에 밝은 이들만 혜택을 보는 정보 격차는 극에 달했다.


2019년 말 집계된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 총합은 무려 8조 54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조 원 이상 증가한 수치로, 5G 인프라 투자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 미친 듯한 투입 덕분에 대한민국은 상용화 1년도 안 되어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5G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5G는 '비싼 요금제'와 '무료 단말기'라는 기이한 조합으로 각인됐다. 소비자들은 5G의 기술적 가치보다 "얼마를 더 깎아주느냐"에 집중하게 됐고, 이는 통신 서비스 본질에 대한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제조사들은 5G 단말기 판매량이 급증하며 활짝 웃었지만, 통신사들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상승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비 출혈로 인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2019년의 마케팅 혈투는 한국 이동통신 역사에서 '양적 성장'을 위해 '질적 신뢰'를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마케팅비에 쏟아부은 8조 원의 일부라도 기지국 확충과 기술 최적화에 투입했다면, 훗날 터져 나올 품질 논란의 강도는 훨씬 낮았을지 모른다.


결국 '돈으로 산 1위'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이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은 해였다면, 2020년은 그 가입자들이 "왜 돈값을 못 하느냐"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시기가 된다. 2019년의 화려한 피날레는 그렇게 2020년의 거대한 품질 분쟁을 암시하며 막을 내렸다.




부록 : 2019년 5G 마케팅 전쟁의 주요 데이터


이통 3사 마케팅비 총합: 약 8조 540억 원 (역대 최고치 경신)

SK텔레콤: 약 3조 700억 원/ KT: 약 2조 7,300억 원/ LG유플러스: 약 2조 2,400억 원

5G 공시지원금 기록: 출시 초기 갤럭시 S10 5G 및 V50 씽큐에 최대 60~70만 원대 지원금 책정.

불법 보조금 실태: 리베이트(판매장려금)가 한때 70만 원을 상회하며 출고가 120만 원대 단말기가 실구매가 0원이 되는 현상 속출.

정부 조치: 방통위, 2019년 중 수차례 이통 3사 임원 긴급 소집 및 시장 안정화 경고. 2020년 7월, 2019년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이통 3사에 총 512억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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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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