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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n 16. 2023

들어가며 : 다시 쓰는 한국 이동통신 연대기

작가의 말

다시 쓰는 한국 이동통신 연대기를 마감했다. 틈틈이 분절된 역사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이토록 본격적으로 글을 써낸 것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첫 시작을 해 2023년 8월이 되서야 마감을 끝냈으니 어찌보면 게으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2018년으로 시계를 되돌리면, 알음알음 기웃거렸던 통신 출입처로 막 발령받은 시기였다. 다시 돌아왔으니 이전 일도 궁금했거니와 밑천이 없으면 취재도 어려워 발만 동동 굴렸을 때다. 비록 자의적으로 발령받은 건 아니지만 이왕지사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치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통신업계를 출입할 때만 하더라도 거의 관련 지식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2G와 3G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했다. 들고 다니던 휴대폰이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물건이었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이정도면 IT의 'I'자도 모르는 일자무식이라고 지적해도 할말이 없다. 당시 무식한 질문도 슬기롭게 답해 준 선후배분들과 통신업계 종사자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지식이 없으니 단연 서점부터 찾았다. 이동통신 역사를 쉽게 풀어 쓴 책 한 권 정도는 있을 것이라 여겼다. ICT 강국인 우리나라인데 그 정도 서적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세대를 관통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 없었다. 대부분 전공서적으로 기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세대별로 분절돼 간략하게 적힌 서술만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서적을 끼고 있어도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그만큼의 전문지식도 전무했다. 필요한 건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읽히는 그런 서적이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사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40년 가까이 우리나라 이동통신을 이끌어 온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라면 잘 정리된 사사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잘 정리된 자료는 없고 단편적으로 정리된 선배들의 서적만 추천받았다. 물론 각자 기업의 역사를 축적한 아카이브는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를 정리해놓지는 않았으니 일반인의 접근은 역시나 어려웠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역사, 특히 이통사의 사사가 정리돼 있지 않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나중에서야 듣게 됐다. 과거 1990년대 후반 찾아온 경제 위기인 IMF 때 가장 먼저 정리된 부서가 바로 '사사'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내부 직원 대신 외주를 주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야무야됐다는 것. 비록 최신판은 아니지만 중도에 정리된 사사를 볼 수 있는데 만족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서적을 찾는 건 거기서 그만뒀다. 대신 직접 공부한 내용을 적어가리라 다짐했다. 초반에는 남들이 본다기보다는 스스로의 공부를 위함이었기 때문에 글 자체는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에 세세하게 알아가기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만 가려냈다. 


무엇보다도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었다.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공자도 아니고 지식도 얇으니, 제대로된 글을 적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또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 갔다. 


그렇게 또 3년이 흘러서 우연치 않게 교직에 있던 친우에게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정리하고 있는 내용이 아깝다는 조언이었다. 잘 엮기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독려했다. 작은 격려 였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희망을 주는 말이었다. 정식으로 얼개를 짜고 직접 다시 부딪쳐 보기로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획된 분량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출입처가 바뀌었다. 아쉽긴 했지만 내 역량이 거기까지라 생각했다. 그러자 고맙게도 연재를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토록 부족하고 우매한 글을 읽고 있었나보다. 진심으로 응원해준 이름 모를 독자분들에게 또 한 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적을 옮겨 이곳에 자리 잡았다. 이번에는 끝을 보리라 다짐했다. 또 다시 쓰고자 한다면 이전과는 달리 더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5년간 정리해 담아놓은 내용들은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공서적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쉽게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를 훑을 수 있는 교양서적에 가깝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사사, 또는 삼통사기, 삼통유사라 말해주기도 했다. 역사 이야기 정도가 적당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정보통신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읽기 쉽게 풀어 쓴 이동통신 역사 이야기라고 여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감사한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일일이 열거하다보면 담은 분량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달릴 수 있게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필자를 알지 못하지만 또 저도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꼭 하고픈 인사가 있다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발전을 위해 애써준 수많은 사람들, 특히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신 그 분들에게 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2019년 여름. 5G 품질이 좋지 못하다는 비난이 빗발쳤을 때 한 편으로는 아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5G 기지국 설치를 위해 추운 겨울 건물 옥상과 전주를 오르내린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닿아 그 분들을 부산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검게 그을린 그 얼굴에서 확신에 찬 눈을 마주했다. 


"내가 우리나라 세계 최초 CDMA 때도 그 기지국을 설치 했어. 여기도 내가 설치했다니까. 딱 여기서 5G 세계 최초를 했다니까 당연히 자부심이 있지!"


올해 출장길에서 만난 극악의 경사를 쉽게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샌프란시스코 전차. 이 전차와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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