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인주 Oct 24. 2021

발리의 선셋처럼 황홀한 나만의 색으로


  

발리는 시간대별로 무드가 달라진다. 무드는 감각을 사용하게 만들 때 느낄 수 있다. 물리적인 행위 없이도 특정 장소나 시간이 되면 나를 감싸고 있는 공기가 달라지면서 감정이 변화한다. 인간에겐 오감 중 시각이 가장 강력한 (약 70%이상을 차지한다) 감각이라면 발리도 이 시간의 무드가 가장 특별한 잔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발리의 선셋을 만났을 때 처럼. 언제가 그 시간이야? 라고 물어본다면,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 4시쯤 어느 해변가나 비치클럽 혹은 편안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시거나 먹을 것을 챙겨둔다. 그리고 잠깐 수영도 좋고 걷기도 좋고 멍때리기도 좋고 곁에 있는 사람과 대화도 좋다. 워밍업이 필요하다. 내가 선셋을 느끼기 시작하면 아마 감탄밖에 할 수 없으니까. 온몸을 릴렉스 시켜두는 편이 좋다. 준비가 됬을 때 하늘은 움직인다. 빠른 속도로 해가 진다. 움 오늘 볼만큼 봤어. 들어가 이제. 하며 신이 빛나는 파란클러치 가방 속으로 쏙 숨겨두는 것만 같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그 수평선 속으로 퐁당 들어간다. 






자, 그럼 이제 시작이다. 하늘이 자신의 몸에 색깔을 흩뿌리며 축제를 열기 시작한다. 이제 하늘은 무엇이든, 어떤 색깔이든 입을 수 있다. 구름들이 층을 이루며 제각각 다른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신의 은총과 같은 시간이다. 물속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황홀함은 배가 된다. 물이라는 액체는 투명해서 그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보여주는 투영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비추고 있는 빛의 색깔을 가득 담아내기도 한다. 마치 데칼코마니 같이, 물이 하늘과 동일하게 색을 흩뿌린다. 하늘에 풍덩 빠져있는 것만 같은 꿈을 안겨준다. 이 순간을 반기며 기다렸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자신의 눈을 깜빡이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고스란히 담는다. 깊게 기억하고자 상대와 하늘을 담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벅차 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지 진한 키스를 시작하기도 한다. 매일 이 시간이 되면 하늘은 이 위대한 루틴을 반복한다. 아주 천천히. 해는 빠르게 진다 해도, 그 강한 빛은 아름다움을 남긴다. 잔상들은 인간에게 환상적인 시각적 시간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비비드함은 아름답다는 것을 말이다. “이 세상에 다양하고도 화려한 컬러가 펼쳐지는 순간은 결코 창피하거나 촌스럽지만은 않은 법이야. 자연스럽게 색을 발산해내면 아름다워져”. 라고 하늘은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여행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피드가 비비드한 컬러로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자연스러움이 담긴 사진들이 좋다고 했다. 내 피부마저 울긋불긋 타기 시작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빨간 틴트를 바른 내모습. 아 더운날씨에 볼이 발그레 해 매일이 볼터치다. 가끔 온 얼굴이 터질듯이 발그레 할때도 있지만. 자연은 나에게 비비드한 컬러를 자아내게 만들어 주었다. 유럽, 도심 속에 있을땐 몰랐던 배경들이었다. 게다가 나의 옷 컬러들도 배경에 따라 바뀌었다.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믿는 편이다. 나 또한 일상같은 여행을 좋아하는 터라, 여행을 가기전 어떤 옷을 챙길것인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준비한다. 


그렇다. 여행을 갈 때마다 난 카멜레온이 된 것 마냥 그 곳의 무드에 젖어 들고 싶어한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어울리는 것처럼 나를 만드는 것이다. 빈티지샵에도 꼭 들린다. 샵에 가면 그 나라의 취향이 한껏 담겨있다. 스페인도 로마도 포르투갈도 그 나름의 차림새들로 옷이 진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도시마다 다른 때론 계절이 한껏 반영된 옷과 쥬얼리 잡화들이 펼쳐져 있다. 이 물건의 주인이 누구일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사람들의 취향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 취향을 모아 자신의 무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그 곳이 좋다. 평소의 옷들이 진열되어 있다. 좋아하는 컬러, 패턴, 재질등 하나하나 옷들을 만져보며 걸러내어가는 그 느낌이 참 좋다. 발리에는 빈티지샵 이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때때로 그들이 한국어가 쓰여진 티를 입고 있기도 했으니까. (붉은 악마티를 만났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세련된 상점들에 들어가면 훌륭한 수영복이나 요가복 혹은 여름옷들을 구입할 수 있다. 물가는 거의 한국 신사동보세샵 가격이지만. 하지만 뒤돌아서면 숫자가 바뀌는 노점상들에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만원 정도면 원피스, 혹은 상하의 한 벌의 옷 구입이 가능하다. 중요한건 그 옷들의 재질이나 색감은 복불복 그자체다. 빨래 몇번에 망가질 수 도 있고, 색이 다 재각가이라 묘하게 나의 생기를 더 죽이는 옷도 생긴다.  



몇 년 전, 좋아하는 사람이 “너도 심플하고 모노톤의 옷들을 입어봐. 그게 더 세련되보이잖아.” 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었다. 그 후로 그 말이 나의 전부가 되어 나를 바꾸기 시작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를 사진을 보면 괜히 어색하고 지금과는 다른 빛을 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를 비추는 사진 속에 나는 사랑받고 싶어서 다른 색깔이 되려 부던히 노력하는 한 여자가 보였다. 나는 없었다. 그래서 멈췄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되어 나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옷장의 순서가 바뀌었다. 블랙과 그레이로 채워졌던 옷들은 이제 더이상 손에 가지 않아 깊숙히 다른 곳에 머물러 있게 되었고다. 이젠 블랙은 메인템에서 기본템이 되었다. 그리고 비비드한 자켓이나 팬츠, 스커트 등 내가 입었을때도 가졌을 때도 자신감이 생기고 괜히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색깔을 입기 시작했다. 쥬얼리도 심플한 것들에서, 다시 블루 보라 레드 골드 등 색깔의 향연이 보인다. 거울 속에 나는 여전히 단백함에 개성이 더해질 때 완성되는 나를 지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 어쩌면 난 이번 여행 동안 균형을 이뤄갔으며, 적당하게 채워진 나의 비비드한 색깔을 알아가고 있던게 아닐까. 그 완성은 가장 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드린 발리가 되어 준거다. 노을이 지는 유럽과는 또 달랐다. 킹오브킹사이즈 침대보다도 몇배 더 큰 매트리스에 안긴 기분이었다.  





색체에는 각기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음악에서 소리를 보존하려고 애쓰듯, 화가는 색채의 아름다움을 잃어서는 안된다. 

구성은 색채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일이다.

-마티스 





컬러별로 바지 3개와 탑4개, 원피스 2개를 사서 입었었어요.

저처럼 골반이 크다면 앞쪽에 사선으로 추가 디자인이 있는걸로, 아니라면 일자로 쭉뻗어내려오는 라인으로 추천해요! 그리고 상의는 딱 맞게, 팔뚝이 부담스럽다면 오픈솔더형 탑으로 입었어요. 이곳의 컬러는 채도가 높을수록 좋고, 무늬는 단순할 수록 좋아요. 








내가 세상의 빛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살아가고 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색깔을 담아내어 발산하고 있을까? 

색을 발견하고 발산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나와 내 곁의 당신이 세상의 컬러를 품고 

나다운 색으로 살아갈 수 있게. 



my dear,

Your life is your art!



- 발리에서 용인주 드림

이전 14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