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마음이 많이 허전했다.
텅 빈 공간이 마음에 가득한 것 같았다.
문득 나의 손목에 눈길이 갔다.
손과 팔이 잇닿은 나의 손목.
열심히 자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손가락에 비해
손목은 그냥 무심한 나의 마음처럼 아무 표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그 자리에 있다.
나의 일부분으로 그냥 그 자리에 있었는데,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선 느낌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보상이 필요한 듯 했다.
리본 달린 머리끈 하나라도 감아주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문득 문득 예쁜 팔찌 하나라도 나를 위해 선물할까?
며칠 후 친구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인 없는 팔찌가 있는데
찾으러 올 동안 하고 있겠냐고 묻는다.
가는 팔찌였는데 하트가 무려 여섯 개나 있었다.
그것은 나를 보면서 ‘사 랑 해 사 랑 해’를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팔목에서 반짝이는 팔찌를 볼 때마다
다시 되돌려 주어야하는 일시적 소유였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며칠 후
지난 3월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은 신촌의 세브란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여러 가지 검사를 위해 금식 한 어머니를 모시고 휠체어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검사를 마치고 식사를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식사를 했다.
작년에도 아버지와 함께 여러 번 병원에 왔었는데
그 때는 왜 함께 식사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죄송함과 후회 때문에 맛을 느끼기도 전에 눈물이 고였다.
오후에 일정이 있는 관계로 요양보호사에게 인계 후 병원을 나섰다.
한참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팔목을 무심히 바라봤는데
‘사 랑 해 사 랑 해’ 팔찌가 보이지 않았다.
돌려줘야 하는데... 어디로 갔지?
이대로 가버렸나? 어쩌지?
너무나 많은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후 일정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상황에 마음만 조급했다.
어떻게 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어머니께 연락을 했다.
내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달라고
팔찌라는 말도 하지 않고 혹시 반짝이는 물건있는지 찾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이 있는 병원 대기실.
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바닥에 떨어져있던 것을 어머니는 가져오셨다.
소소하지만 거짓말 같은 기적이다.
저녁에 귀가하여 다시 만난 팔찌
‘사 랑 해 사 랑 해’ 수줍게 다가왔다.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없었는데,
어떻게 다시 내게로 왔을까?
친구에게서 온 분실물에 값을 지불하고
이제 그 팔찌는 나의 소유가 되었다.
손목은 이제 더 이상 허전하지 않다.
아버지가 되찾아 준 것 같은 사랑이 가득한 선물이다.
‘사 랑 해 사 랑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