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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Jan 03. 2021

기대감에 대해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심정

언제부턴가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몇 년 지난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난 뒤였던 것 같다. 거기에 몇 해 전 새해 목표가 적혀 있었는데, 그 해 세웠던 목표와 다를 게 없었다. 조금 더 구체화된 정도였달까? 늘 같은 목표를 세우고, 늘 지키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가 늘 지키미 못했다는 것도 발굴해낸 다이어리는 보고 깨달았다는. 그래서 난 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고 아예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았더니 해가 바뀌어도 뭔가 심심해졌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마음은 편안했지만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어제가 12월 31일이고, 오늘이 1월 1일인 연장선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내 인생이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없어졌다. 인생의 이벤트가 없는 느낌이랄까. 아침이라 일어나고, 배고파서 밥을 먹고, 돈이 필요해 일을 하고, 저녁에 잠을 자는 삶. 이렇게 쓰고 보니 안정적인 삶이구나 싶지만 꽤 심심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생각해보니 '기대감'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지우면서 살았다. 그게 마치 어른인 것처럼.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상처 받으면서 차라리 '기대를 하지 말자' 되뇌였다. 사실 난 삶에 꽤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내일을 생각하는 게 즐거웠고, 오늘이 지루하지 않았다. 상처를 받아도 더 나아지리란 생각으로 치유했고, 지금이 아니어도 좋아질 거란 기대감으로 다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발버둥쳐도 변하지 않는 내 상황을 보면서 기대를 접음으로 상처를 받지 않는 편을 택했다. 그렇게 매일, 매 순간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기대감을 억지로 눌러가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나에게 성장하지 못한다고 실망을 반복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훈련(?)을 거듭하고 보니 정말 내 인생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 


어제도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머릿속이 텅빈 기분이었다. 공허함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고, 심심함이라 말하기엔 부족한. 7평 원룸이 망망대해 같아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현재의 24시간을 남은 인생 동안 반복할 거 같은 기분. 무엇 때문일까 생각하다 '기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기다리는 심정. 그런데 난 그동안 정말 터무니 없이 기다리고 바라기만 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지 않으면서 이루어지길 바랬으니 그 기대감이 충족될 리 없었다. 올해는 결과보단 행동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루 1분, 하루 한 줄씩. 허황된 기대감을 지우고 그 자리에 착실한 기대감을 채워 넣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연휴의 끝은 기대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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