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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May 11. 2024

회의에 대한 회의감

어느 팀장 이야기 3

 팀장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은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팀원으로서 그간 목말라 했던 소위 장기적비전의 실천은 너무 순수한 시각에서 바라본 것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3개월동안 관련한 논의는 전무했다.  오히려 직속본부로써 CEO에게 보고하는 아젠다 발굴이 중요했다. 아젠다는 외부 매출 증대나 당시 유행하는 기술의 구현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각 팀의 역할 상 아젠다는 특정한 팀이 갖고 있었고, 그 팀은 자신들의 행보가 성과로써 추가적인 말을 보탤 필요는 없었다. 반면 우리 팀은 그 기반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이지만, 이것이 대외적으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일이었다. 서비스의 장애에 책임을 갖되 성과의 인정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보이지 않는 팀간의 경쟁또한 이즈음부터 명확히 눈에 들어왔다. 옆 팀의 팀장은 종종 사내 채널에서 우리팀의 시스템을 본인의 팀에서 관리하는것처럼 교묘하게 전달하고는 했다. 팀의 시스템 아키텍쳐를 업무소개 자료에 추가하여 본인들이 개발한 서비스와 묶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동일한 발표를 하는 식으로 섣부른 오해인가 싶었지만 3차례 반복하는것을 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경계에서 선을 넘는 부분은 조직적으로 사업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에 거론할만한 지점은 없었고 팀을 대표해서 더 분명하게 직접적으로 사내에서 발표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팀의 존재감과 직결된 성과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기에 그러한 사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러한 경계에 내가 예민한 이유는 팀의 역할 특성 상, 성과리포트에는 없되 장애리포트에는 등장하는 팀, 타 본부와 직접 맞닿는 조직을 지원하는 2차 조직으로 눈에 띄지 않는 팀이라는 점이었다. 팀장으로써 시스템 운영의 노고가 타본부에도 명확히 전해져야 할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러려면 기술적 선도성의 강조가 필요했는데 쉽지 않았다. 소위 관심 밖이었기 때문인데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대부분 애플리케이션 레벨의 서비스들로, 매출을 창출하는 아젠다와 쉽게 연결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간극 속에서, 나는 팀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고, 팀원들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팀이 조직에서 인정받고 팀원들의 노력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를 입증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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