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데 만나기 좀 부담 돼

by 갈매나무




보고 싶어 약속을 잡지만 약속이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 그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봐요. 인터넷에서 '약속이 취소되면 설렌다'는 말이 꽤나 공감을 받는 걸 보면 말이에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어요. 정말 중요한 약속인데, 마음 한편에서는 취소되길 바랐거든요. 오늘은 스페인에서 여행 온 친구와 만나는 날이었어요. 2년 만에 보는 친구라 정말 기다렸어요. 만나자고 연락이 왔을 때도 정말 기뻤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내가 말을 잘할 수 있을까, 대화 중 문화 차이로 오해가 생기면 어쩌지 등의 부담감이 생기면서 만남이 두렵다는 생각까지 드는 거예요. 종각역에 다다라서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마저 드는 거 있죠?



4번 출구를 못 찾겠다는 말에 지하로 내려가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었어요. 이내 멀리서 친구가 웃으며 다가오는 걸 발견했어요. 그런데 신기했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끼던 부담감은 금세 사라져 버리고 너무 반갑고 즐거운 거 있죠? 아마, '약속이 취소되면 설레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인 '막상 만나면 잘 놂'과 같은 거겠죠?



심지어 친구는 자신의 친구까지 데려왔어요. 어디에서 만날지 정하는 대화에서 계속 'Nosotras'(1인칭 복수형)로 이야기하길래 설마 했는데 진짜 제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와 함께 온 거 있죠? 그런데 걱정했던 마음과 달리 더 반가운 거예요. 저 진짜 정말 내성적인 사람인데도요.



삼겹살도 먹고, 빙수도 먹고, 교보문고 구경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동양인은 서로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니? 그러는 너희는 너희 나라 사람과 프랑스인을 구별할 수 있어? 한류라는 게 특정 집단에서만 인기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대세야? 너희 나라 세비야에 갔을 때 딸기 초밥 보고 나 식겁했어. 밥 위에 딸기라니? 우리나라 이탈리아 식당에서 빠에야를 팔더라. 뭐? 너희 나라 피자에는 계란이 안 들어간다고? 반면에 파스타에는 거의 항상 계란이 들어간다고? 우리나라는 정반대야!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는 대체 왜 만남에 부담감을 가졌던 걸까요?



저는 어떤 모임이든 거의 참석하지 않고, 친구와도 약속을 잘 만들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막상 갔을 때 대부분 재미있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아마도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앞에 있는 사람이 지루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하면 상대방이 서운해할 것 같다는 생각 등등. 그런 생각을 갖고 만남 자체를 줄이다 보니 머릿속에선 그 생각이 깨질 일 없이 계속 굳어지기만 해왔겠죠.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오늘 돌이켜 보게 된 것 같아요.



너무나 기다렸으면서도 부담스러웠던 만남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짐했어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만나자고요. 안 만나면 멀어짐밖에 없어요. 하지만 일단 만나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든지, 멀어지든지 적어도 두 개의 선택지가 있죠. 이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요, 좋은 사람과는 내가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그래서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에요.


스페인에서 날아온 선물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