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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봄 졸업을 유예하면 아직은 대학생이죠?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 될까 두렵다

by 문돌이

대학교 졸업 전에 취업을 확정 지은 사람을 '조기취업자'라고 부른다. 조기취업자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후배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합격한 회사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내가 걔보다 학점도 더 높고 스펙도 좋은데 왜?


취업에 어느 정도 정량화된 준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학점은 낮은 것보다는 높을수록 좋고, 학점이 높으면 성실함을 어필할 수도 있다. 학점이 낮은 경우 대학시절 동안 학과 공부를 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를 소명해야 한다. 각종 자격증, 어학, 공모전, 대외활동, 인턴 경험 등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다. 결국 취업 준비라는 건 어딘가 합격을 해야 끝이 난다.


조기취업자를 부러워하면서도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정확히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이런 모습이었다. 대학 수시모집 1차에 합격해서 수능을 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를 봤을 때 엄청난 부러움을 느꼈었다. 수능은 보지만 최저등급만 맞추면 되는 수시모집 2차 친구를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그중에는 방심하다가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최종적으로는 탈락의 고배를 마신 친구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감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유사한 일이 반복됐다.


졸업 전에 취업을 확정 지은 경우 앞으로 남은 일은 졸업 요건을 채우는 것뿐이다. 대학에 따라 학과에 따라 졸업 요건이 다르다. 졸업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자격증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자격증도 어학, IT 자격증 등 여러 개를 요구하기도 하며, 봉사활동 점수를 채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 이수 학점을 채워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의외로 졸업 마지막 학기에 F학점을 받게 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과제, 시험 점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결석도 여러 번 하게 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에서 보는 인적성이나 시험 또는 면접에 참여하기 위해 결석계를 냈을 때 잘 받아주는 교수님이 있는 반면, 학생의 본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님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취업률이 중요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융통성 있게 처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졸업하기 전까지 취업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다. 졸업예정자 신분이 아니라 졸업자로서 기업에 원서를 넣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이제 막 졸업했을 때까지는 몰라도 졸업한 지 6개월이 넘어간 뒤부터는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졸업한 이후에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그 기간에 지원 직무와 관련해서 얼마나 더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계속 취업 준비 했는데요.


라고 말하기엔 6개월 뒤면 당장 엇학기로 졸업하는 사람들까지 새로 경쟁자로 추가된다. 기업입장에서도 공백기가 긴 지원자를 채용하는 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취업을 하지 못한 대학생이 졸업유예라는 이도저도 아닌 신분으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건 그저 꿈인 걸까요? 그냥 아무 데나 일단 들어가는 게 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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