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 가능한가요?
취업시장이 너무 어렵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취업 빙하기가 이런 상황이었을까? 학과에서 항상 장학금을 독식하던 선배도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을 했다고 한다. 매일 도서관 구석에 지정좌석처럼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
지나가면서 속으로 '저 선배도 만약 취업이 안되면, 과연 우리 학과에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말은 안 했지만 주변 동기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 확신한다.
대학교 3학년부터는 취업에 대한 압박이 조금씩 느껴진다. 학점은 당연하고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생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어디든 인턴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 먼 나라 미국 대학생 일부는 취업을 위해 무급으로도 인턴을 한다고 들었다. 무급이라도 교통비와 식비는 주는 걸까.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의 채용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신입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방향으로 말이다. AI의 발전은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패턴화 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일이나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일이 먼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일반 근로자뿐만 아니라 전문직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흔히 기업에서 1인분 하는 직원이 되려면,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입사 첫 해에는 적응만 잘해도 감지덕지다. 1년도 채우지 않고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얼마나 많은가. 신입직원은 큰 포부를 가지고 회사에서 대단한 업무를 할 거라 기대하지만, 정작 신입에게 부여되는 일은 잡무가 많다. 일부 신입지원은 속으로 '내가 이런 일 하려고 힘들게 취업 준비를 했나'라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단다.
하지만 이제는 자괴감을 느낄 자리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신입직원을 뽑아 힘들게 한 사람 몫을 하도록 만드는 노력보다 기존 직원이 AI를 활용해서 결과물을 내는 게 더 빠른 세상이 됐다. 자료조사는 물론이고 데이터를 취합하는 일이나 기획안의 초안을 만드는 작업도 AI는 순식간에 결과를 만들어낸다. 데이터가 정확한 지 확인하는 작업은 여전히 기존 직원의 몫이다. 종종 잘못된 데이터를 가져오는 건 AI든 신입직원이든 마찬가지다.
요즘은 최저시급을 주는 인턴 자리도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찾았다 싶으면 공공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안타깝게도 공공기관에서 선발하는 청년인턴은 체험형이다. 인턴에는 크게 채용형과 체험형이 있다고 한다. 채용형 인턴은 매번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있다. 반면 체험형은 말 그대로 경험만 하고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기관에 따라 실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포지션도 있으나, 대부분은 직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지원업무만 하다가 끝난다.
가고 싶은 기업의 인턴은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이라 진작 탈락했고, 그나마 합격한 건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무 연관성은 1도 없는 행정인턴이다.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건 기쁜 일이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걸까?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꿈같은 일이 지금의 현실에서 나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