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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겨울 부모님은 기술이 있어야 먹고산다고 하셨다

대학에서 어떤 기술을?

by 문돌이

'문송합니다'라는 표현이 유행한 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줄인 말이다. 지금이야 문과가 취업이 안 된다고 인기가 없었지만, 놀랍게도 그전에는 이과를 기피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주관하는 진로, 취업 세미나에 참여했다. 각 분야별로 취업한 선배들이 와서 진로와 직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특별히 하고 싶은 전공이 없었기에 적당히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왔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주말에 부모님과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별 일은 아니었고 그저 '너는 꿈이 뭐냐'라는 질문을 들었을 뿐이다.


아 꿈 없는데 어쩌지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하면 부모님이 실망하실 테니 적당히 꾸며서 답을 했다. 전공 살려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찾아보고 있다고. 아버지는 AI 시대가 오면서 점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대체가 될 거라 했다. 특히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 먼저 없어질 거라고 했다. 오히려 예전에는 저평가 됐던 기술을 가진 직업이 더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쪽도 알아보라고 했다. 특히 이제는 코딩 같은 거 말고 직접 몸을 쓰는 기술도 생각해 보라고 하셨는데, 순간적으로 입이 근질거렸다.


'전에는 공부 안 하면 몸에 기름때 묻히는 일 한다고 하셨잖아요'


뜬금없는 외식자리의 메인 요리가 나였구나 싶었다. 복수전공도 고민해 보겠다고 답하는 걸로 그날의 식사는 마무리됐지만 고민거리가 더 늘어나버렸다.


복수전공 가능한 학과를 살펴봤다. 주변 동기들을 봐도 복수전공은 필수로 고려하는 듯하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고, 기업에서 좋아한다는 융합형 인재가 되어보자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을지도.


코로나가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공학 등 IT 관련 학과의 복수전공이 엄청난 인기였다. 선배들 중에서도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개발자나 엔지니어로 취업한 케이스도 꽤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AI가 발전하면서 신입 개발자를 뽑기보다는 기존 개발자가 AI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AI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AI랑 가장 관련이 있을 것 같은 개발자가 먼저 사라지는 건가?


엔비디아 CEO 젠슨황은 이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프로그래머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라 그냥 흘려들어서 전체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앞으로 코딩은 AI가 할 거니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본인이라면 생명 공학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교양수업으로 들은 코딩도 어려웠는데 생명공학이라니, 너무 천재인 자신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 밖에 경영이나 경제, 통계, 심리 등 다양한 복수전공을 조사해 봤지만 일단 문과 전공은 미래가 밝지 않아 보였다. 요즘은 공대라고 취업이 잘 되는 게 아닌 취업빙하기라 여러모로 고민이 된다.


그나마 아직 전망이 좋다는 건 AI 분야인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AI인재가 부족하다지만 똑똑한 석박사가 부족하다는 거지 대학교 수준으로 AI를 조금 공부했다고 취업이 되는 건가 싶다. 아예 몸으로 하는 기술을 배워서 호주 같은 선진국으로 이민이라도 가볼까?라고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허세를 부려본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5일 오전 11_30_33.png 출처: Chat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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