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 어떤 스펙은 의미가 있을까?
벌써 복학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다시 대학에 다니는 내 모습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니 슬슬 미래에 대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밥벌이는 하고 살아야겠다는 인식정도만 있는 상태다.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오전에 수업이 몰려있다 보니 강제로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고 있다. 아침마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고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까지 들르면 밤이 되었던 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남는 시간이 많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부터 스펙을 쌓고 있다고 하길래 나도 해야 되나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전망이 나을까. 통계청에서 나온 고용동향 자료를 봤는데 시작부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는 4,575만 8천 명이고 그중 경제활동인구는 2,975만 4천 명이다.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는 72만 6천 명으로 실업률은 고작 2.4%라고 한다. 아니, 분명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의 취업과 재취업이 너무 어려운 시기라고 했는데 어째서 실업률은 이렇게 낮을 걸까? 비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도 실업자로 넣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실업자가 되는 건 어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는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고, 조사대상주간을 포함한 지난 4주간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보았으며, 일이 주어졌을 경우 즉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구비된 사람' 이어야 했다. 조사기간에 1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했다면 실업자가 될 수 없다. 즉, 아르바이트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실업자가 아닌 것이다.
의아함을 뒤로하고 산업별 취업자 현황을 살펴봤다. 아직 대학 졸업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그때가 되면 취업 트렌드가 바뀌어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은 현재를 기준으로 봤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종은 취업자가 증가했고 농림어업, 건설업,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스펙을 준비하면 좋을까? 준비할만한 스펙으로는 자격증, 어학, 봉사활동, 인턴, 동아리, 공모전, 대외활동 등이 있었다. 어떤 순서로 준비를 하면 좋을지 하나씩 따져봤다.
1. 자격증
아직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했다. 아무 자격증이나 따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무역에 관심이 없으니 무역영어나 국제무역사는 필요 없을 것 같고, 금융 자격증도 종류가 많던데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하다. AI 분야가 그래도 취업이 된다지만 수학에서 이미 곤란하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과 한국사 자격증 정도가 지금 할 수 있는 거겠다.
2. 어학
수능 준비할 때 영어는 항상 발목을 잡았던 과목이다.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는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웠고, 당연히 점수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 교육을 받았기에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건 익숙지 않다.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제2 외국어는 아직 엄두도 나지 않아서 패스했다. 영어도 안 되는 상황에서 더 욕심을 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한편으로 생각보다 AI의 발전이 더디다는 생각도 든다. 2025년쯤 되면 스마트안경이나 초소형 마이크 또는 휴대폰을 사용해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줄 알았다. 지금도 휴대폰으로 AI 번역 기능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자연스러운 대화와 스몰톡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또한 나중에 국내회사에 취업을 해서 국내 관련 업무만 맡게 된다면 어학 준비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 직무연관성이 있는 스펙을 쌓아야 의미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직무와 연관 없는 어학 준비에 시간을 많이 쏟는 게 맞는 걸까? 사실 다 변명이다. 영어 공부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금씩이라도 준비를 해야겠다.
3. 봉사활동
사회복지 분야에 취업할 게 아니라면 직무연관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 요건에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항목이 있기 때문에 어디선가 봉사를 해야 한다. 이왕이면 좀 더 의미 있는 곳에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할 수 있는 스펙 쌓기 항목이다.
4. 인턴
직무를 정해야 어떤 회사의 인턴을 할지도 정할 수 있다. 아직은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야겠다.
5. 동아리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나 정도는 하는 게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냥 집과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대학생활은 내가 봐도 심심한 느낌이 든다. 기업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본 지원자를 선호하겠지? 과거에는 정말 관심 있는 동아리를 하면 상관이 없었지만 지금은 또 그놈의 직무연관성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단다. 코딩동아리, 주식동아리, 어학동아리 다 관심은 없지만 왠지 하나는 해야 할 것 같다.
6. 공모전
인턴과 같은 맥락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다. 대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꼭 진로 방향을 잘 설정해서 관련 공모전도 나가봐야겠다.
7. 대외활동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서포터즈가 대표적이다. 원하는 분야의 회사에서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 조금은 도움이 될 거다. 특히 자기소개서에 쓸 지원동기 항목은 확실하게 챙기고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펙쌓기든 뭐든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하나씩 해보기는 한다만, 이렇게 시간과 돈을 쓰는 게 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걸까? AI 시대에 지금의 스펙 쌓기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