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아침부터 장마비가 억수로 퍼붓었던 날
우리는 특수학교 부모교육을 마무리하고 연구소로 돌아왔다.
머리 위로 마구마구 쏟아지는 비소리가 좋았고
진한 커피를 마주 잡고
아스팔트 위로 흘러 내리는 빗물마저도 정겨웠던 날이다.
비 오시는날 딱 맞는 먹거리가 뭘까?
비오는날 부침개?
비오는 날 수제비? 를 생각해 냈다.
그래~~ 비오시는 날에는 뜨끈한 수제비에
기름 냄새 풍기는 전이 제격이지.
거기에 막걸리 한잔이면 더 좋을거고.
얼마전 본 영화가 생각이 났다.
'리틀 포레스트’
마지막 장면에 나만의 작은 숲을 꿈꾸며 살아 가기를
소망하는 일을 떠올리며
영화에서 주인공이 만들어 내는 음식을 재현하기로 했다.
수제비와 배추전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비닐에 넣어 숙성을 시켰다.
멸치다시마 우려 낸 육수에 숙성된 반죽을 한조각씩 떼 넣고
양파, 당근, 고추를 채 썰어
알싸하게 그리고 매콤하게 고추장도 휘~~휘~~ 넣었다.
색깔이 참 곱다.
배추는 줄기부분을 칼 손잡이 부분으로 톡톡 쳐서
얇게 만들고 소금을 살살 ~~
뿌려 간을 하고 밀가루 반죽물을 만들어
간이 밴 배추에 하얀 반죽 옷을 입힌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옷을 입힌 배추를 팬에
올리면 지글지글 찌르르~~~ 소리가 정답게 즐린다.
오랜 만에 먹어 보는 밀가루 수제비는
비와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알싸하게 느껴지는 맛에,
기름에 지져 낸 배추전의 고소함을
더하면 세상 부러운게 없을 정도로
나만의 작은 숲을 거니는 착각에 빠져 보기도 한다.
영화가 가져다 주는 힐링의 시간을 기억하며
우리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먹는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영화가 주는 힐링을 현실로 가지고 왔다.